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망 기로 일본 조선 승부수…차세대 연료선 공동개발
한승동 에디터
한국과 중국세에 밀린 일본 조선업계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의 활황으로 선박가격(선가)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조선업계도 향후 3년 정도의 수주 잔고는 채우고 있으나, 그 앞날이 불투명하다. 특히 선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 중국세에 기술 및 수주 모두 완전히 밀려 설 자리가 없어졌다.
차세대 연료선 개발, 미국의 중국견제에 기대
27일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는 이산화탄소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차세대 연료선박 개발로 옮겨 갈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대중국 규제 강화 등이 일본 조선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적 조선호황 속 일본업체도 활황
<닛케이>가 인용한 영국 선박·해운 조사회사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1988년 1월을 100으로 설정한 선박가격(선가) 지수는 최근에 가장 낮았던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5배인 189.2로 올라갔다. 지난 4월 말 현재 일본 각 조선사의 수주잔고도 약 3.7년분으로 늘었다.
이런 활황 속에 일본 업계 2위인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의 2025년 3월 연결순이익은 전기 대비 5.4배인 199억 엔(약 1990억 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찍이 일본 조선 최대기업이었으나 조선건조 분야에서는 퇴조를 보이면서 선박용 엔진과 항만 크레인에 특화한 미쓰이E&S도 순이익이 전기 대비 1.6배인 390억 엔(약 3900억 원)으로 올라가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중국세에 밀려 존재감은 더 떨어져
하지만 이처럼 일본 조선업계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한국 중국 조선업계도 마찬가지여서, 규모에서 한국 중국세에 뒤지는 일본세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의 신조선 수주 비중은 중국이 69%로 수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한국이 15%를 차지했다. 일본은 7%로, 1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중국세에 눌려 계속 위축되는 일본세라는 구도가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선박 건조 도크가 비는(수주 잔고가 없어지는) 3년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박건조 중국이 69%-LNG선은 한국 60%, 일본 0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만 선가가 높아 이윤폭이 큰 액화천연가스선(LNG선)에서 일본 조선업계는 존재감이 없다. 2024년의 수주 척수는 한국세가 56척, 중국세가 37척이었고, 일본세는 2016년 이후 수주한 것이 거의 없다. LNG운반선 수주의 60%를 한국, 나머지 4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야타케 요시후미 일본 국토교통성 해사국장에 따르면, “LNG선에서는 이미 승부가 났다.”
설계 등의 ‘공통화’를 통한 ‘올 재팬’ 공동대응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한국 중국세가 석권하고 있다. 뒤처진 일본세가 기사회생의 한 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올 재팬(All Japan)’체제의 추진이다. 반도체 분야에서처럼 동종 업체끼리 경쟁하지 말고 힘을 합쳐 하나가 돼 공동대응하자는 전략이다. 반도체 '올 재팬'이 그랬듯이, 조선 '올 재팬'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어쨌든 그 제1탄이 차세대 환경선박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것으로 보는 암모니아 연료선 탱크의 ‘공통화’다. 공통화란 연료 탱크를 선박의 크기와 형태(모양)별로 8개 패턴으로 분류한 뒤 고객인 해운사들이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건조를 주문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설계의 수고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도 설비투자 결단을 내리기 쉬워진다.
일본정부도 지원
여기에 국토쿄통성(일본정부)도 한국 중국세에 대항하기 위해 암모니아 연료선박 외에 수소나 메탄 연료선박 등의 ‘온난화 배출가스 제로’ 선박에 대한 조선 등 16개사의 약 1200억 엔(약 1조 2000억 원) 규모 투자에 보조금을 주는 등 측면지원을 한다.
이에 발맞춰 해운사들도 ‘올 재팬’ 체제를 더욱 진화시킨 것이 이마바리 조선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공동출자회사 ‘마일즈’(MILES/ Marine-design Initiative for Leading Edge Solution. 첨단 솔루션을 위한 해운설계 이니셔티브)다.
액화CO2선 개발 등에 대형 조선 및 해운사들 참여
그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회수·저장한 이산화탄소(CO2)를 운반하는 액화CO2선박의 개발이다. 이마바리 조선과 미쓰비시 조선에다 JMU(재팬 마린 유나이티드)도 참여한다. 그리고 해운사들 쪽에서도 ‘상선 미쓰이’와 일본 우선(郵船), 가와사키 기선이 합류해 모두 7개사 연합을 형성한다. 그리하여 탱크 등 주요 파트뿐만 아니라 선체까지 같은 형태인 차세대 환경선박을 해운 각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 연합에 대형 해운 3사가 나란히 참여한 의미는 크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그 결과 조선업체들이 채산을 맞추기 어려운 차세대 환경선박 분야에서 수주받기가 용이해진다. 설계와 개발 부분의 인재 부족에 시달려 온 일본 조선사들도 공통화로 설계와 개발 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 납기 단축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건조 도크의 회전율도 높일 수 있다.
“연합하지 않으면 한국 중국세에 진다”
마일즈에서는 앞으로 다른 조선회사의 참여도 염두에 두면서 설계한 도면을 다른 조선회사에서도 사서 쓸 수 있게 할 계획도 짜고 있다. 최첨단 선박을 차별화하는데 중요한 설계도까지 경쟁사에 개방하는 것에 당혹스러워 하는 소리들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으나, “각사가 각자의 방식대로 하다가는 스피드에서 한국 중국세에 뒤진다”(이마바리 조선 히가키 유키토 사장)는 위기감이 마일즈의 그런 도전으로 이어졌다.
미쓰비시 중공업 등의 대형업체들이 조선부문의 분사화 등을 통해 이마바리 조선 등 지역 업체들과 협력하는 등 일본 국내 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은 한풀 꺾였다. 독립의식이 강한 오너들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가운데 “총론 찬성, 각론 반대 경향이 있는 조선회사들이 일단 정리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나가자와 히토시 일본우선(郵船) 회장은 말했다.
액화CO2선 중국이 이미 납품, “시간이 없다”
한국과 중국세가 석권하고있는 LNG 운반선은 최근 수년간의 대량 건조 결과, 용선료가 바닥권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신조선 공급 러시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높은 선가로 인수할 회사들이 있을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마일즈가 주력하고 있는 액화CO2선박을 세계최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집단(CSSC)이 이미 건조를 완료한 뒤 2024년 11월에 노르웨이 CCS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노던 라이트’사에 인도했다. “일본 선박회사들이 호황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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