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예산안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12월 2일 오후 2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밤늦게까지 이어 갔습니다. 그러나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예산안 통과를 무산시켰습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대체 왜 야당은 국회법이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을까요?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내년도 지방선거 때문에 반대하는 야당’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을 내년도 지방선거 이후인 10월에 도입하자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에는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월 20만6050원 지급하는 ‘기초연금 인상안’이 있습니다.
복지 관련 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19대 대선 때 여야가 공동으로 제시한 공약입니다. 그런데 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을까요?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은 내년 4월부터 아동수당은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도입 시기가 지방선거 전후라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지방선거에서 여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공약마저 시기를 늦추자고 예산안을 반대하는 모습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일에 반대하는 야당’
언론과 야당은 새해 예산안 반대 이유가 ‘공무원 증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증원보다는 ‘충원’에 가깝습니다. 증원은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의미이지만, 충원은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충원 인력. 대부분 국민의 안전과 안보 등에 집중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포함된 인력 충원은 1만2,221명입니다. 세부 충원 내역을 보면 경찰이 2.779명이고, 해경이 672명, 생활안전 4,228명, 시설,장비 운영은 292명입니다.
경찰의 충원 인력을 보면 ‘파출소 24시간 순찰인력 2,028명’,’112상황실. CCTV 관제인력 181명’,’학대 예방,범죄 피해자 보호인력 174명’ 등 국민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축소됐던 해경도 ’24시간 순찰 및 상황실 351명’.’VTS, 함정 운용 174명’ 등으로 안전에 집중돼 있습니다.
4,228명이 충원되는 생활안전을 보면 집배원이 1,00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막고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는 충원입니다. 불법체류 단속이나 어업지도 단속, 재외국민보호, 119특수구조대 등도 모두가 국민의 안전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군대 부사관을 충원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 등 직접적인 병력이 감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예 부사관을 통해 군대 병력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당연히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충원은 단순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과 안보 등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중요한 인력 보강입니다. 안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야당이 반대할 명분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예산안,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
새해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자 자유한국당은 “시한 내에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으나 국민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을 저지하고,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주먹구구식 공무원 증원 예산 등 포퓰리즘 예산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시중 증권회사에서 발행한 경제 동향 보고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예산안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를 위한 증권사의 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됐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철저하게 경제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전망을 알려줍니다. 보고서에서는 ‘인적투자와 재정 혁신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근거인 ‘퍼주기식 예산’은 실제 전문가들과는 다른 주장으로 봐야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2018년 새해 예산안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정 시한을 넘길 정도로 엉터리 예산도 아닙니다. 오히려 19대 대선 때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선거’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공약마저 포기하고 예산안의 처리를 넘긴 야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지경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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