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괴물'... 현대사의 쓰레기"

 [이 사람, 10만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25.01.31 06:50l최종 업데이트 25.01.31 06:50l 김병기(minifat)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김병기

▲ [이 사람, 10만인] “얼빠진 ‘국힘’, 보수의 종말이 눈앞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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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아집, 박정희의 독선, 전두환의 폭력성, 이명박의 교활성, 박근혜의 무지. 이런 역대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이어받은 것 같아요."

우리 근현대사의 인물을 깊이 있게 탐구해왔던 노학자는 단호했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평전 50여 권을 펴낸 '평전의 대가' '인물 연구의 대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의 말이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이라는 '괴물'은 현대사의 쓰레기"이고, "세계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빈 깡통"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김 전 관장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를 만났다. 김 전 관장은 최근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과 사상, 열정과 고뇌를 담은 첫 실록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달빛서가 출판)를 펴낸 뒤에도 '광복 80주년 명문80선'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의 숲] 장서 3만5000여권, 가혹할 정도의 독서와 집필 노동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하루에 8시간씩 책 속에 파묻혀 산다. ⓒ 김병기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원고를 쓰고 있다. ⓒ 김병기

김 전 관장의 자택은 작은 도서관이다.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천정까지 닿은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책에 압도된다. 장서가 무려 3만 5000여권. 웬만한 동네 도서관보다 많다. 4개의 방과 거실 벽면의 책장에 가득한 책들. 부엌과 화장실을 빼고는 온통 책이다. 거실 바닥에도 수천 권의 책들이 수북하다. 아파트 바닥이 무너질지도 몰라서 무게를 분산하기 위한 비상 조치였다.

그의 집필실은 책으로 둘러싸인 소파 위 두세 뼘 남짓 되는 자리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앉을만한 공간이다. 책상은 따로 없다. 그의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박힌 굳은살은 책 더미 위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 한자씩 채워 넣는 노동의 흔적이다. 이 원고를 1차 교열해서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은 딸의 몫이다.

82세.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간 살아온 삶과 학문을 조용히 관조하는 인생의 황혼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허리께까지 차오른 책 더미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책의 숲엔 작은 오솔길도 나 있다. 독재정권 시절의 고문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에 몇 번씩 이 오솔길을 오가며 8시간씩 앉아서 독서를 하고 집필을 한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170여권의 저서가 따라붙는다. 오마이뉴스에 '김삼웅의 인물열전'을 연재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17년째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써왔다. 이게 가능했던 건 방대한 독서량과 가혹할 정도로 왕성한 집필 노동 때문이다.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거실 통유리창을 배경으로 안경을 쓴 채 고즈넉하게 집필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책 속에 파묻힌 그 자체가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물탐구① : '괴물' 윤석열] "빈 깡통뿐인 형이하학적 잡배"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김병기

김 전 관장과 마주앉아 지난 1월 9일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광복 80주년 명문 80선'(https://omn.kr/2bswf)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이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전 관장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잔혹한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 광복된 지 80주년이 되었다"면서 그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지난 80년은 다른 나라 같으면 800년에 해당하는 그런 시공이었요, 해방, 분단, 전쟁, 백색 독재, 4.19 혁명, 박정희 쿠테타, 전두환 폭동, 민주화, 문민정부 정권 교체... 800년 가까운 시간에 일어날 사건을 80년 동안에 겪으면서 후진 국가에서 중진 국가, 선진국으로 들어서는 문턱에 윤석열이라는 괴물이 나타나서 헌정을 짓밟고 국가를 불안과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래서 80년 동안에 우리 사회를 바꾸거나 현실을 냉혹하게 비판하거나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 있는 글을 모아 전하고 있습니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정권이 폭주를 하면서 대북관계, 특히 '국지전' 등의 변고가 생기지 않을까 항상 새벽에 뉴스를 틀었다"면서 "다음날 새벽 12.3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미망에 빠진 몽상가가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권력 중독자가 자신을 망치는 것은 둘째 치고 국가 사회를 이렇게 위기로 몰아넣을 줄은 미처 상상을 못했다"고 개탄했다.

