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열병식, "반미연대 결성인가, 다극질서로 전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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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다송 기자
- 승인 2025.09.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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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 푸틴 대통령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은 상징적 장면으로 주목 받았다.

이날 행사는 ‘항일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시진핑 주석은 기념 연설에서 항일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그것이 단순히 중국의 승리가 아닌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의 중요한 일부였음을 환기시켰다.
그는 “중국 인민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세계 평화와 인류 문명을 지켜냈다”라며, 이 희생이 인류 공동의 자산임을 강조했다. 이어 “각국이 평등하게 교류하고 화합해야만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오늘날 세계가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립이냐, 상생이냐 제로섬이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 문명과 진보의 편에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중국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꾸준히 강조해온 핵심 담론으로, 일방적 패권보다는 협력적 질서를 강조하는 메시지다.
이날 단상 위의 풍경은 세계의 이목을 끌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김정은 총비서, 푸틴 대통령이 함께 단상에 서서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는 조·중·러 정상의 66년만에 한 자리에 선 것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공동 기억을 나누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대부분의 언론과 국제사회는 이 장면을 조·중·러 정상의 ‘공동전선’을 과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역사적 장면은 현실 국제 정치의 세력 구도를 보여주는 무대로 전환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반응을 내놨다. 그는 “중국의 자유를 위해 미국은 많은 피와 희생을 치렀다. 중국이 이를 언급할지가 핵심”이라며,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일원으로서의 기여를 애써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다음 메시지에서 곧바로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겨냥해 “당신이 미국에 대항할 모의를 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비아냥이 뒤섞인 이 발언은 조·중·러 정상이 나란히 선 모습을 곧장 ‘반미 공동전선’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같은 반응은 국내의 언론도 다르지 않다. 연합뉴스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국의 '반트럼프, 반서방' 연대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는 앞서 진행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의 연장선상에서 세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적인 국제관계’, ‘평등한 다극질서’ 그리고 ‘협력을 통한 평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곧장 반미 공동전선으로 치환하고, 다시금 신냉전의 구도로 몰아가려한다. ‘상생’을 제안하는 목소리를 ‘대결’의 언어로만 해석한다면 국제 사회는 또다시 지난 세기의 비극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승절이 보여준 장면은 바로 그 갈림길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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