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와 좀비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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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와 좀비 전문가
이권에 영혼 판 전문가 조력 있어 국정농단 가능, 언제든 되살아나
절차와 과정 책임 있는 전문가와 공직자 눈 감으면 제2의 최순실 되풀이
» 10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 하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나라가 부끄러움에 잠겼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최순실 일가와 새누리당과 집권세력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죄진 사람은 죄를 감추고 미루느라 바쁘고, 부끄러워하는 건 국민이다.
몇 사람이 주무른 나라 꼴은 참담했다. 어느 한구석 제대로 집행된 나랏일이 없고 그렇게 국정이 농단 되는 동안 나라 곳간은 비워지고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통일과 역사마저 뒤틀리고 망가졌다. 망가진 나라에서는 세월호 가족과 백남기 농민뿐 아니라 우리 모두 나라 없는 국민이었다.
»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10월27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믿기 힘들다. 어느 음모적 상상력도 벌어진 추태를 따라갈 수 없다.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제일의 빈곤에 신음하고 취업을 준비할 비용조차 없는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세계 제일의 낮은 출산율에도 애들 보육비는 지원할 수 없다는 가난한(?) 나라에서 한 개인이 빼돌린 돈은 최소 수천억, 수조 원에 이른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벗겨진 프라다 신발 때문에 악마라 불리는 최순실로 인해, 위태위태하던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고 있다.
» 서강대 학생들이 10월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문에서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그럼에도 이번 국정 농단의 주역은 박근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손에 맡긴 건 허수아비였던 박근혜다. 박근혜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라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작 궁금한 건 박근혜의 꿈이다. 오천만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아 이루고 싶었던 꿈이 겨우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제멋대로 넘겨줘도 되는 청와대 열쇠가 아니다. 그 열쇠의 주인은 박근혜가 아니라 오천만 국민이기 때문이다.
»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검찰 직원과 시민단체 회원, 취재진과 뒤엉키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어도 최순실이 감옥에 가도 이 사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전능해 보이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뒤에는 이를 조력해온 “혼이 비정상”인 정책당국자와 전문가가 있다.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이며 문체부의 이권 사업에만 개입한 게 아니라 국방, 통일, 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국정 농단을 할 수 있었던 건 눈앞의 이권에 영혼을 팔아버린 전문가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들 중 우병우나 차은택이나 안종범을 골라내 처벌한다고 해도 언제든 영혼을 팔 준비가 된 전문가 집단은 좀비처럼 살아나곤 한다.
» 녹조가 쏟아져 나오는 낙동강 창녕 함안보의 지난 여름 모습. 창녕/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가뭄이 들면 가뭄이 드는 대로 홍수가 나면 홍수가 나는 대로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끊임없이 문제만 드러내는 4대강이 그 좋은 예다. 이제 보를 트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4대강도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건설될 수 없었다(4대강 이렇게 만든 전문가, 이들입니다).
4대강뿐 아니다. 경제성도 없고 환경파괴의 위험이 큰 경인 운하를 수십년간 정권을 바꿔가며 집요하게 추진해온 이해집단 뒤에도 이권에 눈이 먼 전문가와 정책당국자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반대에도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된 경인아라뱃길은 예상한 대로 대규모 환경파괴와 빚만 국민에게 남겼다(경인 운하, 적자·생태계 교란 ‘이중고’).
나라 도처에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몇몇의 이해를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빚만 떠안긴 사업이 수두룩하다. 시민사회가 정책 실명제를 통해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직자와 전문가가 지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렇게 국정을 제 이해와 맞바꾸는 공무원과 전문가가 있는 한 제2, 제3의 최순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 이명박 정부가 2조6000여억원을 들여 개통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웬 강남 아줌마가 국정에 개입했다”고 개탄한 유승민 의원은 이미 최순실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다. 최순실의 문제는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국정에 개입해 절차를 무시하고 국정을 주무른 것이다.
최순실이 강남구민이거나 아줌마여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최순실이 절차와 과정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수많은 절차에 관여하고 있던 전문가와 공직자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국정에 참여하는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더 많은 시민이 국정에 참여하고 국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막아낼 수 있는 힘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정치인, 언론인, 전문가가 나서 아줌마, 무속인, 운동선수가 국정에 참여한 게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정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최순실이어도 전문가여도 대통령이어도 문제의 본질이 달라질 건 없다.
»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크다. 기성세대는 삶에 쫒기고, 젊은이는 미래에 치여 제 권리를 번연히 남이 도둑질 해가는 줄도 몰랐다는 후회로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으로 전국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은 오늘도 촛불을 켠다.
