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도 세계화 숙명, 착한 황사 만들려면


조홍섭 2015.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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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도 편서풍 지대의 '숙명', 국제협력으로 풀어야…지구의 대기는 하나
스칸디나비아 외국 유입 산성비 피해, 20여년 노력 끝에 감축협약 맺어

Brian Digital_2006_예테보리_flikr.jpg» 2006년 스웨덴 예테보리의 산성화한 호수에 중화제인 석회를 뿌리고 있는 모습. 스웨덴 남부에 떨어지는 산성물질의 70~80%는 영국 등 외국에서 온다. 노르웨이도 산성물질의 80~90%가 외국에서 날아오며, 해마다 산화화된 강과 호수에 3만~5만t의 석회를 투입하고 있다. 사진=Brian Digital, Flickrs

1980년대 중반 스웨덴에서 연수차 반년 동안 머문 일이 있다. 당시 스칸디나비아의 최대 현안은 산성비였다. 검은 침엽수림 사이에 보석처럼 점점이 박힌 호수가 차츰 산성을 띠면서 수천 곳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그런데 산성비를 일으키는 황과 질소산화물이 스웨덴보다 영국, 독일, 폴란드 등에서 오는 것이 훨씬 많았다.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신문 만평에서 영국을 종종 ‘유럽의 더러운 늙은이’로 그렸다.
 
귀국해서 산성비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과 그에 따른 산성비도 심각했다. 빗물의 산성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농도지수’(pH) 같은 어려운 단위도 종종 신문 지면에 올랐다.

그런데 호수가 죽어간다는 조짐은 없었다. 전문가들 설명이, 황사에 포함된 알칼리성 물질이 내려앉아 산성을 중화시켜 준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yellow_amo_2011121.jpg» 2011년 5월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황해를 건너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나사의 아쿠아 위성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황사는 중국과 몽골의 사막과 황투(황토) 고원에서 날아오른 흙먼지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 차원에서 주목받는 현상이다. 태평양 밑바닥과 그린란드, 알프스 산에서도 황사 퇴적물이 발견됐다.

일본과 중국 과학자들은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2007년 5월 발생한 황사가 지구를 한 바퀴 반이나 돈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 황사는 한반도와 일본 남부를 거쳐 북태평양을 건넌 뒤 북아메리카, 대서양을 차례로 지나고 스칸디나비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13일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아 출발점에 도착했다.

 asian dust.jpg» 세계를 한 바퀴 반 돈 타클라마칸 황사의 궤적. 처음 7만5000t이던 황사는 마지막 태평양에 가라앉을 때 6000t으로 줄었다. 그림=이츠시 우노 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09.

이후 두 번째 도달한 북서태평양에서 대규모 고압대에 가로막혀 바다에 가라앉았다. 8만t으로 추정된 이 황사 먼지는 대류권 상부에서 빙핵을 형성해 높은 하늘에 새털구름을 만들었다. 새털구름은 햇빛을 가려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

또 영양물질이 부족한 태평양에 가라앉아 식물플랑크톤에 양분을 공급했다. 황사는 지구 생태계에서 ‘착한’ 구실을 한다. 

황사의 계절이 왔다. 그런데 요즘 황사는 철을 모를뿐더러 단순한 흙먼지도 아니다. 공업지대를 통과하며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머금은 채 날아오기도 한다.

황사 자체에도 초미세먼지가 들어 있어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엊그제처럼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꺼번에 뒤섞여 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대기질 예보’는 겨울과 봄 휴대전화에서 가장 자주 보는 앱이 됐다.
05268103_R_0.jpg» 17일 스모그와 황사가 겹쳐 발생한 서울 도심을 한 시민이 63시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의 미세먼지는 2012년 바닥을 찍은 뒤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여가 30~50%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발 대기오염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유차 증가 등 우리가 내보내는 오염 비중이 아직은 더 크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가운데는 우리가 수입해 쓰는 중국산 공산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것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스모그 문제가 국가적 과제가 된 중국도 지난해 600만대의 낡은 차량을 폐차하는 등 갖은 애를 쓰고 있다. 12일 열린 제2차 한·중·일 대기오염 정책대화에서 중국 환경보호부의 대기오염 실무책임자는 “지난해 오염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놓았다.

사본 -05255763_R_0.jpg» 중국 CCTV의 유명 앵커 출신 차이징이 종양 앓는 딸이 베이징의 극심한 스모그 탓이라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베이징에서 2월28일 발표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갈무리

중국 74개 주요 도시의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64마이크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이 65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그런 날이 1년 내내 계속된 셈이다.
 
중위도에서 편서풍은 숙명이다. 서쪽에서 오염물질을 내보내면 동쪽 사람이 피해를 본다. 한국이 산업화할 때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산업화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골치를 썩인다.

국경을 넘어선 대기오염이 동북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오염물질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떨어지고, 동아시아의 공해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 미친다.

“오늘 당신이 마시는 공기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열흘 전 공장과 자동차와 부엌 화덕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 미국 국가연구위원회(NRC)는 2010년 대기오염의 장거리 이동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지구에는 하나의 대기가 있을뿐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물질은 미세먼지, 오존, 수은, 잔류성 유기물질이고, 배출량이 많은 동아시아가 주목의 대상이다.

long-range2.jpg» 지구 차원의 대기오염 물질 장거리 이동 경로. 그림=NRC, <세계를 오염시키는 지역 공해>, 2010.
동아시아에는 황사와 스모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동북아 환경재난 대응 지역협력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기오염 말고도 원전사고, 백두산 화산폭발, 조류인플루엔자가 이 지역을 위협할 환경재난 후보이다.

한·중·일에는 세계 원전의 20%인 72기가 가동중이고 계획 중인 것을 합치면 185기이다. 중국 원전 93기는 대부분 한반도로 바람이 불어오는 황해 연안에 위치한다.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과 환경재앙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은 국제협력이다. 스웨덴은 1967년 호수의 산성화가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 온 오염물질 탓임을 알았다. 1972년 스톡홀름 유엔환경회의에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노력 끝에 1979년 최초의 유엔 대기오염 장거리 이동 협약(LRTAP)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오염 배출국이 실질적 감축에 나서기까지는 오랜 기간의 설득과 협상이 필요했다. 오염 감축이 자기 나라에 이득을 주고, 또 스스로도 피해를 입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나서야 오염배출국이 움직였다. 1993년 감축 협상이 난항을 겪자 격분한 노르웨이 환경장관이 영국의 협상 상대를 두고 공개적으로 “○자루처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기오염 감축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고 행동에 옮기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유럽보다 나은 이웃일 수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황사와 스모그가 짜증나고, 그것을 보내는 중국이 밉더라도 어쩔 수 없다. 우리 오염을 먼저 개선하고, 중국이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중국 환경보호부가 대기오염에 맞서자며 내건 표어처럼 말이다. “함께 호흡하고 같이 싸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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