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 웜비어 사망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방영된 미국 CBS 방송과의 대담에서 "이번 일은 웜비어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동안 발생했다"면서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웜비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웜비어 씨에게 부당하고 잔혹한 대우를 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그러한 잔혹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월말에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어떻게 죽었는지 확실히 모르는 일’이라고 했으면서 북에서 잔혹한 대우를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규탄까지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순전히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생각된다.
▲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오토 웜비어 사망과 관련 북은 잔인한 정권이라는 짧은 입장 발표를 하기는 했다. 이후에는 의외로 조용하다. 대신 한국 언론들이 아주 크게 떠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도 북미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취했다. 북이 가혹했네 어쨌네 이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가 대북적대행위를 웜비어에게 시킨 것이 문제네 어쩌네 하는 말도 없었다.
오토 웜비어 사건은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나갈 사건이 아니다. 오토 웜비어가 북에서 자청하여 진행한 기자회견만 봐도 이번 오토 웜비어 사망은 철저히 미국정부 때문이다. 북에 책임이 있다면 식중독 균을 제때에 치료할 약품과 의료 기술이 부족한 부분일 것이다. 사실 북은 예방의학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보니 병이 많지 않고 치료약 개발에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미국의 이중삼중의 제재 때문에 약품을 가지가지로 해외에서 들여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오토 웜비어와 같이 인종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치료 경험은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까지 수많은 서양 사람들이 평양을 다녀갔고 장기체류도 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북에서도 오토 웜비어가 식중독에 의해 이렇게까지 갑자기 건강이 악화될 것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북이 향후 서방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늘 상비해야 할 약품과 치료대책을 더 꼼꼼하고 광범위하게 준비해야할 필요성만은 확실한 것 같다.
대신 오토 웜비어의 사망의 직접적 책임은 간첩임무를 주어 평양에 들여보내놓고도 그를 신속히 미국으로 데려가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미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 오토 웜비어는 2016년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신은 미국 버지니아의 모 교회의 지시와 버지니아대학의 Z협회란 비밀조직의 부추김을 받고 북의 선전물을 떼어와 전리품처럼 미국의 교회에 걸어놓게 할 임무를 띠고 와서 2015년 말 평양에 관광객으로 방문하여 그 일을 수행하다가 북 보안당국에 체포되었다며 조사 과정에 북을 돌아보고 알아보니 미국에서 말하는 북의 인권은 순전히 거짓말이고 평양은 예루살렘이라고 말한 한 미국인의 방문 평가가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북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을 접견하고 봉수교회에서 예배도 주재하고 북녘을 돌아본 후 ‘북은 예수가 필요 없는 세상’ 즉, 예수의 염원이 완전히 실현된 이상사회라고 고백한 바 있는데 아마도 그것을 환기시킨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웜비어는 자신에게 북을 음해할 임무를 준 버지니아 모 교회는 오바마 대통령 정치헌금을 2-3%나 대는 엄청난 정치교회라며 주로 기독교를 반대하는 나라를 공격하고 공격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그 교회를 미국 정부와 의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등 공생관계에 있다며 자신의 간첩활동은 미국 행정부의 의도와 무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신은 미국의 잘못된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희생물이라고 울면서 호소하였다.
그러면서 웜비어는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어려움에 처하지나 않을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사실 미국은 정치적인 배경에 의해 암살이 쉽게 자행되는 나라이다. 대통령도 5명이나 암살되었다. 신기하게도 대통령 암살범은 정신병자로 판정되어 풀려나거나 감옥에서 암살되거나 아예 잡히지 않고 서부의 갱단이 되어 평생 호화롭게 살다 죽거나 했다. 공부를 잘했고 영리한 오토 웜비어는 비밀조직 Z협회의 부추김을 받은 바 있고 이런 미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와 남동생, 여동생 등 가족을 그렇게 걱정하였다. 그렇다고 조사과정에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상참작도 되지 않아 더 가혹한 형벌은 물론 인도적 송환도 어려워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기자회견을 들어보면 효심이 깊고 우애심도 깊은 웜비어는 천성이 착한 청년으로 보였다.
