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만명 촛불집회 마무리,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경고

[11·26 촛불집회]190만명 촛불집회 마무리,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경고

정희완·노도현·이유진·이진주·허진무·김원진 기자 roses@kyunghyang.com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촉구’ 제5차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전국에서 190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마지막 경고’를 날린 자리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9시40분 기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 150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사상 최대 인원인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 총 190만명이 집결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눈과 비가 내리는 등 춥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인원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의 수사 내용을 ‘사상누각’으로 폄훼하며 조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2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부산, 광주, 춘천,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박근혜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횃불’을 들었다. 이후 안전을 우려해 횃불을 껐지만, 꿈적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답답함을 보여준 장면이다.
10대부터 70대 이상 노인들까지 거리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로 빼곡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한 본집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유발언에 나선 한 남성은 “첫눈이 하얗게 내렸는데 박 대통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물러나라’를 5번 외쳐달라”며 “애 태우고 속 태우는 박근혜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인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인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가수 안치환, 양희은씨가 무대에 올라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를 부르자 시민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보였다. 오후 8시에는 저항의 의미에서 ‘1분 소등’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광화문광장 일대가 암흑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는 가운데 8시 정각 촛불을끄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는 가운데 8시 정각 촛불을끄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시민들은 본집회 전 오후 4시부터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이 허용된 오후 5시30분이 되자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본집회 이후에는 자하문로와 경복궁역 인근 내자동 로터리, 동십자각 등을 지나는 사직로·율곡로가 시민들의 행렬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경찰은 통의동 교차로와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에 차벽과 경력을 배치하고 시민들과 대치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많은 인파가 청와대 인근까지 모였으나 연행자와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시민의 경찰의 폴리스라인 앞에서 ‘박근혜 물러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이유진 기자
한 시민의 경찰의 폴리스라인 앞에서 ‘박근혜 물러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이유진 기자
시민들은 대치하는 과정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자유발언을 했다. 경기 고양에서 온 중3 학생은 “저는 어리지만 역사속 한 장면을 함께하고 싶어서 나왔다”며 “우리의 함성 소리를 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내려가길 바란다. 날도 춥고 발도 시려운데 집에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온 한 시민은 “어느사이 기성세대라고 후배들한테 욕을 먹기도 하고,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세월호 7시간은 우리 모두가 끝까지 잊지말고 밝혀야 한다. 우리는 법을 지키고 법의 보호를 받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왜 경찰은 박근혜와 비아그라를 지키고 있느냐”고 했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은 박 대통령을 지목해 “2016년이 지고 있는데, 한명이 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는데, 이것은 산불이다. 바람이 불수록 더 커진다”라고 했다. 
삼청로에서 광화문까지 배치된 경찰 버스 20여대에는 박 대통령의 긴급체포를 촉구하는 체포영장이 붙기도 했다. 시민들이 붙인 체포영장에는 ‘박근혜는 모든 것을 무시하는 바보’‘왜 태어났니’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26일 경찰 버스에 붙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 이유진 기자
26일 경찰 버스에 붙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 이유진 기자
26일 경찰 버스에 붙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 이유진 기자
26일 경찰 버스에 붙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 이유진 기자
이날 집회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후 10시 세움아트스페이스 인근 삼청로에 모인 시민들은 스마트폰 플래시와 촛불이 들고 함성을 지른 뒤 촛불 파도타기를 진행했다. 내자동 로터리 인근에서는 음악 소리에 맞춰 시민들이 몸을 흔들기도 했다. 
‘꽃 스티커’로 도배된 경찰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보였다. 이 스티커는 경찰 차벽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붙인 것이다. 시민들이 버린 촛불을 모아 손질한 뒤 다른 시민들에게 나눠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지난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의 ‘꽃 스티커’로 도배된 경찰의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진주 기자
시민들의 ‘꽃 스티커’로 도배된 경찰의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진주 기자
26일 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마련해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 이진주 기자
26일 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봉투를 마련해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 이진주 기자

시민들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로운 5차례의 대규모 촛불집회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사상 최대의 이날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청와대 안 권력자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2016년 11월 26일 오후 11시 박 대통령은 여전히 청와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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