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사 재개를 결정하고 정부에 권고했다. ⓒKTV 화면 캡처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최종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지형 위원장은 “471명 시민참여단을 상대로 한 최종 조사결과 건설 재개 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기는 찬성했지만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 확대보다(9.7%) 축소를(53.9%) 선택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는 내용의 정부 권고안을 이낙연 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결정을 수용하며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 위원회 결정에 대해 “공사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주신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며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라며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보면 비록 자신의 공약을 뒤엎는 결정이지만, 그 과정에 승복하고 따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입장을 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책과 공약이 국민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2,187시간, 89일 동안 공론화된 원전’
▲숫자로 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결정한 ‘공론화 위원회’는 시민 471명이 참여해 결정했습니다. 특히 결정이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 성별, 연령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최종결정을 위해 무려 2,187시간 동안 학습과 의견청취, 질의응답, 토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지막에는 2박 3일 동안 종합토론회까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책을 위해 시민들이 2박 3일 동안 토론회에 참가해 결정하고, 정부가 이를 따르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특히 토론을 위해 공론화 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찬성과 반대 의견을 담은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몇 번이고 토론회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해 ‘유보’하겠다고 했던 시민들이 다양한 자료와 토론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결정했습니다. 무작정 ‘중단’이나 ‘재개’가 아닌 합리적인 근거와 방식에 의해 결정했다는 사실은 ‘숙의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숙의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시민들이 대다수입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에게 위임해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시민들이 직접 충분한 ‘숙의'(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 과정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비교 출처:김선희(2006), “공론조사기법: 학습과 토론을 통해 공론 확인하기”
여러가지 이유로 정책 결정에 ‘여론조사’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단순히 찬반이라는 의견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대표성과 정확성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론조사’는 설문과 학습, 토론 등을 통해 능동적 참여와 신중한 의사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폐단을 보완할 수 있는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치 참여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신고리 5·6호기 멈춰버린 3개월…문 대통령 사과해야”
그동안 원전 중단을 주장했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력발전소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권고에 대해 “시민들의 숙의를 통해 내려진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3개월 동안 공사를 중단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건설업체들과 노동자들의 고통, 낭비된 시간, 사장 위기에 처했던 기술, 막대한 손해와 공론화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탈원전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해 의견을 제시한 공론화위원회의 결론도 월권”이라며 “시간 낭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탈원전과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숙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오만함의 극치’
국민의당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30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한 일에 ‘공사 3개월 중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는 7월 17일 ‘국무총리훈령 제690호’로 법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2017년 4월 26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대신해 선거대책본부 이태흥 정책실장이 서명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잘가라 핵발전소 서약서’
더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선 과정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을 밝힌 바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대신해 선거대책본부 이태흥 정책실장이 참석해 ‘잘가라핵발전소’ 서약식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뿐만 아니라 ‘공론화 재실시’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대선 공약을 뒤엎으면서 ‘에너지 정책’을 국회에서만 논의하겠다는 주장은 ‘숙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오만함의 극치입니다.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의견과 결정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정책 공론화’ 과정을 통한 ‘숙의민주주의’가 더욱더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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