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3대선, 사전투표장 유권자의 민심은? “계엄 심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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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강산 기자
- 승인 2025.05.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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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본 유권자의 민심, 핵심 키워드는 ‘비상계엄’과 ‘민주주의’
“비상계엄은 선을 넘었다”…기호 1번에 쏠린 표심
중도·무당층의 움직임...계엄이 판단 기준이 되다
이탈한 보수층과 고립된 2번 지지자들
“이념보다 민주주의”…6.3대선의 프레임
‘계엄 대선’, 유권자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종로에서 본 유권자의 민심, 핵심 키워드는 ‘비상계엄’과 ‘민주주의’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난 29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본지는 30일 서울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취재에 응한 18명 중 14명은 정권교체를, 4명은 정권연장을 희망했다.
유권자들의 발언에서 드러난 공통된 정서는 단 하나였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것이다.
“비상계엄은 선을 넘었다”…기호 1번에 쏠린 표심
3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정권교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계엄”과 “내란”이었다.
30대 초반 여성은 “교과서에서만 봤던 계엄을 직접 보게 된 충격이 크다”며, “국민에게서 정치적 자유를 빼앗고 맘대로 제재하겠다는 발상이 무섭다”고 말했다.
80대 남성은 “계엄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윤석열의 내란은 정말 비극”이라고 울먹였다.
70대 남성 역시 “복잡한 건 모르겠지만, 윤석열이 나쁜 사람인 건 알겠다”며 정권교체를 희망했다.
40대 중반 여성은 “내란에 동조한 당에 어떻게 표를 주나”라고 일갈했고, 30대 초반 남성은 “이번 대선은 불법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이 이유다. 그럼 어딜 찍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계엄령 사태에 대한 충격과 분노는 특정 연령이나 정치 성향을 초월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크게 움직인 요인이었다.
중도·무당층의 움직임...계엄이 판단 기준이 되다
이번 출구조사에서는 중도 성향이나 무당층을 자처한 유권자들 역시 대거 정권교체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후반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에 대한 반감으로 윤석열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비상계엄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40대 여성 유권자도 “원래 정당 지지도 없고 투표도 잘 안하지만, 이번엔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사전투표까지 나왔다”며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했다.
30대 남성 유권자 역시 “지지 정당은 없고 중도보수”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가 사익집단화된 걸 보면서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당 충성도가 낮은 층이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들은 ‘이재명 지지’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동기로 투표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의 성격이 반(反)권위주의적 대중행동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탈한 보수층과 고립된 2번 지지자들
정권연장을 선택한 유권자들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뚜렷한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나 사법리스크 때문에 지지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60대 남성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고, 30대 남성은 “안정적인 정치가 필요하다”며 정권연장에 투표했다.
60대 여성은 “김문수는 깨끗하고 청렴하다”며 정서적 지지를 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지는 정권 차원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반응과는 무관한 개별 후보 중심의 평가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는 투표의 근본 이유를 국가 위기, 민주주의 붕괴, 정권 책임론에 기반한 구조적 판단으로 설명했다.
즉, 정권연장 측은 상대적으로 고립된 판단 구조 속에서 표심을 결정한 반면, 정권교체 측은 시대적 정당성과 윤리적 책임이라는 공동의 문제의식 아래 결집된 경향을 보였다.
“이념보다 민주주의”…6.3대선의 프레임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조기대선은 전통적인 진보-보수 구도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이념보다 내란청산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우선시했고, 그 판단의 기준은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건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50대 여성 유권자의 발언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내 투표의 선택은 현 정부에 대한 어이없음이 크게 작용했다.”
20대 여성은 “윤석열이랑 국민의힘이 나라를 절단 냈다”고 말하며, “정권 가담자가 후보로 나오는 걸 보고 기함했다”고 말했다.
‘계엄 대선’, 유권자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번 조기대선은 단순한 정책 경쟁도, 이념 대결도 아니었다.
유권자 다수는 이번 선거를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표로써 말하고 있다. “계엄은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이 말은 단지 과거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앞으로 정치를 다시 세우기 위한 국민의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공은 개표장으로 넘어갔다. 민심은 이미 분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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