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3년 만에 재개된 ‘이상한 명예훼손 수사’의 피고인이 됐다. 고소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의 운전기사 김아무개씨는 2012년 5월7일 업로드 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무렵 박태규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기자는 “그 당시는 박태규씨가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하고 있었을 때”라고 언급했다.
박근혜 의원은 김씨와 주 기자 등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박 의원이 기자를 고소한 첫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뇌리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 10월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는 주 기자가 이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3년 만이었다. 15일 만난 주진우 기자는 3년만의 검찰 소환을 두고 “총선을 앞두고 기자의 손발을 묶고 싶은 것”이라며 “무죄까지 가는 길이 험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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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우 시사인 기자. ⓒ주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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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김씨의 주장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털 호텔 앞에서 박태규가 차에 타 ‘지금 박근혜 대표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태규와 박근혜 의원의 동선을 분석하고 박 의원 비서실장의 신용카드 영수증 등을 조사한 결과 김 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기소했다. 김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상 명예훼손으로 기소됐으나 절도죄가 추가돼 양형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 기자는 “2012년에 많은 언론에서 박태규와 박근혜가 만났다는 보도를 했는데 유독 나꼼수에 소송을 걸었다. 선거철에는 고소고발이 많았고, 처벌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해 잊어버렸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말한 시점에 두 사람이 안 만났으니 허위사실로 유죄를 받았고, 그래서 허위사실을 보도한 주진우 기자도 유죄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 2010년 일을 증언한 박태규 운전기사는 날짜에 있어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기자 입장에선 취재원과 인터뷰를 하며 취재원의 주장을 100% 검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언론보도의 경우 사실로 믿을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으면 설령 허위보도로 판명 나더라도 공익목적의 보도일 경우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된다. 그러나 고소인이 현직 대통령이어서 재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주 기자는 “박근혜 지지자였던 운전기사가 두 사람이 언제 어디서 봤다고 구체적으로 말했고 나는 그걸 믿었다. 나는 만났다고 말한 증인이라도 데려왔지만, 검찰은 박근혜‧박태규가 안 만났다고 하는데 어떻게 증명했나. 과연 검찰이 박근혜 후보의 대포폰과 박태규의 대포폰을 수사했을까”라고 되물은 뒤 “이번 일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박태규와 박근혜는 분명히 만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5촌 살인사건’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일가와의 법정 악연은 계속되고 있다. 주 기자는 악연의 시작을 2012년 10월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긴급 기자회견으로 꼽는다. 박근혜 후보는 주 기자의 질문에 “(김지태씨의 헌납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가 사실과 달라 “강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잘못 말한 것”이라고 정정하며 굴욕을 겪었다.
주 기자가 이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집행유예 같은 형을 선고받을 경우 총‧대선을 앞두고 권력비판 기사를 쓰는데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집행유예 기간 중 기소를 당해 범죄사실이 인정되면 양형이 가중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 기자는 “나는 모든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한 번만 삐끗하면 끝이다”라고 말한 뒤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다수 언론은 3년 만에 재개된 검찰수사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의 한 법조출입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특별히 도는 이야기는 없다”고 전했다. 주진우 기자는 “검찰 기자들 중에서 3년 만에 수사가 시작 된 건 이례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기자가 없다. 법률가와 언론인들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힐링캠프’ 통편집 논란, “제작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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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힐링캠프' 5일 방송 예고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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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는 통편집 논란이 불거졌던 SBS ‘힐링캠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힐링캠프’는 이승환 with 프렌즈 편으로 진행자 김제동과 가수 이승환‧영화감독 류승완‧만화가 강풀, 주진우 기자가 출연했다. 그런데 본방송에서 주 기자는 거의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단 한 번 마이크 잡은 장면이 나왔지만 정면이 아닌 옆얼굴이었다. 방송 이후 실시간검색어에 ‘주진우’가 오르며 통편집 논란이 불거지자 SBS제작진은 “주 기자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며 “녹화 당일에도 주 기자는 이승환 씨의 공연장 대관에 대해서만 자세히 말했다”고 해명했다.
주 기자는 그날 녹화현장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편집된 내용이 궁금했다. 주 기자는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을 응원 간 것이었다. 정치적 발언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FTA를 추진하고 있다. 아마 타결이 될 것 같은데 최근 일어나는 한중 연예계의 빈번한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고 전했다. 채림씨와 중국배우 가오쯔치씨의 결혼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는데, ‘박근혜’란 단어가 나오자 순간 녹화장이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녹화에서 만화가 강풀은 “우리 다섯 명이서 친하게 지내는데 요새 만화도 너무 잘되고 영화(‘베테랑’)도 잘 되고 공연도 잘 되고 제동이도 잘하고 있다. 다섯 명 중에 제일 잘 된 사람은 진우 형이다. 감옥에 안 갔다”고 말했는데 이 멘트도 편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 기자는 “승환 형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편집 논란에 대해서는 “제작진을 이해한다. 방청석에 있게 해준 것도 나를 배려해준 것이다. ‘힐링캠프’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2011년 6월 MBC다큐타임 ‘간첩’편에서 류승완 감독과 함께 ‘간첩 찾기 프로젝트’를 벌이는 코믹 캐릭터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주로 뉴스에서 피고소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주 기자는 “지금은 권력자들이 보기 싫은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면 안 되는 그런 시대”라고 말했다. 한편 주 기자는 군사정부 시절 비자금과 이명박정부 시절 비자금을 수년간 취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몇 개의 문을 더 열었다.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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