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보당 김재연 “민주당, 미국에 맞설 용기 보일 때”

 


미 대사관 앞 ‘대미 투자 저지’ 농성 돌입…“트럼프 약탈 시도,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 조한무 기자 chm@vop.co.kr
    24일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 광장에서 ‘약탈적 대미 투자 저지 투쟁’ 농성 중인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민중의소리

    진보당이 ‘약탈적 대미 투자 저지 투쟁 주간’을 선포하고,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미국의 무리한 투자 요구에 전면적인 투쟁에 나선 것이다.

    24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앞엔 ‘미국의 약탈적 대미 투자 강요 거부한다’, ‘제2의 IMF 불러 올 3,500억 불 투자 강요 거부한다’, ‘동맹인가 날강도인가’라고 적힌 피켓들이 깔려 있었다. 위기감으로 차 있다. 하지만 우려의 외침은 울려 퍼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탄핵과 외환위기를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데도, 어째 나라가 잠잠하다. 더 큰 스피커가 필요하다. 김 상임대표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모욕적 관계에서 공정한 협상 불가능”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김 상임대표는 약탈이라고 규정했다. 협상 과정에서의 통상적인 요구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이 아무리 과도한 요구를 강압한다고 해도, 그만큼 한국도 얻는 게 있어야 서명을 할 수 있다”면서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사항들은 한국에 이득이 될 게 없는, 심지어 한국 경제를 송두리째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은 투자금 회수 시까지 양국이 50%씩 나눠 갖고, 투자금 회수 이후엔 미국이 90% 가져가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투자 규모와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김 상임대표는 “미국은 한국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입장을 밝혔음에도 강압적으로 요구를 계속 들이밀고 있다”면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정도의 표현을 넘어, 한국에서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빼앗겠다는 의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더 이상 정상적인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시켜 줬다는 게 김 상임대표 시각이다. 그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외교 관계자들이 유감 표명을 했으니 사과를 한 거라고 얘기하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 정부의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상당 기간 기획한 강제 구금이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고 짚었다.

    이어 “굴욕적 상황을 안겨놓고 ‘더 많이 투자해라’, ‘더 많이 채용해라’, ‘기술까지 전부 다 이전해라’라고 얘기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모욕적”이라며 “이런 모욕적 관계에서 어떻게 공정한 협상이 가능하겠는가.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약탈 시도는 3,500억 달러 투자 강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상임대표 진단이다. 그는 “미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협상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그것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일단락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트럼프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요구를 수용해 섣불리 갈등을 봉합해 버리려 한다면, 계속 미국에 끌려다니면서 국익이 훼손되는 상황에 내몰릴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상임대표는 민간 차원의 대미 투자가 확대되는 데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으로 투자를 유인했다. 한국 주요 대기업이 호응했다. 이젠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앞세워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김 상임대표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울산과 같은 대규모 자동차 공단이 있는 지역의 노동자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면서 “기업은 관세 부담을 방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장이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살리려다가 노동자들을 완전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기업도 지키고, 노동자들의 일터도 지키고, 우리 세금도 지켜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24일 주한미국대사관 맞은편 광화문 광장에서 ‘약탈적 대미 투자 저지 투쟁’ 농성 중인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홍희진 공동대표, 장진숙 공동대표. ⓒ진보당

    “소극적 민주당 비겁…용기 있는 행동 보여야”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은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우려된다”고 했다. 미국에 강경한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상임대표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불안과 걱정을 잘 알고 있어서 성급하게 협상을 마무리 짓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뜻은 미국의 저런 무리하고 강압적인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에 반하는 결정을 했을 때 발생할 치명적인 국가적 피해에 대해선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역할이 요구된다. 김 상임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 왜 나라가 조용한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신다”면서 “국민들의 어려움이나 답답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정치가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어렵게 관세 협상을 방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국민들 말씀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의 소극적인 반응이) 미국과 맞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라고 한다면 상황 판단을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어찌 보면 비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어제 이 대통령이 UN 연설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얘기했는데, 이런 국민들의 뜻과 의지를 믿고 정부가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보다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미국의 약탈 시도에 대해 정치권과 더불어 시민들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탈 시도가 3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규모 촛불집회를 촉발한 한미 FTA 쇠고기 협상보다 더 심각할 사안일 수 있다”면서 “지금은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를 믿고 지켜보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거리로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오는 26일 저녁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 상임대표는 “뉴스를 보면서 답답했던 분들, 트럼프의 만행에 분노하는 분들이 함께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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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5-09-24 18: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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