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작심 비판…"우리국민·기업 활동 부당한 침해"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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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9.10 00:15

  • 수정 2025.09.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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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공식 석상서 미국 비판 '이례적'

김용범 "한미 합의 없으면 MASGA 어렵다"

워싱턴포스트 "한국 내 분노와 혼란" 보도

이재명 "한미 정상회담, 지키기 위한 자리"

여야 대표회담서 "나라의 힘 길러야 생각"

캠벨, 한국‧일본 동맹국 압박 트럼프 비판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1차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구금 사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톤은 '드라이'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미국이 무너진 제조업을 되살리고자 한편으로 회유하고, 다른 한편으로 압박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유치해 놓고는 그 사업에 필수적인 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해 주진 않은 채 그걸 '불법'이라며 무자비한 단속 조치를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우리 국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

한국 대통령 공식 석상서 미국 비판 '이례적'

이날 이 대통령은 작심한 듯했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 첫머리부터 미리 준비한 메모를 꺼내 트럼프 행정부의 "부당한 침해"를 거론했다. 지난 70년의 한미 동맹 사상 한국 대통령이 이렇게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향해 단도직입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불과 열흘 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더 발전적 한미동맹의 미래에 의기 투합을 했다는 여긴 이 대통령으로선 한국민 300여 명이 '범죄자'처럼 끌려 나오는 사태는 한국민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느꼈음 직하다. '국민주권 정부'을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으로선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앞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일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노동자 475명을 체포했으며, 그 과정에서 쇠사슬과 밧줄 등으로 묶어 끌고 나오는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장면을 연출해 공분을 샀다.

물론 비자 문제가 있었다. 미 현지에서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기가 힘든 한국 기업들은 자체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고, 미국이 비자를 충분히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일을 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불법 체류자 취급을 한 것이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반미 정서 한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 중

"미국, 투자 압박 위해 고의로 벌인 일"

당연히 한국 내에선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반미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6일 광화문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 이민 당국의 행태를 규탄하고 트럼프가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상임대표도 7일 페북을 통해 "동맹국이라면서 동맹국 국민을 이렇게 야만적으로 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묻고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미국에게 모욕을 당하며 빼앗기고 수갑에 채워져 갇히기까지 하면서 한미동맹을 떠받들며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도 8일 '한국 내 분노와 혼란'이란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은 무역거래를 통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대다수가 동맹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는 (트럼프의) 조치들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야당 의원, 전직 정부 관리,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상궤를 벗어났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동이라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말 할 말을 잃었고 화가 난다. 우리는 미국에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뺨을 맞은 격"이라는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의 발언도 소개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6일 광화문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노동자 폭력적 단속을 규탄하고 트럼프가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5. 09. 06 [촛불행동 제공]

워싱턴포스트 "한국 내 분노와 혼란" 보도

김용범 "가장 강한 톤 우려와 유감 표명"

대통령실의 입장도 이런 시민사회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통해 구금된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곧 석방되고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기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7일 트루스 소셜 등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비자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혀 사태는 일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조지아주 현지로 보낼 예정이며, 구금됐던 한국 국민들은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국민들께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해 국민에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상호 신뢰와 동맹 정신에 따라 교섭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참여할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2025.8.27 연합뉴스

김용범 "한미 합의 없으면 MASGA 어렵다"

김종대 "미국 노골적 협박 얼마나 버티나"

이번 미 이민 당국의 사상 최대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의 표적을 한국으로 잡은 것은 일본이 트럼프 입맛에 맞게 5500억 달러 투자 문서에 서명한 것과 같이 한국도 관세 협정과 투자 문서에 서명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김종대 전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9일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을 통해 "일본과 같은 굴복을 한국에 요구하는 트럼프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대통령실이 미국의 노골적인 협박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만약 이 협박에 쉽게 무릎을 꿇는다면? 단순한 외교적 굴욕이 아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실장은 현재 자동차 관세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사항을 놓고 한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임을 인정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 실장은 "일본과 외환보유고도 차이가 있고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투자)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 문제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해답을 달라 (요구하고 있고) 그 문제에 와서 교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MASGA(조선 협력)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 우리가 어느 정도 내세울 것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자동차의 관세 인하가 지연되는 상황에도 "우리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데 단기간에 자동차 산업의 관세 차이를 좁히겠다고 서둘러 합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장 우리 경제와 민생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재명 "한미 정상회담, 지키기 위한 자리"

여야 대표회담서 "나라의 힘 길러야 생각"

당연히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내건 이 대통령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5천 만 국민의 민생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좀처럼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 이 대통령도 여러 자리에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8일 여야 대표 회동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제가 공개석상에서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뭘 얻기 위해 하는 회담이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자 뭔가를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우리 전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대외 협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수석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 일본 순방을 가게 된다. 현재 국제 정세와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중에 풀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면서 "제가 정말 고민되는 것은 국가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힘 만능주의가 판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약소국 대통령이 느낄 법한 감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아시아 차르'로 대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무 책임자였던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혼자선 중국을 당할 수 없다'란 7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강경 전술은 미국이 끌어들여야 할 경제권을 겨냥한다. 일본, 한국, 유럽과의 거래도 대체로 양자 무역 적자 축소, 관세 수입 증대, 모호한 투자 약속 확보에 초점을 맞출 뿐, 중국 균형과는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동맹들은 그의 방식을 '월세 받는 집주인 같다'고 공개적으로 비유했다. 세계에서의 미국의 인기는 급락했고, 많은 나라에서 중국보다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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