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 대한민국 복귀"…평화공존·공동성장 제안
이유 에디터
"저는 오늘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이 유엔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힙니다."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해, 그리고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Better Together)의 새 길을 향해, 우리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이재명, 유엔총회서 '민주 대한민국 복귀' 선언
"내란의 어둠 맞서 대한국민 '빛의 혁명' 이뤄"
제80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행한 20여 분간의 기조연설의 '핵심'으로 청중의 박수를 받은 대목들이다. 첫 번째는 12.3 친위쿠데타를 이겨내고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지난 8.15 광복절 80주년 경축사의 대북 3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며, 세 번째는 북한과 국제사회와 '더불어' 한반도와 세계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민주 대한민국이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약속과 다짐이다.
먼저 이 대통령은 식민 지배와 해방,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 등을 거쳐온 지난 80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됐다"라고 회고한 뒤 "한때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기에 처했지만, 대한민국은 그때마다 불굴의 저력으로 일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윤석열 수구보수 정권의 친위쿠데타를 소환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들의 강렬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었다.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라고 역설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피는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란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말을 인용한 이 대통령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면서 '민주주의 선도 국가' 역할을 자임했다.
"자유·인권 수호" 글로벌 책임 강국 자임
'팔 국가 승인' 유보…민주 대한민국 '한계'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방안으로 '다자주의적 협력'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제안한 뒤 "대한민국은 유엔이 표방하는 자유와 인권,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굳건하게 수호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의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삶의 모든 현장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은 인권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또 주도해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엔 무대에 데뷔한 이 대통령은 이렇듯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 선언, 민주주의 선도 국가와 자유·인권을 수호하는 글로벌 책임강국 자임, 인권 존중의 가치 실현을 위한 다자협력 강화와 주도 등을 역설했지만, 한국이 프랑스와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의식해 현시기 인류 최악의 고통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고 '유보'에 그침으로써 복귀한 민주 대한민국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기조와 충돌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자격으로 팔레스타인 문제 고위급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은 자신들만의 국가를 세우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망을 깊이 이해한다...우리는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유일한 실행 가능한 경로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한국은 두 국가 해법 실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시점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N.D' 구상 통해 평화공존·공동성장
남북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 '3단계'
다음 키워드는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이었다. 무너진 남북 간 신뢰 회복과 상호 존중의 자세를 그 첫걸음으로 규정한 이 대통령은 △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 일체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다는 대북 3원칙을 재확인했다. 취임 직후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방송 중단 등의 선제적 조치를 거론한 이 대통령은 "우선 남북 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앞으로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길을 일관되게 모색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틀 전인 2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을 통해 "흡수통일 야망에선 오히려 반공화국 정책을 국시로 정했던 이전의 악질 '보수'정권들을 무색케 할 정도다"라며 "민주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도 '달라진 게 없다'고 비난하고 "한국과는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이 대통령은'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 '교류(Exchange) △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3단계 'E.N.D' 이니셔티브(구상)를 제시했다. 그는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해야 한다"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 적극 지지, 협력"
한반도 평화 '페이스메이커' 역할 재확인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해 8.25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가 되어 달라면서 자임했던 '페이스메이커'(조력자)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당시 트럼프가 '화답'한 데다가 김정은 또한 트럼프에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 비핵화 목표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 용의를 밝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라면서 '일단'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한 △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부터 시작해 △ 축소의 과정을 거쳐 △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이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핵화 절대 불가'와 함께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교전 국가'로 재차 규정해 전망은 밝지 않다.
그리고 남북 관계와 비핵화에 대한 이런 이 대통령의 연설 기조와는 달리 조현 외교부 장관은 22일 뉴욕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대북 제재 체제 유지,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 증가하는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 3자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을 포함해 강력한 안보협력 증진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일 외교 성명 '엇박자'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재검토 고민 필요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4월 3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가진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과 비교해 보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가고, "북한 내에서, 북한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중대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반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려 표명은 그대로고, 3자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의 정기적 시행은 추가로 명시하는 등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그 이전과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김정은이 주장하는 핵보유 논리의 '근거'가 날로 강화되는 핵전력을 포함한 한미,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대응에 있는 만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이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지 않고는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의 재개는 당분간 어렵거나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연설에서 김정은은 "미한, 미일 군사동맹, 미일한 3각 군사 공조 체제가 보다 공격적이고 침략적 실체로 변이"되었다면서 "예전엔 3월과 8월 두 차례 진행됐던 미한의 대규모 연합훈련이 지금은 연이은 양자, 다자 합동군사연습과 잦은 전략자산 투입으로 "지속적이며 만성적인 정세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극단적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 중단을 넘어 역지사지의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경과 언어, 문화적 차이를 넘어 K-컬처가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K-컬처의 성공과 확산은 모든 배경의 차이를 넘어 인류 보편의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평화란 단순히 무력 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들었던 오색 빛 응원봉처럼, 국제사회와 유엔이 인류의 미래를 밝힐 희망의 등불을 함께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불을 함께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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