근현대사 인물탐구를 해 온 김 전 관장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어떤 기질이 이런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김 전 관장은 "권력 중독이 강한 윤석열은 이승만의 아집, 박정희의 독선, 전두환의 폭력성, 이명박의 교활성, 박근혜의 무지 등 부정적인 측면만을 이어받은 것 같다"면서 "빈 깡통 속에 극우 이데올로기를 채워넣은 윤석열과 그의 추종자들, 수구 엘리트 집단 등 형이하학적 잡배들은 극우의 틀 속에 갇혀서 빈 깡통을 채워나갔다"고 비판했다.

[인물탐구② : 고대사의 '장님무사']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법꾸라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병기

김 전 관장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쿠데타를 일으켰던 전두환과 박정희도 그럴듯한 속임수로 이유를 만들었는데, 결국은 탐욕스러운 권력욕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비유했다.

"성서나 불경을 읽으려고 촛불을 훔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죠. 윤석열과 그 집단들은 북한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고 거사를 했다는 망언을 퍼붓는데, 이를 위해 헌법까지도 헌신짝같이 버린 대통령이죠. 폭력 정치 대통령이 있었지만 검찰 출신이 실정법을 위배하고, 조롱하고, 역행하는 사례는 초유입니다. 법꾸라지, 법비, 법을 악용하는 비적과 같은 이런 행태는 제가 공부했던 우리 현대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드뭅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엎은 아돌프 히틀러 같은 자들이 성서를 읽기 위해서 촛불을 훔친다는 걸 정당화시키려고 유태인들을 600만 명이나 박해하고 살상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런 유전자에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의 유전자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고려 무신 정권 시절의 정중부 뒤를 이은 경대승이라는 인물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중부보다는 한참 모자란 친구인데, 자신을 추종하는 100여 명을 국가 요직에 앉히고 도방정치를 했던 인물이며, 무속도 아닌 무당에 경도됐던 정치인"이라는 설명이다.

김 전 관장은 "명태균이 '장님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말을 했는데, 그야말로 근거 없이 부정선거론을 맹신하고, 헌법상 기관인 국회와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무지몽매함이 경대승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시대를 완전히 역행하는 반동이며, 지금도 이를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추종자들을 '더듬이를 잃은 곤충'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더듬이를 잃은 곤충은 곤충으로서 비극적이죠. 생존 자체를 부정하는 거거든요.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형이하학적 무리들을 곤충에 비교하면 더듬이를 잃은 집단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시대탐구① : 파시즘 말기] "한 편의 비극성 희극 드라마... 현대사 쓰레기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김병기

김 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2023년 8월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파시즘' 초입... 망치 들고 반대세력 패고 있다" (https://omn.kr/25icc)고 일갈한 바 있다.

이번에 만난 김 전 관장은 "파시즘의 말기, 독일로 치면 2차 대전에 패망해서 히틀러가 자신의 애첩과 함께 수상 관저 지하실에서 자살하기 직전 상황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히틀러의 권력은 종언을 고했는데, 그런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력을 2000년대 대한민국 위정자가 모방했다"고 해석했다

"헤겔이 말했죠. 역사는 되풀이 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우리는 그간 많은 비극을 겪었는데요, 이제 정상으로 발전할 시점이죠. 12.3 쿠데타 양상을 보면, 윤석열은 마치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냐'고 허튼 소리를 합니다. 망상에 사로잡힌 빈 깡통이 구상한 한 편의 희극 드라마, 사실 비극성 희극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호처를 동원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막았고, 그의 추종자들은 서울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백골단'을 국회로 들이고, 폭동을 '성전'으로 비유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있다. 김 전 관장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승만 시대에 백색테러를 자행했던 서북청년단과 대동청년단,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전두환 시대의 백골단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 전 관장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에도 '일왕 만세'를 부르고, 창씨 개명을 하고, 손가락을 잘라가면서 일본군이 된 반역자들, 언론계에 기레기가 있듯이 우리 사회 도처에 인간 쓰레기들이 있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근저에서 서식하는 형이하학적인 잡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니라 현대사의 쓰레기들"이라고 일축했다.

