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해병 순직 2주기 추도식이 19일 오전 10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4묘역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의 주최로 진행됐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소중한
▲"영원한 해병, 하늘에서 평안하길... 진실 가까워지고 있다"소중한
"진실이 밝혀지면 너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될까? 그자들이 벌 받으면 네가 편히 눈 감을 수 있을까? 수근아,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진상규명 이룰 때까지 선배들은 끝까지 함께할게." –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
"채수근이란 이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서… 인터뷰라도 말을 못 꺼내겠어요. 특검법이 통과됐으니까, 검사들이 잘 수사할 거라고 믿고 우리도 계속 지켜봐야죠." – 해병 191기 황종선(86)씨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해병대원들은 우산 없이 현충탑을 향해 걸었다. 이들은 "누가 채수근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했나. 다신 이 땅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슴 깊이 그 이름을 새겨 넣겠다"고 약속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고 채수근 해병 순직 2주기인 19일 오전 10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추도식을 열고 "우리의 피땀으로 출범한 특검이 채해병을 순직에 이르게 하고, 수사에 외압을 가한 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순직 당시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묻고 수사 외압에 동조한 자들과 불법적인 명령을 따른 군 인사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해병대가 언제부터 제 목숨 부지하겠다고 부하의 죽음을 외면한 곳이 되었나. 그런 자들이 이끌며 변질된 해병대가 안타깝다"며 "채해병이 여한없이 가도록 해병대예비역연대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여정의 끝에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특검 수사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해야"
▲추도식에 앞서 참석자들이 현충탑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 양소영 정책위원회 부의장. ⓒ 소중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추도식 직전 현충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들은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후배 채수근'을 위해 묵념했다.
함께 참배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나라의 부름에 나섰던 젊은이가 부당한 명령에 희생당했고 전 정부는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국민에 대한 명령을 부인했다"며 "다신 이런 일이 있지 않게 해야 한다. 채수근은 국가의 부당한 명령에 희생당한 마지막 이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해 "최근 채해병 특검에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검찰의 부당한 항소를 취하했다.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며 "특검은 시작일 뿐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명령에 따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참배 현장엔 해병대 출신의 같은 당 황명선 의원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순국 선열 및 호국 영령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 소중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명록에 "채해병은 부당한 명령에 희생 당한 마지막 이름이어야 합니다. 특검은 시작일 뿐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 소중한
이어진 추도식은 채해병 묘가 자리한 장병4묘역에서 진행됐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1년 전 오늘 울면서 수근에 네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때 약속하지 않았나. 안 되면 될 때까지 싸울 거고, 지면 죽겠다는 각오였는데 지금에서야 진상 규명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며 "영원한 해병 채수근, 하늘에서 평안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채해병이 숨진)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됐고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진실을 감추려 해서는 더욱 안 됐다"며 "지난해 12.3 불법 계엄 이후 수사외압의 주범인 윤석열 탄핵을 위해 행동했다. 모두 채상병 사건의 진상규명과 특검법 통과를 위한 노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피땀으로 출범한 특검에서 김계환(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윤석열과 임성근(당시 해병대 1사단장) 같은 구명 로비의 잔당을 압수수색했다"며 "특검 수사를 통해 임성근 등 순직 당시 지휘관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윤석열과 수사 외압에 동조한 자들, 불법적인 명령을 따른 군 인사들을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병들도 곳곳에, "이름만 떠올려도 눈물"
▲추도식 후 참석자들이 채해병 묘를 향해 경례와 묵념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추도식 후 참석자들이 채해병 묘를 향해 묵념하고 있다. ⓒ 소중한
행사 도중 여러 차례 마이크 연결이 끊길 정도로 폭우가 이어졌지만, 선배 해병들의 외침은 계속됐다.
해병 411기 이우설씨는 "누가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했나. 비는 왜 이리도 구슬프게 내리고 있나"며 "지난 2년 동안 당신의 주검은 해병대예비역연대 선배들의 가슴에 원통함과 통탄이었다. 아직도 당신을 보내지 못했다"고 말을 삼켰다.
이어 "정의와 자유를 위하는 당신의 고귀한 뜻을 여기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다신 이 땅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슴 깊이 새기겠다"라며 "당신의 희생은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건이었고 그 이름은 영원한 '해병 상병 채수근'으로 기록될 것이다. 해병대예비역연대의 이름으로 술 한잔 올리니 부디 흠향하고 편히 잠들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해병 400기 박종우씨 또한 "오늘 흐르는 빗물은 채수근의 눈물이다. 채상병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이 자리에 함께했다"고 전했다.
▲추도식 참석자가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현장에는 2~3시간씩 버스를 타고 현장을 찾은 노병들도 곳곳에 자리했다. 해병 191기 황종선(86)씨는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다 함께 왔다. 그간 채수근 후배를 위해 애써왔기에 이 자리에도 왔다"며 "특검법이 통과됐고 이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나.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수근이란 이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서… 이런 자리에서도 그 이름을 잘 꺼내지 않으려 한다"며 "정권도 바뀌었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끝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좌초됐던 채해병 특검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특검팀(이명현 특검)이 꾸려졌고, 7월 2일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됐다.
우원식 국회의장 "무엇 숨기고자 했는지 국가가 밝혀야"
▲추도식 후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 채해병 묘에 술을 올리고 있다. ⓒ 소중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추도식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보내온 추도사가 대신 낭독됐고,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직접 추도사를 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간 청년이 무책임한 명령과 무모했던 지휘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 청년을 급류 속으로 내몰렸는지에 대해 국가가 답해야 한다"며 "특검법이 통과됐고 특별검사의 이름으로 진실의 빗장을 열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무엇을 숨기고자 했는지 이제 국민이 묻고 법이 답해야 한다. 슬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겠다"고 전했다.
강경숙 의원은 "채수근 해병은 내가 근무했던 원광대학교의 소중한 제자였다"며 "강의살 안에서 그의 진지한 눈빛과 정의를 향한 열정이 내 마음에 생생하다. 채 해병이 공부했던 강의실과 공과대학 앞에 그를 기억할 추모비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채 해병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과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그가 걸어간 길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해철 의원은 "지난 6월 특검법이 통과되고 책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에만 맡겨놓지 않겠다. 국회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한 가지씩 하겠다"라며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이런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진행하고 있고 해병대예비역연대와 공조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끝까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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