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동사 이야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55] 타동사 이야기

요즘은 전화를 받으면 화면에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뜨기 때문에 전화받는 예절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 “예, 아버지” 하고는 다음 말을 기다린다. 딸은 “응, 아빠!”하고는 수다 먼저 떤다. 아내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주로 “엉, …” 하고 용건만 말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전화를 걸면 “얘, 엄마 바꿔!” 하고, 엄마는 “예 전화 바꿨습니다”라고 했다.
‘바꾸다’는 ‘이미 있던 것을 치우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있게 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예, 전화 바꿨습니다”라고 하면 ‘전화기를 새것으로 바꿨다’는 뜻이 된다. “엄마 바꿔라”도 지금 있는 엄마 말고 새엄마(?)로 바꾸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참으로 어려운 우리말이다. 물론 ‘내용이나 상태를 고쳐서 전과 다른 것으로 만들다’라는 의미도 있다.
타동사란 그 자체만으로는 움직임을 나타낼 수 없고 움직임의 대상인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를 이른다. 그러므로 타동사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앞에 나오는 말이 서술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예문으로는 “계획을 바꾸다” “ 태호는 안경을 알만 새로 바꿨다” 등을 들 수 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화면에 뜨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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