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태극기부대 자중지란 부른 '오락가락' 김문수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05.15 22:40

  • 수정 2025.05.16 08:30

  • 댓글 0

내란 사과하면서 윤석열에게 "자리 지켜달라"

김문수 스스로가 '내란 후보'임을 인증하는 꼴

석동현 영입, 정호용 해촉…'내란 이미지' 때문

국힘에서도…"윤석열 탈당 권유해야 하는데"

극우 유튜브 "내란 사과해서 얻은 것이 뭔지"

국힘 관계자 "TK 선거 운동 위기 상황 보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수호 및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5.5.15. 연합뉴스

'집토끼'(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무당층) 두 마리를 모두 잡으려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로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윤석열의 국민의힘 탈당 문제에 대해선 완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윤석열 출당 요구는 철저히 무시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의 친구이자 윤석열 변호인단에 속한 석동현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런가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예편 뒤 국방부 장관 등 역임)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부담을 느낀 듯 하루 만에 해촉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거듭된 계엄에 대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내란 후보'임을 자임하는 꼴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일부 극우 세력은 김 후보에 대해 '배신자'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당과 세력 내 통합도 없이 어설프게 대선판에 뛰어든 김 후보가 좌충우돌하면서 당과 지지층의 연결점이 끊어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설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비상대권이라도 경찰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적 대혼란이 오기 전에는 계엄권이 발동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두 차례 입장을 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 에이(A)>와 인터뷰에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중도 외연을 확장하려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후보의 말과 행동이 엇박자를 내면서 오히려 보수 세력이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거듭 사과했음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국민의힘에서 탈당시키지 않음으로써 중도 외연 확장의 여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계엄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헌법재판소가 '8대 0'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계엄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선 "헌재에 관한 것은 여러 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도 8대 0이었다. 만장일치를 계속하는 건 김정은(북한)이나 시진핑(중국) 같은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며 "대한민국은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는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김 후보는 계엄 사과와 반대로 윤석열의 탈당에 대해 선을 그어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의 탈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제가 '탈당하십시오, 마십시오' 이런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그는 전날인 14일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다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에게 "자리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직후 윤석열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고, 이에 윤석열은 "일단 당적을 유지하겠다"며 "선거에 유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라, 언제든 요청이 있으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가 직접 '윤석열 탈당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가 참석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친윤계'인 김기현·권성동·나경원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외면했다. 내란을 적극 옹호하지 못하니 침묵으로 내란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친윤계와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윤석열과 '절연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출당 찬반' 문자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5.12. 연합뉴스

그럼에도 김 후보의 행동은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고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가 이날 윤석열의 40년지기이자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석동현 변호사를 캠프에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석 변호사는 후보 직속7기 위원회 중 시민사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실제 그의 정치 지향은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자유통일당과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 변호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전력도 있다. 석 변호사는 지지에만 그치지 않고 김 후보에게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에도 석 변호사는 극우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출연해 "보수 우파 애국 시민들, 또 아스팔트에서 정말 애쓰시는 우리 시민분들을 다 이렇게 흡수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어제 (김문수) 후보님과 박대출 총장에게 얘기해서 다 동의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가 내란을 옹호한다는 것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 특전사령관 정호용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하루도 안 돼 인선을 취소한 것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1980년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3공수, 7공수, 11공수 여단을 투입해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혐의 등으로 1997년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다. 김 후보 쪽은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정호용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5·18 민주화운동과 12·3 내란 등으로 엮여 비판을 받자 뒤늦게 해촉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해촉으로 수습하려는 듯하지만, 정호용 위촉 시도로 김 후보의 내란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만 더 부각됐다.

김 후보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국민의힘과 아스팔트 극우 세력까지 분열시키고 있다. 결국 김 후보는 극우 세력을 흡수하는 것도 실패한 셈이다. 신해식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신의 한수>에서 "김문수 캠프에서 서류를 주고 자유통일당 이름으로 이재명 후보를 고발하라고 했다"며 "우리가 국민의힘 하청업체냐"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신 씨는 또한 "김 후보가 계엄을 사과하고 받아낸 것이 뭐냐"며 "(김 후보는)동정론, '윤석열 살리기' 표가 싹 빠졌다. 앞으로 (지지율이)더 빠질 것"이라고 했다. 신 씨의 이같은 발언은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 대한 김 후보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경우에는 제도권 정당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중도 이미지 구축'을 위해 마치 아스팔트 극우 세력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면서 반발이 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15. 연합뉴스

이처럼 김 후보가 내란과 극우세력과 완전히 결별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태도로 나서면서, '후보 교체 쿠데타' 이후 불거진 당의 분열은 전혀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 진영 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만큼 내홍을 수습하고 통합을 해야 하지만, 진영 내 갈등만 더 불거지는 모습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해결책도 마땅하지 않다. 김 후보가 내세운 '빅 텐트론' 역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당을 떠나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불출마 선언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전날(14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까지 '단일화가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사실상 그가 끌어안을 수 있는 세력은 자유통일당 전광훈 세력(아스팔트 극우 세력)과 무소속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정도만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급한 쪽은 김 후보다. 김 후보는 선거 첫날부터 전날까지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 지역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을 투어하며 거듭 '큰절'을 했다. 집중공략 지역이 아닌 '텃밭'에서부터 공식 유세 일정을 시작한 것은 당 분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만, 얼마만큼 지지층에게 호소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보수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다가 시민들에게 "꺼져라" "그만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야유를 받기까지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이준석 후보가 이틀간 TK와 부울경 지역을 집중 공략하면서 '집토끼' 잡기도 상당히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TK에서 선거를 시작한 자체가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석열과 결별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김문수, 전광훈, 황교안) 단일화 해봤자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전쟁은 안된다.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