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입' 윤갑근 변호사가 궤변을 읊어대는 이유

 [조성식의 통찰] 윤석열과 윤갑근, 그리고 우병우

25.01.14 07:02최종 업데이트 25.01.14 07:02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원의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 발부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더 이상 분열과 갈등이 있어서도 안 되고 선량한 국민이 더 이상 고생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 기소해라.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 그러면 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자신인데 변호사의 입을 빌려 남 얘기처럼 말한 것이다.

윤 변호사의 전언은 윤석열이 법절차에 따르겠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보다는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은 공수처의 출석 요청에 세 번이나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수처에서는 부득이하게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특별한 피의자는 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고 심지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사항전 의지마저 밝혔다.

기소하라든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든지 하는 얘기는 여전히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일종의 특권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런데 자신의 친정인 검찰에서조차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대통령을 내란 수괴범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 할지 궁금하다.

우병우 사단의 주요 인물, 잘 나가던 특수통 검사

2016년 8월 24일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에 대한 동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변호인단의 대표 격으로 윤석열의 이런 궤변을 국민에게 전파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1964년생 충북 청주 출신이다. 청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9회, 사법연수원 19기로 윤 대통령의 4기수 선배인데, 나이는 네 살 적다.

연수원 19기에는 이름난 검사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특수통으로 세월호 사건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청와대와 법무부의 해경 수사 외압에 맞섰던 조은석 현 감사원 감사위원(감사원장 직무대행),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봉욱 전 대검 차장, 이런저런 구설에 올랐던 여성 1호 검사장 조희진 등이 다 윤 변호사의 사시 동기들이다.

윤 변호사는 1993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명박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거치면서 특수통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 때도 잘나간 편이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거쳐 그해 말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강력부장에 오른 데 이어 특수통 검사들이 선망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을 꿰찼다. 2017년 대구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윤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의 주요 인물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를 주물렀다는 건 거의 정설이다. 윤 변호사가 그 시절 대검 강력부장에 이어 요직인 반부패부장을 맡은 것도 사시 동기인 우병우 덕분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후유증 등으로 검사장에 오르지 못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던 우병우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것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2014년 5월이다. 두 달 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사직하자,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강찬우 검사장이 인천지검장 직무대행을 맡고,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반부패부장 직무대행을 겸하는 연쇄 인사가 났다.

그해 11월 최순실씨의 남편인 정윤회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십상시'를 이끌면서 국정에 개입한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처음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맡겼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자 특수2부를 투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지휘하는 사람이 3차장검사인데, 현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한 사람도 바로 유상범 3차장이었다. 윤갑근이 직무대행을 맡은 대검 반부패부장은 전국 특수부 수사를 조율하고 지휘하는 자리였다.

당시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조였던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대신 문건 유출 경위에만 수사를 집중해 관련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청와대의 걱정을 덜어줬다. 뒤에서 검찰을 움직이던 우병우는 수사 발표 직후인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하면서 검찰 인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이때 윤갑근은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대검 반부패부장이 된다.

2015년 12월 윤갑근 검사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 8월 언론을 통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여론에 떠밀려 특별수사팀을 꾸리는데 윤갑근 고검장이 그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 수사팀은 우 수석에 대한 황제 조사,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 조사실에서 우병우가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고 있는 사진이 이 같은 논란을 부채질했다.

우병우 전 수석 얘기를 하자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우병우와 윤석열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8월~2011년 7월까지 2년간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우병우가 요직인 범죄정보기획관을 지낼 때 윤석열은 그 직속 부하인 범죄정보2담당관이었다. 이후 우병우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영전하면서 윤석열을 특수통 코스인 중수2과장으로 끌어올렸다.

윤갑근의 목표는 차기 총선?

2020년 4월 13일 당시 윤갑근 청주상당 미래통합당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함께 있는 모습.연합뉴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사들의 유배지로 통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윤 고검장은 사표를 던졌다. 변호사로 변신한 뒤에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라임 사태에 연루돼 화를 입기도 했다.

금융기관 임원들에게 라임 펀드와 관련한 로비를 벌이고 라임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2월 구속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알선수재 혐의였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윤 변호사의 행위가 변호사 업무 범위에 속한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2023년 12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윤 변호사는 또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장동 게이트의 주역인 화천대유 전 대주주 김만배씨와의 친분설 탓이다. 대장동 사업은 경기도 성남에서 진행됐는데, 윤 변호사는 2012년 7월~2013년 4월까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냈다. 그 무렵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던 김만배씨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시의회 의원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다녔는데, 시의원들에게 자신의 법조계 인맥을 과시할 때 윤 변호사를 자주 들먹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성균관대 동문이다. 뉴스타파가 2023년 공개한 김만배 청탁 리스트에 윤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김만배가 법조 출입기자를 오래했기 때문에 누군지는 알지만, 어떠한 청탁도 받은 적이 없고 담당 수사관에도 전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친분설 또는 로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윤 변호사는 정치적 역정을 보면 윤석열의 또 다른 입인 석동현 변호사와 닮은 면이 있다. 석 변호사처럼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해(석 변호사는 새누리당 입당으로 정치활동 시작) 국회 입성을 노렸는데, 석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0년 21대 총선 때 고향인 청주 상당구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2024년 22대 총선 때는 국민의힘 후보로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충북도지사 출신에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우택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윤 변호사가 이번에 윤 대통령 변호인으로 활약하는 것을 두고 그의 출신지인 청주 출신 기업가는 "차기 총선을 내다보는 승부수인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지킴이' 이미지를 보수층에 각인함으로써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윤 변호사를 잘 아는 고위직 검사 출신 법조인은 "지금 상황은 박근혜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변호사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변론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과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윤갑근이 변호인단 합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새로운 정치적 기회를 창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검찰 재직 시 윤 변호사가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검사 윤석열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항명 파동 이후 좌천돼 2014년 1월 대구고검으로 발령 났다. 2015년 12월 윤 변호사가 대구고검장으로 부임했고 이듬해 1월 윤석열은 2년 만에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그러니까 길어야 한 달 정도 같이 근무한 셈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 잘해주는 사람한테는 특별히 고마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당시 고검장 윤갑근은 검사장도 아닌 차장검사급으로 자신보다 직위나 직급이 한참 아래인 검사 윤석열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한다.

3년 동안 한직인 고검을 떠돌던 윤석열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화려하게 복귀한다.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파격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라 적폐청산 수사의 칼을 휘두른다. 반면 윤갑근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자 검찰을 떠난다.

윤 변호사가 그간 총선 출마 등 이미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만큼 윤석열 변호인단에 합류한 데는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에 대해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무조건 폄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적인 의리와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계엄 내란 사태의 진실을 왜곡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역사의 법정에서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윤갑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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