솔직한 기자회견과 그로 인해 혹시 모를 가족들의 피해 우려이 두 가지의 상반된 정신적 압박이 그를 매우 힘들게 했고 몸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결국 식중독 균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지지 않았겠는가 추정된다. 나중엔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하니 정신적 고통이 컸던 것 같다.
사실 오토 웜비어가 우발적으로 북의 정치구호판을 떼었다면 주의나 좀 받고 바로 풀려날 일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북의 체제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간첩임무를 주었고 그 임무를 수행하다가 발각되었기 때문에 주권국인 북으로서는 자국법에 따라 15년 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도 미 해군에 근무했던 한국계 장교가 미국 정보를 한국 국방부에 몰래 넘겼다고 8년여 기간 동안 미국 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한 로버트 김 사건만 봐도 이는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이다. 성격상 웜비어의 사건은 정보나 좀 빼내는 것이 아니라 북 정권 전복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북의 법은 더욱 엄중시했던 것 같다.
북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오토 웜비어를 인도주의적으로 석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좀 가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북은 오토 웜비어 문제를 포함하여 북미관계 문제를 가지고 1년 넘게 비밀 접촉을 해왔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북은 인도주의적으로 석방시킬 뜻이 분명했던 것이고 실제 시도도 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 과거 평양에 체포된 미국의 두 여성 기자를 석방시켰던 미국 협상팀도 가동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하게 두 여기자는 쉽게 풀려났는데 오토 웜비어는 1년 이상 시간이 길어졌다. 아마 오토 웜비어가 미국 정부의 대북적대시정책을 공개 기자회견에서 워낙 강하게 질타하여 미국 정부의 미운털이 박혔거나 북미대화가 북의 연이은 수소탄 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네 마네 하는 심각한 정국에서 진행되다 보니 오토 웜비어 석방 문제를 우선시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찌 되었건 미국 정부가 오토 웜비어를 빨리 석방시키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북으로서는 웜비어가 미운 것이 아니라 웜비어를 북에 침투시킨 미국 정부로부터 단단히 그 값을 받아내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할 상황이기에 미국 정부가 그런 북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들어주었다면 북은 바로 웜비어를 석방했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그렇게 해서 일찌감치 다 풀려나지 않았던가.
특히 웜비어는 그 어떤 미국 간첩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다시는 미국 정부에게 자신처럼 희생당하지 말라는 말까지 미국 젊은이들에게 울면서 신신 당부하기까지 했다. 북으로서는 오토 웜비어를 아끼고 보살펴주고 싶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몸에서 어떤 구타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미국 의료계에서도 인정하였다. 오토 웜비어가 자청 기자회견 당시 신화통신 기자의 ‘북의 고문 등 압박 조사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너무나 인도적으로 잘 대해 주어 놀랐다며 북의 법집행은 매우 공정하다”며 그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 북이 인권을 잘 지키는 나라라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따.
이런 웜비어를 북이 무엇 때문에 가혹하게 다루겠는가. 북도 지금 그가 너무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유명을 달리하게 된 점을 가슴아파할 것이다. 특히 북의 교화당국과 의료담당자들의 안타까움은 더할 것이다.
따라서 오토 웜비어 사건은 미국이 공론화시키면 시킬수록 미국정부만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북이 두고 보고 있다가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오토 웜비어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들이 공개될 것이다. 미국에서 문제시한 만큼 그 파급은 커질 것이다. 사실, 오토 웜비어의 자청 기자회견 동영상이 지금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회자되면 될수록 그 조회 수도 늘어갈 것이다. 하기에 미국 정부가 바보들의 집합소가 아니라면 오토 웜비어 사건을 결코 길게 끌고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언론이 너무 우려하여 앞서 나가는 것을 미국도 썩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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