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가 현실로] 이재명의 꿈은 이뤄질까

 

결선투표제 도입되면? 민주당은 야당에 권한 나눠주고 ‘독재’ 프레임 깬다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원내 야5당이 대선을 앞두고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회의원 선거 시 비례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양당체제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당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존립 자체가 위기인 국민의힘, 반대로 강력한 정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그 거대양당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진보정당의 미래를 전망한다.

① 결선투표 도입하면 국민의힘 쪼개질까
② 이재명의 꿈은 이뤄질까


"6월 3일 이재명을 선택하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히틀러의 나치 총통 독재국가가 될 것입니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회의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출신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치러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승리가 예상되자 보수진영에선 권 원내대표의 같은 인식이 퍼져있다.

현재 민주당은 국회의 과반인 171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진보진영의 소수정당과 연대만 한다면 개헌 빼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한다면 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이에 대해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지나친 권력집중으로 인해 권력폭주 현상이 벌어지면 어쩌냐는 우려가 주변에 많다"며 "민주당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를 공격 수단으로 삼으며 허황된 프레임을 이재명 후보에게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방탄 대통령이 돼 나라를 총통제로 만들면 그때는 견제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막을 길이 없다"며 자신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킬 후보'라고 강변하고 있다. '총통'이라거나 '독재'라고 하는 공격은 사실 어폐가 있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선출하고 제도적으로 권력분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이런 '독재'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의 아픈 역사가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독재란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국민들이 추운 겨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결국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국민 정서를 악용해 대선 이후 권력을 잡은 민주당이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밀어붙일 때 '삼권장악'이라며 막아설 공산이 크다.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권력폭주'라는 우려를 종식시키고 싶어 한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 5당의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용혜인(왼쪽부터) 기본소득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시스


민주당 권력 분산하는 정치개혁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원내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함께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합의대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외에도 원내 소수정당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일정이나 법안 처리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거나 국회의원 선거 시 비례성을 강화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외에도 다른 정당이 중앙권력 또는 지방권력을 잡을 가능성을 높이고, 국회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선, 가지고 있던 권력과 권한을 나눠주는 셈이다. 민주당의 견제 세력은 그만큼 힘을 얻게 된다.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민심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손해만 되는 장사는 아니다. 특히 결선투표제 도입되면 민주당은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결선투표는 과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득표한 두 후보를 두고 다시 투표를 하는 제도다. 현재는 과반 득표를 못해도 가장 많이 득표한 자가 당선되다보니 대표성 논란이 일었다. 당장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결선투표가 도입된다면 국민의힘과 접전을 벌이거나 뒤처지던 지역에서 승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로 작년에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열세인 부산 지역에선 국민의힘 계열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이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더불어민주연합)보다 두 배 이상 득표를 거둔 동네가 많았고, 소수정당인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은 곳도 여럿 있었다. 이런 지지율에 비춰보면 민주당 입장에선 다음 지방선거에서 결선투표로 조국혁신당과 이른바 '단일화'를 이룰 경우 이전보다 승산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진보당과 같은 다른 소수정당과도 마찬가지다. 서울, 경기, 경남 등 다른 접전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결선투표제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단체장 선거를 결선투표로 하게 되면 1라운드에서는 입장이 조금 달라도 3~5% 정도 지지율을 받는 작은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할 수 있는 판이 깔리게 된다"고 밝혔다. 

결선투표제는 '누구 때문에 표가 갈라져서 졌다'는 논란도 사그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인 논란이다. 당시 초박빙 접전 끝에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자 두 후보의 표차(2만6천표)보다 많은 14만표를 얻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한나라당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바랐던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선거 패배를 노 후보와 진보신당 탓으로 돌리면서다.

이런 이유로 다른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의 소수정당 후보들은 늘 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후보가 사퇴를 하더라도 그 정당 안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1차 투표로 국민의 뜻에 따라 최종 후보가 정리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은 없어지게 된다. 낙선한 후보의 지지자들도 결과를 승복하고 결선에 오른 최종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로서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큰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동시장 입구 앞에서 열린 수원시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5.05.26 ⓒ민중의소리


다당제 실현은 이재명의 꿈


반대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호남권을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는 결선투표제로 인해 민주당 후보가 다른 정당에 밀려 지는 선거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민주당이 지방선거 때 결선투표를 도입한다고 결정할 경우 당내에서 반발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런 반발을 핑계로 민주당이 물러선다면 소탐대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의도 챙기고 외연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 소장 역시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결선투표제에 대해 "당선 문제를 떠나서 지방정치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A와 B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주어지던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했던 유권자들을 다시 투표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 소장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결선투표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정당이나 신생정당이 선거판에 나타날 수 있고, 지역 유권자들 입장에선 지역현안 문제를 논쟁해볼 수 있는 장이 된다"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다당제를 실현하는 건 이재명 후보가 스스로 밝힌 '꿈'이기도 하고 약속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는 그간 여러 선거에 출마하면서 다당제 실현에 대한 의지를 꾸준하게 보여줬다.

2022년 3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제3·4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려는 건 선거에서 도움받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이재명이 평생 가진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지방의원 2인 선거구 폐지, 비례대표제 강화, 결선투표제 도입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며 "어떤 정치 상황이 생기더라도 꿋꿋하게 정치개혁을 해나가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는 개헌을 공약하면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 시점에 대해선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야4당과 함께 정치개혁에 합의한 것도 이재명 후보의 이런 뜻과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야4당은 이재명 후보를 '광장대선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대의를 위해 사퇴했다. 이재명 후보에겐 정치개혁이 그만큼 더 막중해졌다. 

서 소장은 "내란세력을 어떻게 재편할 것이냐, 지금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재건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며 "과거 양당이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경쟁할 때는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국민의힘 자체가 민주주의 체제 밖으로 튕겨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저 세력과 지지 유권자를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정치개혁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기존에 가졌던 입장에서 굉장히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민주당이 책임감 있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아직 법 개정만으로 가능한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결선투표제와 그외 다당제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공약은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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