주권자인 국민이 들어 올린 촛불로 우리 국정 곳곳을 비춰 제 역할을 놓고 있던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전문가가 드리운 어두움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절차와 과정 책임 있는 전문가와 공직자 눈 감으면 제2의 최순실 되풀이
» 10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주최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근처에서 경찰과 대치 하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나라가 부끄러움에 잠겼다.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다. 최순실 일가와 새누리당과 집권세력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죄진 사람은 죄를 감추고 미루느라 바쁘고, 부끄러워하는 건 국민이다.
몇 사람이 주무른 나라 꼴은 참담했다. 어느 한구석 제대로 집행된 나랏일이 없고 그렇게 국정이 농단 되는 동안 나라 곳간은 비워지고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통일과 역사마저 뒤틀리고 망가졌다. 망가진 나라에서는 세월호 가족과 백남기 농민뿐 아니라 우리 모두 나라 없는 국민이었다.
»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10월27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소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믿기 힘들다. 어느 음모적 상상력도 벌어진 추태를 따라갈 수 없다.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제일의 빈곤에 신음하고 취업을 준비할 비용조차 없는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세계 제일의 낮은 출산율에도 애들 보육비는 지원할 수 없다는 가난한(?) 나라에서 한 개인이 빼돌린 돈은 최소 수천억, 수조 원에 이른다. 검찰에 출두하면서 벗겨진 프라다 신발 때문에 악마라 불리는 최순실로 인해, 위태위태하던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국민을 광장으로 이끌고 있다.
» 서강대 학생들이 10월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문에서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그럼에도 이번 국정 농단의 주역은 박근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손에 맡긴 건 허수아비였던 박근혜다. 박근혜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가 아니라 최순실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작 궁금한 건 박근혜의 꿈이다. 오천만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아 이루고 싶었던 꿈이 겨우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제멋대로 넘겨줘도 되는 청와대 열쇠가 아니다. 그 열쇠의 주인은 박근혜가 아니라 오천만 국민이기 때문이다.
»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검찰 직원과 시민단체 회원, 취재진과 뒤엉키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어도 최순실이 감옥에 가도 이 사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전능해 보이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뒤에는 이를 조력해온 “혼이 비정상”인 정책당국자와 전문가가 있다.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이며 문체부의 이권 사업에만 개입한 게 아니라 국방, 통일, 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국정 농단을 할 수 있었던 건 눈앞의 이권에 영혼을 팔아버린 전문가들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들 중 우병우나 차은택이나 안종범을 골라내 처벌한다고 해도 언제든 영혼을 팔 준비가 된 전문가 집단은 좀비처럼 살아나곤 한다.
» 녹조가 쏟아져 나오는 낙동강 창녕 함안보의 지난 여름 모습. 창녕/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가뭄이 들면 가뭄이 드는 대로 홍수가 나면 홍수가 나는 대로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끊임없이 문제만 드러내는 4대강이 그 좋은 예다. 이제 보를 트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4대강도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건설될 수 없었다(4대강 이렇게 만든 전문가, 이들입니다).
4대강뿐 아니다. 경제성도 없고 환경파괴의 위험이 큰 경인 운하를 수십년간 정권을 바꿔가며 집요하게 추진해온 이해집단 뒤에도 이권에 눈이 먼 전문가와 정책당국자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반대에도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된 경인아라뱃길은 예상한 대로 대규모 환경파괴와 빚만 국민에게 남겼다(경인 운하, 적자·생태계 교란 ‘이중고’).
나라 도처에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몇몇의 이해를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빚만 떠안긴 사업이 수두룩하다. 시민사회가 정책 실명제를 통해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직자와 전문가가 지도록 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렇게 국정을 제 이해와 맞바꾸는 공무원과 전문가가 있는 한 제2, 제3의 최순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 이명박 정부가 2조6000여억원을 들여 개통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웬 강남 아줌마가 국정에 개입했다”고 개탄한 유승민 의원은 이미 최순실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다. 최순실의 문제는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국정에 개입해 절차를 무시하고 국정을 주무른 것이다.
최순실이 강남구민이거나 아줌마여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최순실이 절차와 과정을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수많은 절차에 관여하고 있던 전문가와 공직자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국정에 참여하는데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더 많은 시민이 국정에 참여하고 국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막아낼 수 있는 힘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정치인, 언론인, 전문가가 나서 아줌마, 무속인, 운동선수가 국정에 참여한 게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정이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가 최순실이어도 전문가여도 대통령이어도 문제의 본질이 달라질 건 없다.
»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시민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크다. 기성세대는 삶에 쫒기고, 젊은이는 미래에 치여 제 권리를 번연히 남이 도둑질 해가는 줄도 몰랐다는 후회로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으로 전국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은 오늘도 촛불을 켠다.
주권자인 국민이 들어 올린 촛불로 우리 국정 곳곳을 비춰 제 역할을 놓고 있던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전문가가 드리운 어두움을 몰아내기 위해서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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