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서부지법 습격 폭도들, 인생 엿된 기분이 어때?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살다살다 이렇게 하찮은 이유로 자기 인생을 난도질하는 종족들은 처음 봤다. 19일 새벽 서부지법을 습격한 폭도들 말이다. 거기서 휘두르고 깨부수고 할 때에는 뭐라도 된 듯 싶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실전이다. 동영상과 사진을 보니 정신 나간 젊은이들이 적지 않던데 지금 소감이 어떤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베 같은 곳에서 악플 달던 종자들? 거기서는 항우나 여포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전투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막상 고소를 당해보라. 눈물 질질 짜며 처참할 정도로 살려달라고 싹싹 빈다.

커뮤니티를 보니 체포된 폭도들 중에 윤상현에게 문자를 보내 살려달라고 비는 애들도 나왔단다. 그런데 윤상현은 미국으로 튀었다. 윤상현이 너를 구해 주겠냐? 인생은 실전이라고, 니가 이제부터 마주할 현실을 직시해라.

도대체 얘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이렇게 독특한 방법으로 죽으려고 용을 쓰는 자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학문의 힘이다. 이들의 정신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인지부조화 이론을 살펴볼 참이다.

이 이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을 하나 해 보자. 나는 두뇌 구조상 종교를 갖기가 매우 어려운 사람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내가 자발적으로 신을 믿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와서 “100억 원을 줄 테니 신을 믿으라”고 유혹을 했다고 치자. 그리고 그 100억 원의 유혹에 내가 홀라당 넘어갔다고 치자. 그래서 내가 신을 믿기 시작했단 말이다. 그것도 아주 열성적인 신도가 됐다고 해보자.

죽기 직전 우리 아이들이 내 손을 꼭 잡고 물어본다. “아빠,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주셔요. 아빠는 정말 그 신을 믿었던 건가요?” 이때 내가 뭐라고 답을 할까? 내 답은 뻔하다. “미쳤냐? 믿긴 뭘 믿어. 돈 때문에 그랬던 거지!”

이까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다른 가정을 해보자. 내가 종교를 믿기 어려운 사람인 건 똑같은데 누군가 나에게 와서 “100만 원을 줄 테니 신을 믿으라”고 유혹을 했다. 내가 가난한 편이긴 해도 100만 원에 홀라당 넘어갈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다.

그런데 마침 그 시기에 그 돈이 너무 필요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100만 원을 받은 뒤 신도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평생 그 종교 신도로 살았다.

그리고 죽기 직전 우리 아이들이 또 내 손을 꼭 잡고 물어본다. “아빠, 이제 진실을 이야기해주셔요. 아빠는 정말 그 신을 믿었던 건가요?” 이때 내가 뭐라고 답을 할까? 이때의 답은 이랬을 것이다.

“당연하지. 너희들 설마 아빠가 100만 원 때문에 신념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 믿은 신은 진짜로 존재해. 내가 직접 그분을 만났어. 그러니까 내가 그분을 믿은 거야!”

좀 변형을 하기는 했지만 이건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실제 실험 내용이다. 인간의 뇌는 자기의 생각과 현실을 본능적으로 일치시키려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자기 생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부조화 상태’라고 부른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이런 부조화 상태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조화를 조화로 만들기 위해 뇌가 작동을 한다. 자기 생각을 고치건, 현실을 왜곡하건 둘 중 하나를 해야 부조화 상태가 해소되는 것이다.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현실 왜곡을 선택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이 너무 하찮아지기 때문이다. 대신 현실을 머릿속에서 조작해 조화 상태를 만든다. 정신승리를 하는 자들의 심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종교를 갖기 어려운 나’의 경우도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다. 나는 종교를 갖기 어려운 신념이 있다. 그런데 이때 돈으로 유혹을 받았다. 그래서 종교를 가졌다. 내 신념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런데 받은 돈이 100억 원쯤 되면 ‘이 정도 돈이면 내 신념을 꺾을 수 있지’라는 설득력이 생긴다. 그래서 이때의 나는 “내가 진짜 종교를 받아들인 게 아니라 받아먹은 돈이 워낙 커서 내 신념을 꺾은 거야”라고 진실을 말할 수 있다.

반면 받은 돈이 100만 원밖에 안 되면 고작 그 돈에 내가 신념을 꺾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남들에게 말할 수 없다. 이건 너무 쪽팔린 일이기 때문이다. 이 부조화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내가 신을 만났어!”라는 식으로 현실을 왜곡해버린다. 신을 만나긴 개뿔을 만났겠냐? 꼴랑 100만 원에 신념을 꺾은 주제에!

한심한 인생들의 종말

내 짐작이지만 서부지법 폭도들은 평소 사회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인정도 못 받는 찌질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같은 곳에서 욕 좀 하면 애국자라고 칭송을 받는다. 여기서는 빨갱이니 조선족이니 하는 멸칭을 마음껏 써도 괜찮다. 그러다 오프라인 집회에 나가보니 전광훈 따까리들이 “애국 백골 청년들이 왔다”며 치켜세운다. 이걸 또 머리 나쁜 얘들은 칭찬으로 듣는다. 기분 째지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표지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파손되어 있다. 2025.01.19 ⓒ뉴시스

단지 그 이유만으로 폭도 짓을 한 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인지부조화 과정이 작용한다. 얘들이 받은 거라곤 고작 “우리 소중한 백골 애국 청년들”이라는 우쭈쭈 뿐이다. 받은 게 한 10억 원쯤 되면 ‘그래 내가 돈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거야’라고 솔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유가 고작 그 우쭈쭈 덕분이라면, 그렇게 설명하기에는 이유가 너무 짜치다.

이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다.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서부지법 판사도 빨갱이, 경찰도 빨갱이, 검사도 빨갱이, 공수처도 빨갱이! 그러니 저 빨갱이 소굴을 박살내자! 나는 애국자다~! 신이 나서 폭도로 돌변을 한다.

이제 현실의 시간이다. 우쭈쭈 받을 때에는 좋았겠지. 하지만 당장 변호사부터 선임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몇 백만 원 깨진다. 얘들? 그런 돈이 있는 애들이 아니다. 거기다가 변호사를 선임해도 별 효과도 없을 거다. 법원을 박살냈는데 판사가 니들을 봐주겠냐? 니들이 직접 박살을 낸 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텐데?

안 그래도 불쌍한 인생, 빨간 줄이 그어지면 뭐가 되겠냐? 법원이 구상권도 행사한단다. 그때가 되면 얘들의 인지부조화는 더 강해져 현실을 또 왜곡할 거다. ‘나는 진짜 그때 애국을 한 거야’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나이를 먹고 더 과격한 폭도가 될 거다.

너희들은 나중에 늙어서 자식들에게 “내가 2025년 1월 19일 서부지법을 습격한 그 영웅이다!”라고 자랑도 못한다. 왜냐고? 니들이 결혼은 하겠냐? 벌써 온라인에 니들 얼굴이 다 박제돼서 돌아다니던데? 그래서 지금 기분이 어때? 아직도 막 영웅이 된 것 같고 그래? 진짜 올해 지랄이 대풍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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