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역사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발언이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시중에 출판된 한국사 참고서를 문제로 들면서 ‘균형 잡힌 역사인식 형성을 위한 한국사 교과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 나온 ‘주체사상’이나 ‘만경대에 왜 온 건가?’ 등의 예문을 제시하면서 ‘이런 것을 우리 학생들이 지금 배우고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정교과서 추진에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왜 학생들이 ‘주체사상’이나 ‘만경대’를 알아야 하는지 그 이유는 모르는 것 같아 알려 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만경대 방문 논란’
박근혜 대통령은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구체적으로 누구와 만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어디를 방문했는지는 현재까지도 상세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방북기에는 “오찬 뒤 ‘평양 8경’ 중 2경이 있는 모란봉과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 관광길에 나섰다.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는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이“오찬 뒤 ‘평양 8경’ 중 2경이 있는 모란봉을 찾았다.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로 수정됐습니다. 왜 갑자기 방북기의 내용이 수정됐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기에 나온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 관광길’이라는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방북기에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내용이 올라오자 언론들은 이를 보도했고, 논란이 일자 수정된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만경대 방문은 또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 측에서는 “공연이 있었던 만경대 소년궁전만 갔을 뿐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에는 간 적이 없으며, 이것은 당시 통일부도 확인한 사안”이라고 해명을 했습니다.
만경대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우리 아이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만경대 방문 논란을 알기 위해서는 만경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주체사상탑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2008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이 영상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체사상탑을 방문하고, 주체사상탑 찬양 현판들을 둘러보는 모습도 자세히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체사상 방명록에 “기다리던 단비가 오는 가운데 평양의 전경을 잘 보고 돌아갑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깁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홈페이지나 방북기에는 주체사상탑을 방문했다는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체사상탑은 김일성의 70회 생일에 맞춰 1982년에 완공된 높이 170미터의 석탑입니다. 주체사상탑 자체가 김일성과 주체사상을 기념하기 위한 탑입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체사상탑에 갔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그냥 ‘관광’차원에서 갔다고 해명했습니다.
주체사상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처럼 “평양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라고 해서 올라가 살펴본 것밖에 없다”는 변명밖에 하지 못합니다.
‘야당이 하면 종북,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하면 관광’
2002년 방북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 자격으로 간 것은 아닙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상황이었고,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별기를 보냈고, 김대중 대통령이 머물렀고 백화원 영빈관에서 잠을 잤습니다. 김정일이 직접 백화원으로 찾아와 단독으로 1시간가량 면담도 했고, 김정일의 제안으로 베이징이 아닌 판문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치인으로 가지 않은 순수한 방북이었다고 하기에는 북한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통령 의전 급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경대나 주체사상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홈페이지에 방북기를 잘못(?) 쓰지도 않았고, 관광이라고 가자고 했더라도 주체사상탑에 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보나 야당 인사들이 주체사상탑과 만경대를 방문하면 ‘종북’이라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가면 관광이라고 합니다.
주체사상과 만경대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내지는 향후 통일을 위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만 알면 됩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마치 현행 역사교과서를 ‘종북 교과서’로 왜곡하면서 국정교과서 추진을 정당화시키려고 합니다.
주체사상과 만경대를 왜 알아야 하느냐고요?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과거에 갔다 와서 논란이 된 이유 정도는 고등학생들도 알아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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