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2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2.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 59조원의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마련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월 16조원 규모의 올해 1차 추경예산을 11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figcaption> 기재부가 단 몇개월만에 빚도 지지 않고 역대급 규모의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53조원 규모의 추가세수 때문이다. 지난해 60조 규모의 추가세수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도 상당한 규모의 추가세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에 기재부가 과소추계를 심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18일 유튜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이번 2차 추경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기재부의) 실수가 반복되니 실력이 되는 거 같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세수추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2일 역대 최대인 59조4천억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예산안을 발표하면서, 53조3천억원의 초과세수, 7조원의 지출구조조정, 8조1천억원 가용재원 발굴에 따라 국채발행 없는 추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가세수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은 것이 아니라 기재부의 세수예측에 그만큼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총 61조원 규모의 추가세수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상당한 규모의 세수예측 오류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의 과소추계를 지적했다. 그는 "2021년 본예산안에서 소득세 징수가 89조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 2021년 결산을 보면 114조원이 걷혔다. 그런데 올해 예산안에는 105조원이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작년에 114조원이 걷혔는데 이보다 작은 105조원으로 될 것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2022년 제2회 추경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1년 본예산 국세수입을 282조7천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산은 344조1천억원이 세수로 들어왔다. 그런데 올해 예산안의 국세수입 규모는 이보다 작은 343조4천억원이 될 것이라고 기재부는 예측했다.
2021년도 경상성장률이 6%를 초과할 것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2021년 결산치보다 2022년 세수 수입이 당연히 더 많을 것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오히려 2021년 결산치보다 올해 세수 수입이 더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2021년도 국세 수입액수 징수내역을 알 수 있는 지난 2월 1차 추경 당시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당시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1월 추경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1차 추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일만은 아닌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추가세수를)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혀서 쓸 돈이 많아졌다고, 뭔가 좋은 일이라고 볼 게 아니라. 사회·경제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국회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심의의결을 할 권한이 있는데 정부의 안을 그대로 수용해서 의결해주고 우리도 몰랐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럴려면 국회가 적극적인 예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2차 추경과 관련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7조원의 재원을 마련했다는 부분도 주목된다. 지출구조조정은 본예산에 예정돼 있던 예산의 삭감 등 조정을 통해 추경예산의 재원으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예산 1조6천억원이 삭감돼 방위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방위력개선사업에서 주요 감액은 해상초계기-Ⅱ 1,359억원, 해상작전헬기 526억원,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에 투입될 신형 고속정(검독수리-B 배치-2) 270억원, 차기 호위함(울산급 배치-3) 200억원 등이다.
또 F-35A 전투기 성능개량 50억원, 전술지대지유도무기 46억원, GPS 유도폭탄 4차 108억원, 전술입문용 훈련기 TA-50 블록-2 203억원, C-130H 수송기 성능개량 86억원 등도 감액됐다.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A ⓒ록히드마틴
지난해 8월 당시 대선주자였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2차 추경과 관련해 F-35A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을 두고 '간첩사건'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2차 추경을 추진하면서 당시 문재인 정부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방부·방사청 예산 삭감은 곧바로 무기구매 지연, 방위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연구위원은 "실체는 국방 예산을 줄여서 방위력을 약화시킨 게 아니"라면서 실제 예산이 줄어든 게 아니라 지출시기를 조절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무기를 팔면서 FMS계좌를 만들어 두는데,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한국은 이 FMS계좌에 미리 도입하는 무기에 대한 비용을 넣어둔다. 이후 무기가 한국에 인도되는 시기에 맞춰 미국정부가 계좌에서 차감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무기 구입을 계약하는 시점과 실제로 인도되는 기간 사이에 환율변동에 의한 미국 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이번에 삭감된 국방부·방사청 예산은 다른 시점에 추경 등을 통해 집행된다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간첩사건도 아니며 방위력 약화도 아니고 단지 제정을 효율화하는 것일 뿐"이라면서도 "올바른 방향이지만, 이를 마치 불유불급한 것을 줄이는 것처럼 지출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계획된 예산 중 7조원을 삭감했음에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출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결산에 발생할 불용(안 쓴 예산)을 미리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세출 효율화는 지난 문재인 정부도 했다. 지출구조조정이 아니라, 재정효율화나 불용선인식 정도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예산의 지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본 것이 아니라 지출 시기를 조정하는 정도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기재부가 재정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깜깜이로 예산을 편성하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정창수 소장은 "재정은 공개하고 논의하면서 고도화시켜야 한다"면서 "지금 정보가 소수에만 집중되고 있어서 재정이 잘 활용되는지도 확인할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2차 추경에서 기재부가 빚 없이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 방법들을 지난 문재인 정부의 1차 추경에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조치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왕재 부소장은 "추경을 논의하면서 이번에 제기된 문제를 누가 책임지고 누가 반성해야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는 지난 2월에 끝낼 수 있던 보상을 지금 5월까지 지연시키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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