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조롱한 '박근혜 세력'…분노는 움직인다
12일, 박근혜 정국과 대한민국 미래의 분수령
박세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도심 촛불집회가 박근혜 정부 들어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촛불 집회가 향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청와대와 친박계 등 '박근혜 세력'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12일 촛불집회와 관련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행진 경로의 최종 집결지를 경복궁역 삼거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이번 촛불집회에 최대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16만 명에서 17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정권 내부에서는 "20만 명을 예상한다"는 보고가 올라갔다는 말이 들린다.
가깝게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쇠고기 파동 때 모였던 최대 인파(7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멀게는 1987년 6월 항쟁 수준에 준하는 인파가 몰릴 수 있다. 당시에는 비공식적으로 약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김부겸 등 야권 대선주자들도 총출동한다. 심지어 새누리당 비박 진영 의원들조차 촛불집회 참석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비박 진영 의원들이 주축이 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느끼는 국민들 목소리는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런 점을 생각하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시위 현장을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일부 '친위대'를 자처하는 친박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치 세력이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촛불집회 조롱하는 '박근혜 세력'들…시민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권 세력의 태도는 안하무인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2선 퇴진은 물론 탈당 요구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친박계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국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자리에서 "대통령은 헌법과 관련된 권한에 있어서는 포기할 수 없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정치적 해법으로 박 대통령이 본인의 권한을 새로 구성될 내각에 전폭 이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친박계는 촛불집회에 대해 조롱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진정모 소속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친박 '돌격대'로 불리는 김태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촛불집회 참여는) 시민단체나 일반인들이 하는 짓"이라며 "(국회의원이) 집회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해 '짓'이라고 표현한 게 논란을 일으키자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고자 한 것이 '하는 짓'으로 잘못 전달된 것 같으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야당과 일부 단체들이 차량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실어나르며 집회에 참여토록 한다고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학생들을 동원한다는 것으로 촛불 집회 배후에 '불순한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 사무총장은 "자발적 참여는 보장돼야 하지만 교육부 등 관계당국은 위법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벌써부터 '위법성'을 운운하고 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중고생혁명지도부'라는 단체가 내건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는 내용의 펼침막 사진을 제시하고 "지난 11월 5일 민중 총궐기 사전 집회에서 나왔던 것인데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어떻냐. 법무부 장관은 나라가 이 꼴이 되가는데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워내자', 저게 바로 북한식 표현이다. 중고생이 나와서 저러고 있는 저 배후에는 종북주의 교사가 있지 않겠느냐"고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학생이 고등학생이 아니며, 과거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했었다는 이력을 제시하며 "더 길게 설명할 필요 있나. 중고생연대에 대해 이적단체 조사를 해 보라"고 다그쳤다.
김 의원은 나아가 "북한은 지금 모든 매체를 동원해서 그날 다 끝장 내라. 11월 12일 다 끝장 내라고 선동을 하고, 16년동안 안하던 난수표방송까지 재개해서 남한에 좌익 간첩들 총궐기 지령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성난 촛불 민심이 결국 정국을 이끌어갈 것
촛불집회를 '짓'으로 표현하고, '배후'에 의해 동원된 사람들로 표현하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간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지금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에 그치고, 20-30대 지지율이 1%를 넘나드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2일로 예정된 촛불집회와 관련해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도 "국정에 대한 혼란과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회가) 총리 추천을 조속히 해주시고 많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국정 공백의 탓을 마치 국회에 떠넘기고 있는 듯한 태도다. 이같은 안이한 태도가 결국 대규모 촛불 집회 상황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일 대규모 촛불집회는 정치권은 물론, 검찰, 법원, 공직 사회 등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은 새누리당 지도부 퇴진 등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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