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 느낀 서울교통공사 상담사들 대거 퇴사...39명 중 22명만 남아
상담사 노조 “조속히 처우대상 정규직 전환으로 문제 해결하라”

“시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 사과문이 아니다. 공사 콜센터 상담사노조가 “2021년 8월 9일부터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 심야 상담을 중단하게 됐다”며 배포한 자료의 문구다.
6일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서울교통공사고객센터지부(이하, 상담사노조)는 “39명의 고객센터 상담사 중 22명만 남게 됐고, 심야조 상담사는 6명 중 2명만 남게 되어 심야 상담 업무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상담사들이 모두 떠나고, 신규채용조차 안 되고 있어서,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도 이날 홈페이지에 오는 9일부터 고객센터 운영시간이 변경된다고 공지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곡과 폄훼...환멸을 느낀 콜센터 상담사들
하나둘 떠나기 시작해, 39명 중 17명 퇴사
서울교통공사는 통합 공사 출범 이전부터 시민 안전, 민원 해소 등을 위해 365일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서울교통공사 소속이 아니라 민간위탁 소속으로 일해 왔다. 대부분의 민간위탁 노동자들처럼 이들 또한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을 겪어야 했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일했다. 원청인 서울교통공사와 교섭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처우개선의 기회도 별로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은 지난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상담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초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통합 협의기구에서 서울교통공사 상담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담사들을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산콜센터로 전환하는 1안과 기관별로 직접고용 하는 2안이 논의됐고, 그해 말 2안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 계속해서 미루어졌다. 콜센터가 있는 건물 앞에서는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화 연결 업무만 한다”며 상담사 업무를 폄훼하거나, “민간업체 정규직이 비정규직 코스프레한다”며 왜곡·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직고용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이 됐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직원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조롱과 폄훼를 견디다 못한 상담사들이 먼저 공사가 아닌 자회사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자회사 전환에서도 공사는 상담사들을 기존 직원들과 차별을 둔 ‘비처우대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환멸을 느낀 상담사들은 고객센터를 떠나기 시작했다. 올해 6월까지 39명 중 14명의 상담사가 퇴사했고, 7~8월에 또 퇴사자들이 발생하면서 22명만 남았다. 심야 상담 서비스는 6명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4명이 퇴사하면서 2명만 남았다.
상담사노조 관계자는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위탁업체가 채용공고를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상황이 이미 알려진 상태라서 일하겠다는 상담사들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사는 상담사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상담사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는 상담사들을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처우대상으로 전환하는 등의 개선안을 조속히 내기는커녕, 운영업체를 바꾸는 공개입찰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그간 과정을 뻔히 아는 위탁업체들이 신청할 리 만무한 상황이며, 현 고객센터 구성원들을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멸감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 구성원들은 천만 시민을 위한 상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심야 상담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라며 서울교통공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콜센터 민간위탁 공개입찰 추진계획을 철회하고, 8월 내로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처우대상으로 전환하는 등의 개선안을 제출하고, 조속히 협의기구 본회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논의를 완료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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