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동구청 직원들이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과 학생을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 ⓒ미래세대가세우는평화의소녀상추진위페이스북
주부산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지 4시간 만에 강제로 철거당했습니다. 12월 28일 12시 30분경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소녀상을 이동해 일본영사관 후문에 내려놨습니다.
시민과 추진위 회원들은 소녀상 설치를 시도했지만, 부산동구청 직원과 경찰에 의해 곧바로 제지당했습니다.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시민과 회원들은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 30분경부터 부산 동구청 공무원은 경찰의 묵인과 경호 속에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시민과 회원들을 한 명씩 끌어냈습니다.
부산 동구청은 소녀상을 강제로 압수했고, 이 과정에서 시민과 대학생 등 1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되거나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소녀상 추진위는 31일 오후 9시로 예정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강제 철거로 무산되자, 소녀상을 설치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며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영사관 서한에 트럭으로 소녀상 설치를 막았던 부산 동구청’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이 부산동구청에 보낸 소녀상 설치 반대 공문 (좌)부산동구청이 소녀상 설치를 막기 위해 트럭을 주차해둔 모습(우)ⓒ부산동구청,부산겨레하나
부산 동구청이 ‘평화의 소녀상’을 강제로 철거한 배경은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의 편지로부터 시작됐습니다.지난 11월 28일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총영사 모리모토 야스히로’는 박삼석 부산동구청장에게 서한을 보냅니다.
일본 측은 서한에서 박삼석 구청장의 강한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소녀상 설치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하게 반대합니다. 모리모토 야스히로 총영사관은 소녀상이 설치될 경우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한다’,’외교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라며 ‘총영사관 주변의 어떠한 장소에도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합니다.
부산 동구청은 서한을 받고 난 뒤 ‘소녀상 설치 불허’를 강조했습니다. 이후 소녀상 설치 전 날인 12월 27일에는 설치 예정 장소에 트럭을 주차해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일본영사관 후문에 세워졌던 ‘평화의 소녀상’은 부산 시민들의 후원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부산동구청은 이런 부산시민들의 노력과 정성을 짓밟았습니다. 부산 동구청 직원들이 소녀상을 강제로 철거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총영사관이 강조했던 ‘강력한 리더십’의 박삼석 구청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박삼석 부산동구청장은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 ⓒ오마이뉴스
시민들이 강제로 압수당한 소녀상을 돌려달라고 애를 썼던 시간, 박삼석 구청장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박삼석 구청장은 휴가를 내고, 29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6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부와 시민단체 등이 부산 동구청을 방문하고, 전국적으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시간에 구청장이 정당 행사에 참석한다는 자체를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외교부가 소녀상 설치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서울시와 같은 다른 지자체는 소녀상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 지원 조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념·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산 동구청은 소녀상을 노상 적치물로 압수했습니다. 무단 적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인데, 이럴 경우 과태료만 내면 부산동구청은 소녀상을 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부산 동구청은 “소녀상을 돌려주면 다시 일본영사관 앞에 불법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녀상 반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여자 아베, 진주만 방문 뒤 야스쿠니 신사참배’
12월 27일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75년 전 일본의 공격으로 희생당한 미국인에 대해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 부분만 보면 일본이 사죄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속내는 달랐습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진주만 사건 애도와 동시에 제로센 조종사였던 ‘이다 기념비’에도 헌화를 했습니다. ‘이다 기념비’는 제로센 조종사로 진주만 폭격에 참전했다가 자살 공격으로 죽은 ‘이다 후사타’의 시신을 찾은 미군이 만든 기념비입니다.
진주만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일본의 공격으로 죽은 미군을 애도했다는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행보였습니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여자 아베’로 불릴만큼 아베의 극우 외교 정치를 실천하는 인물 중의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나다 방위상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발에 대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어떤 나라에서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박삼석 부산 동구청장이 일본영사관의 ‘소녀상 설치 반대’ 서한을 받고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을 기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소녀상을 일본은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
지난 2015년 박삼석 구청장은 이케다 SGI(Soka Gakkai International 일본 창가학회) 회장 부부에게 부산 동구청 명예구민증을 수여하며 ‘올바른 한일 역사관 정립’을 강조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소녀상 철거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 바로세우기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왜 강제로 철거하고 불허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소녀상 설치 반대를 요구하고 강제 철거하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외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의 눈치를 보는 한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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