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베프' 황 회장에게 '48억' 질문했더니... "난 김성동, 왜 취재하나"
조경식, '권성동에 48억 전달' 폭로에 등장한 황 회장 찾아가니 취재 거부... "계속 이러면 고발" 으름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의 '베프(베스트 프렌드, 가까운 친구)'로 지목된 '황OO'씨(황 회장)는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경기도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권성동 의원에게 48억 원을 줬다는데, 이를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나는 그 사람(황아무개)이 아니다" "나한테 왜 물어보느냐"라고 언성을 높이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황OO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된 건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부터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심문에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압박해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그 결과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기소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은 '2024년 7월 권 의원과 접촉했는데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 사건 수사 무마 조건으로 48억 원을 줬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황OO씨가 있었고, 권 의원과 조 전 부회장이 함께 있는 사진을 찍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서영교 : 둘이 만나셨지요?
조경식 : 예.
서영교 : 저렇게 48억 얘기도 나오고 합니다. 48억은 조경식 회장님이 말씀하신 액수인가요?
조경식 :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다.
서영교 :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까? 그쪽이라고 하시면?
조경식 : 권 박사님의 베프가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에 황OO이라고요. 그 친구는 회사 친구고요. 그 친구의 소개로 만나서 일을 부탁드리면서, 저희 KH 부회장이 아시겠지만 적색수배자로 지금 캄보디아에 도망가 있습니다. 귀국하는, 구명을 위해서 뵙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금전은 원래는 20억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그랬던 건데 황OO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롯데호텔에, 저 사진이 롯데호텔 로비입니다.
(황OO씨가 찍어줬다는 2024년 7월 권성동 의원-조경식 전 부회장 사진 공개)
정리하면 배 회장의 수사 무마를 조건으로 현금을 전달했는데, 이 사이에 황OO씨가 끼면서 20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액수가 커졌다는 것.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배 회장이 자진 입국해 들어오면서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이화영 이름을 거론한 언론 인터뷰를 하면 형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더했다.
"내가 황OO이 아니라니까 왜 이러냐, 당신이 뭔데 취재하냐"
<오마이뉴스>는 '권 박사의 베프'라고 불리는 황OO씨를 수소문했다. 영월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황OO씨는 영월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맞다"라면서 "지역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고, 평소 권성동 의원과의 친분을 자랑한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월에서 '황 회장'으로 불렸다.
12일 <오마이뉴스>는 황씨의 사무실을 수소문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황OO씨가 맞는지'부터 묻자 그는 "나는 황OO이 아니고 김성동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경식이 권성동에게 48억을 줬다는 현장에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질문하자 그는 재차 "아니라니까 왜 그러냐"라면서 자리를 피했다.
기자가 따라 붙으며 '권성동' 이름을 언급하자 멈춰선 그는 "아니라니까 왜 이래요. 이 양반아. 엉뚱한 사람을 잡고 날 왜 이렇게 못 살게 굴어"라고 화를 냈다. '황OO씨 아니냐'고 재차 묻자 그는 "아니라니까 내가 김성동이지 황OO이냐"라고 외친 뒤 택시를 타고 떠났다. 이후 영월의 한 카페에서 황OO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내가 황OO이 아니라는데, 당신이 뭔데 나를 취재하냐. 계속 이러면 고발하겠다.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왔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과거 언론보도 사진과 현장 촬영 영상을 대조한 결과 그는 황아무개씨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에 영월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와 주변 인물에게 교차 확인한 결과 해당 인물은 황아무개씨라는 답변을 받았다.
조경식 전 부회장의 증언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48억 원이라는 돈이 건네진 것이 사실인지, 조 전 부회장은 48억 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자금 전달이 사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조경식 전 부회장과 권성동 의원의 매개 역할을 한 황아무개씨가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부지사를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황OO씨도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라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 조작기소 의혹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조경식의 증언대로 거액의 돈과 야당 정치인에게 누명을 씌우는 대가로 정치권과 검찰이 결탁해 사건을 조작했다면 이것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대의 조작기소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KH그룹은 조경식 전 부회장에 대해 "당사 임원이 아니다"라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조 전 부회장의 증언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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