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 2022.09.19.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 순방이 별다른 소득 없이 ‘조문 패싱’, ‘48초 스탠딩 대화’, ‘30분 환담 아닌 간담’, ‘이XX 막말’ 등의 논란만 낳고 끝날 위기에 처했다.
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조문하기 위해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제일 중요한 일정인 조문을 건너뛰고, 미국·일본과 각각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당초 발표와는 달리 ‘48초 스탠딩 대화’(한·미)와 ‘30분 만남’(한·일)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화와 간담의 결과 발표에서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웨스트민스터 홀, 24시간 운영 리셉션 뒤 조문 가능한데 영국 여왕 조문 패싱한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런던 순방의 핵심은 영국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문하는 것이었다. 영미문화권 장례문화에서 고인을 직접 마주하고 애도하는 행위를 ‘뷰잉’(Viewing, 고인과의 대면), ‘라잉인스테이트’(Lying in state, 사망한 국가 통치자의 유해 일반 공개) 등으로 부르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중요한 일정을 당일 갑자기 취소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 영국여왕 조문 ⓒ24hoursworlds 온라인 기사 화면 갈무리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 대통령처럼 오후 2시 이후 도착한 다른 나라 정상들도 모두 조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 총리가 언급한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EU 집행위원장, 그리스 대통령 모두 여왕의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고개 숙여 조문하는 모습이 해외언론에 보도됐다.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교통 여건이 좋지 않자, 운동화로 갈아 신고 30분을 걸어가 조문했다.
조현동 외교부 차관은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영국 국왕 주체의 리셉션 때문에 조문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일왕과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은 리셉션이 끝난 오후 7시 이후, 리셉션 장소에서 16분 거리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문했다.
밤늦게라도 누구든 원한다면 조문이 가능했다.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은 14일부터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24시간 개방돼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의지만 있었으면 밤늦게라도 조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문을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9월 21일 낮 12시 23분부터 30분 동안 UN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두 정상 간 '약식 회담'이 이루어졌다면서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대통령실 홈페이지
일본 “30분 회담 아니고 간담” 굴욕 한국 취재진 패싱...사진 한 장 받아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 행사 뒤로하고 바이든 만나러 갔으나 ‘48초 스탠딩 대화’ 양국 기업인들 일정 미루며 기다려
미국 뉴욕 순방의 핵심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국가안보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한 형태의 정상회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48초 스탠딩 환담’에 그쳤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일본 정부 측 표현대로라면 ‘30분 간담’에 그쳤다. 환담과 간담의 별다른 성과도 없었다.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가 있는 빌딩까지 찾아가 이루어졌다. 이조차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니고 ‘간담’이라고 표현했다. NHK 등 대다수 일본 언론도 이를 ‘간담’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30분 동안 ‘약식 회담’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조차 사전에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한국 취재진은 취재하지도 못했다. 이 만남은 현장에 있던 일본 취재진에게만 노출됐으며, 한국 취재진에게는 사후 사진 한 장만 제공됐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약식 회담’이라는데, 사진 속 회담 장소에는 국기조차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09.22. ⓒ뉴시스
기대했던 한·미 정상회담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계획에 없던 바이든 대통령 주최의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의 행사를 주최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뒤로하고 계획에 없던 행사로 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인들은 윤 대통령의 참석을 기다리며 행사 일정까지 미뤄야만 했다. 현장에는 카란 바티아 구글 부회장, 공여운 현대자동차 사장,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이 2시간가량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최 행사로 대체됐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 등의 행사를 뒤로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 주최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의미 있는 대화를 기대했지만, 이 또한 ‘48초 스탠딩 대화’로 끝났다. 대통령실 측은 이 대화를 ‘한미 정상 간 환담’이라고 표현하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등에 관한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브리핑에서 IRA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 XX들” “바이든 X팔려 어떡하냐” 방송 카메라에 잡힌 비속어, 막말
‘48초 스탠딩 환담’이 이루어진 바이든 대통령 주최 회의가 끝나고 행사장에서 나오는 길에, 윤석열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냐?”
이는 현장에 있던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발언 맥락상 윤 대통령이 지칭한 ‘국회’는 미국 의회로 추정되고, 발언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 주최의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자며 자신 있게 재정을 약속했지만, 미국 의회가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X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9.22. ⓒ뉴시스
“국제 망신 외교 참사” “정말 X팔린 건 국민”
이번 해외 순방 논란으로,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문외교라더니 정작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조문은 못 하고, 일본 수장은 손수 찾아가서 간신히 사진 한 장 찍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회의장에서 스치듯 48초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라며 “정상 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속어·막말 논란 관련해서도 “국격이 크게 실추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나토 방문은 온갖 구설만 남기고, 한국까지 온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패싱하고,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 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고,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고,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 XX들...X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 팔린 건 국민들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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