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었는데 국토부는 왜…‘3년 시한’ 안전운임제, 또 다른 과제 남겼다

 

국회 속기록 보니, 소위 심사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한 ‘3년 일몰’ 논의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화물노동자들의 안전과 생계를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법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이번에도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제도 안착까지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재적 231명 중 찬성 180명, 반대 20명, 기권 31명으로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화물차주, 운수사업자, 화주 대표자들과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위원회)에서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의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만일 안전운임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당 개정안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데, 2028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되도록 ‘3년 일몰’ 조항이 추가됐다.

    민주당 당론과도, 대선 약속과도 다른 ‘안전운임제 3년 일몰’
    마지막 소위 논의서 국토부 “효과 조금 더 분석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16일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골자로 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화물연대 제공


    애초부터 일몰제를 염두에 둔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논의한 건 아니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의 원안 역시 일몰제가 아닌 상시적인 시행을 전제로 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대,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 모두 일몰 없이 재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 개악’을 바로잡겠다는 민주당의 약속 중 하나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권에서 극한 갈등만 남긴 채 일몰로 폐지된 안전운임제를 원상회복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윤석열 정권 시기 안전운임제 폐지를 막기 위해 총파업으로 저항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와 “지속 가능한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추진하고, 적용 범위 확대, 실효성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 협약을 맺기도 했다. 상시적인 안전운임제 도입은 물론, 기존에 시행된 제도보다 더욱 강화된 내용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돌연 ‘3년 일몰제’가 등장했다. 민중의소리가 이날 확인한 국토교통위 국토교통소위 회의록을 보면, 22대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개정안에 대한 소위 논의는 정권 교체 전인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이재명 정부 집권 후인 이달까지 총 3차례 이뤄졌다. 앞선 두 차례의 소위 회의에 참여한 백원국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은 “과도한 시장 개입”, “중소 화주로부터 대기업 운수사의 이윤 보장 등 부작용”을 이유로 안전운임제에 반대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표준운임제에 동의했다. 표준운임제는 윤석열 정부가 안전운임제 대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화물운송시스템의 최정점에 있는 화주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일몰제는 갑자기 등장한 건 마지막 소위 회의였다. 이때는 이재명 정부에서 교체된 강희업 차관이 참석했지만, 안전운임제의 상시적 도입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강 차관은 “영구화 부분 같은 경우에도 저희가 이런 부분의 사회적 갈등, 찬반 논란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며 “객관적이고 정형화된 분석이 없는 상황에서 영구화한다고 하면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 일몰제로 하면서 조금 더 분석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 차관은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해서도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소득은 분명히 증가했다”면서도, “교통사고 부분은 경찰청 자료를 분석하니 일몰제 운영 기간 동안 감소했던 건 사실이나, 일몰제가 끝나고 나서 보니 교통사고 부분이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인한 화물노동자들의 고용 및 근로 여건이 나아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제도 일몰 후에도 교통사고 발생 건수 등 일부 통계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제도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화물연대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안전운임제가 사라진 후 졸음운전과 과속, 과적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운임제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부 주장에 동의했다. 당초 상시적인 안전운임제 도입을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정부 측에서 다시 일몰제를 얘기하고 계신데 그 근거가 타당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몰 전에 논란이 없도록 정부의 역할을 당부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대부분 일몰제를 동의하는 것처럼 말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전운임제 재도입에 ‘3년 일몰’이라는 족쇄가 채워진 순간이다.

    이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일몰제 도입 이유에 대해 “정부는 2020년 안전운임제가 시행될 당시 코로나도 있었고, (제도의) 효과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하지 않으니 일단은 한시적으로 도입해서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보고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행정편의주의라고 질타를 했지만, 정부는 일단 운용해 보고 임기 안에 다시 연장하든 상시화하든 하자고 제안을 하고, 야당도 (상시적인) 안전운임제는 반대하는 상황에서 절충안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 정착하려면, 정부가 제대로 의지 보여야”
    정부-국회의 또 다른 약속들, 이번에는 지켜질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2025.07.18 ⓒ민중의소리


    ‘3년 일몰’이라는 단서는,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화물노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시행된 뒤 폐지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실효성이 없도록 제도를 흔들고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정착에 대한 정부·여당의 확고한 입장이 필수적이다.

    화물연대는 국회 본회의에서 안전운임제를 위한 개정안이 통과된 뒤 성명을 내고 “무너지는 현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반쪽짜리 법안이라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며 “이미 자본은 3년만 참으면 된다며 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섰다. 제대로 된 단속과 단호한 처벌만이 3년 일몰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제도의 효과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또한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자본의 반발에 맞서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운영의 책임자로서 제대로 된 제도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화물연대 박연수 기획실장은 통화에서 “제도의 일몰이 있는 한 누가 이 제도를 지키고 새로운 산업 질서로 받아들이겠나”라며 “(시행되는) 기간 내라도 일몰을 폐지해 정부가 제도 추진 운영 의지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품목 확대’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책 기조를 잡고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요구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국토부에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적절한 운임 상정과 철저한 단속 등 실질적인 조치 방안을 강구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는데, 정밀한 실태 파악을 통해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도출하고 이에 대해 연구용역 등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해 조속히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국토위 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운임제 발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일부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 간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에 나서며,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후속 논의를 촉구했다. 윤 의원은 “개정안에 따르면 2028년 12월 31일 또다시 일몰이다. 그때 가서 23대 국회가 또 논의해야 하나. 도대체 언제까지 화물노동자들은 3년짜리 시범운영을 감내해야 하나”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3년 일몰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상시적 안전운임제와 품목 확대를 위한 대안 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개정안을 심사한 국토교통소위원장 복기왕 의원은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보고하며 “시간이 촉박해 2022년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다시 살려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화물 운수업계와 종사자의 바람을 더 많이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일몰 기한 3년을 다 기다리지 말고, 1년 또는 더 가까운 시간 내에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합리적인 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선이 늦어졌던 김윤덕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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