"참, 한심하고 얼빠진 언행들을 보면서 우리 보수 세력의 종말이 이런 식인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시대탐구② : 새 역사] 키세스단과 의열단... "신채호 정신"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했다.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으로 간 농민단체의 손을 잡아준 것도 젊은이들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차디찬 아스팔트 광장에서 은박지를 뒤집어쓰고 버틴 '키세스단'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 후대의 사가들은 이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김 전 관장은 "서부지법 폭동 사건에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한 것을 보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자들은 무단 정치 때에도,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청년들이 애국, 독립을 위해 광복군과 의열단에 가입해서 피흘리며 투쟁하며 역사를 지킨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관장은 이어 "무고한 유대인들을 죽인 나치 집행관들은 하나같이 히틀러나 아이히만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최근 윤석열의 지시에 따른 군 사령관이나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역사는 나치를 엄단했고, 지금 '양의 탈'을 쓴 윤석열의 잔당들도 엄단해야만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할까? 김 전 관장은 "신채호 정신"이라고 단언했다.

"바르게 살고, 바르게 쓰고, 바르게 행동하는 단재 신채호와 같은 삶이죠. '필부유책' (匹夫有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책임은 권세가 높은 사람,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필부'들, 즉, 소시민, 일반시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의 책임이라는 말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의 책임은 시민에게 있습니다."

김 전 관장은 "현대에 와서 역사를 가르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특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 관련 정부의 기관장에 뉴라이트 계열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내가 평전을 썼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고, 최근에 단재 신채호 선생을 주역으로 한 첫 소설인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펴낸 것도 좀 더 일반 독자나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서적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 "사실 90%, 가공 10% 실록 소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최근에 낸 첫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들고 있다. ⓒ 김병기

김 전 관장은 "이 책은 90%의 사실과 10%의 가공이 들어간 실록소설"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다음과 같이 썼다.

"단재 신채호 평전(2005년)을 쓴 바 있고, 단재 신채호 전집(1995년)을 출간한 적도 있고, 논문도 몇 편 썼고... 그럼에도 여전히 다 담지 못한 사연이 켜켜이 쌓였다. 활자나 문장 너머에 있는 단재 선생의 생각과 모습을 찾고 싶은 욕망도 그만큼 쌓였다. 러시아, 만주, 대만을 거치는 긴 망명 기간, 8년여의 혹독한 감옥살이라는 '문자 없는 공간'을 메우고 싶었다. '전집'과 '평전'의 주석 대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싶었다."

김 전 관장은 "감히 역사를 들먹여서는 안 될 자들까지 자신의 행위를 역사에 맡기겠다는 따위의 말을 곧잘 하는 데, 역사는 그렇게 만만한 쓰레기통이 아니다"면서 "독재자들의 행위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자들, 역사와 민심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역사의 필주(筆誅. 남의 허물이나 죄를 글로 써서 꾸짖음)를 받고 하늘의 징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채호 선생은 평생을 반제·반봉건·반식민 투쟁의 전위가 되면서도 '그 이후'를 대비하여 무강권·무지배·무착취의 아나키적 이상을 추구했던 사상가"라며 "온갖 역경 속에서도 청고한 기품과 기상을 잃지 않으면서 엄숙하고도 순정한 노력으로 언론·사학·독립운동에서 일가를 이루고 사생활이 근검하고 엄결하여 선비의 환생을 보여주신 분"으로 평가했다.

김 전 관장은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을사년인 올해는 단재 선생이 가장 비통하게 여겼던 을사늑약의 이주갑(을사 늑약 120년) 되는 해입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이 때문이 유래가 됐는데, 지금 또 다른 을사 역적들에 의해서 민주 헌정이 짓밟히고 있죠. 당시의 치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신채호 정신으로 국민이 깨어 있고, 더불어함께 사는 세상, 정의가 살아있는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삼웅 전 관장은 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 제7대 독립기념관장, 성균관대학 겸임교수, 민주화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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