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일자리...직접시공, 상향식 구조로 바꿔야”
건설산업 ‘진짜 원인’ 지적했더니 “단속 제대로 못한 탓”이라는 국토부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발행 2023-04-15 13:28:41
- 수정 2023-04-15 13:30:4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과 전국건설노조 등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에실에서 공동주최한 ‘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는 건설업계 관련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건설산업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건설산업에선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불안정한 고용, 부실공사, 공사기간 지연, 불법 자금 조성 등 다양한 문제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이 논의돼 왔는데, 갑자기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문제가 마치 노동자들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아마도 보수적인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건설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고 중요한 산업인 만큼, 정치적 계산으로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문제”라며 “건설산업의 진짜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는 건 지금 시점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산업 전문가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일자리”
토론 발제를 맡은 신영철 건설정책연구소장은 이런 건설산업 문제의 진짜 원인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대표되는 ‘하향식 구조’를 꼽으며 이를 ‘상향식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소장은 “정의로운 건설현장은 안전하고 질 높은 일자리이며, 제대로 대접받는 삶이다. 그러려면 일단 합당한 수입이 보장돼야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하는 날 수가 보장돼야 한다”며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건설업의 일자리가 가장 안전하지 못할 뿐더러 임금 보장은커녕 외국인 노동자에게 밀려나 내국인은 일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그나마 안전 문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사회적 관심으로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일자리 문제만큼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민간 건축이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건설기성액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에 있는 건설업체 수는 월등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은 바로 일자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에 일자리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체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신 소장은 “수주만 하면 쪼개서 다 하도급을 줄 수 있는 게 가능한 우리나라 건설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합법적인 도급 구조는 '발주처→종합건설사(원청)→전문건설업체(하청)'까지다. 하청 업체가 다시 다른 업체에 도급을 맡기는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이면 계약 등 불법, 편법을 동원해 도급 팀장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주고, 하청업체가 아닌 도급 팀장이 건설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사례가 만연하다.
신 소장은 “우리나라 건설 관련 제도를 보면 상층부에 혜택을 더 많이 준다. 그리고 상층부에선 경쟁이 거의 없다가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하층부에 있는 게 바로 직접 일을 하는 건설노동자들이다. 신 소장은 “인원수로 보면 건설노동자들이 160만명 정도 된다. 그러면 정책의 중심은 가장 규모가 큰 건설노동자들이 돼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 소장은 특히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 경쟁이 치열한데 여기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적정임금제도가 도입되면 뭐하겠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그래서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입국이 더 쉽도록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의 자료를 보면 15년 전에 불법 체류자가 10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220만명으로 2배가 늘어났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단기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불법 체류자는 월등히 늘어났다. 이 정도면 법무부의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에선 일자리가 부족한데 정부는 오히려 일할 사람을 계속 수입해오는 꼴”이라며 “우리나라에 변호사도 부족하고 의사도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왜 변호사와 의사는 수입하지 않는 건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 고용 문제를 엄단해서 우리나라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자신이 일자리를 한번 잃어본다면 절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불법 체류 외국인이 건설현장에 특히 몰리고 있는 것은 다단계 하청 구조 탓이라고 신 소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청은 최저가로 낙찰을 받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남겨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부실공사를 스스로 하거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하거나 불법 고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 사업주 단체들은 불법 외국인들을 합법화해달라는 식의 정책 로비를 뒤에서 수시로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다보니 다단계 하도급 건설현장에서 가장 하층부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신 소장은 지적했다. 2021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3.3㎡당 28만원으로 책정된 해체공사비가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며 4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던 것이다. 신 소장은 “그런데 4만원을 두고 사람들은 뭐라 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이미 28만원을 부담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부족했다고 보질 않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신 소장은 이처럼 가장 위에 있는 원청에 적정 공사비나 혜택이 주어져도 ‘낙수 효과’가 현실에선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상향식 구조’로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적정임금제가 제대로 도입되는 것이다.
그는 “1930년 대공황 초기에 미국 뉴욕주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니까 더 임금이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인 적정임금제를 도입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지나면서 노동자 임금이 하락하니까 원청에 돈을 더 줘서 낙수효과를 나타나게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설계 단가를 높인다고 해서 그것이 밑바닥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실”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문제에 미국과 다른 처방을 했던 것”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 소장은 원청이 직접시공을 최소 절반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산업은 종합산업이다. 워낙 공정이 다양하다보니 모든 걸 원청이 직접 다 할 수는 없다”며 “그래도 적어도 절반은 원청이 직접 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어느 단계에서 생기냐면 대부분 하도급 공사할 때 생긴다”며 “하도급 단계를 줄이려면 하도급 업체가 원도급 업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 ‘진짜 원인’ 지적했더니 “단속 제대로 못한 탓”이라는 국토부
토론에 나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한수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실제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증언하며 신 소장의 발제 내용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일주일 거리는 타설 공정이 4일 만에 이뤄지는 게 건설현장의 실체”라며 “이틀 이상 작업해야 하는 알폼도 지금은 하루만에 끝내는 것도 모자라 더 단축해서 무조건 15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과 품질 두 가지 측면을 충분하게 고려한 공사비 산정이 필요하고, 실제 시공 단계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건설업체가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게 뻔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들도 발제 내용에 큰 틀에서 공감을 표했다. 다만 발생되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원청인 종합건설사가 모인 대한건설협회 한상준 기술안전실장은 “적정 공사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낙수효과는 영영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밉다고 자꾸 깎을 게아니라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는 노력은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접시공이야말로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사기간을 유연하게 연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청인 전문건설업체가 모인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현 정책본부장은 “하도급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수주를 하게 된다”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 입찰 결과를 공개하거나 저가 하도급 심사 규정을 도입하는 등 현실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함께 병행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전문건설업체도 직접시공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그러기엔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면서 종합건설사와 동등한 기준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적정임금제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시공비 상승 요소가 많아 그걸 시장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 국민들이나 발주자가 그런 부분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한다는 것보다는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고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놓을 뿐이었다.
국토부 장우철 건설정책과장은 “다단계 하도급이 원인일 수도 있고, 불법 외국인 채용이 문제일 수도 있고,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임금 하락이 문제일 수도 있다”며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없어지지 않고 현장에 남아있느냐를 생각해보면, 펜스 안에서 감독 역할을 해야 하는 감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정부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수많은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런 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이런 규제들이 합리적으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건설노조만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장 과장은 “안타까운 것이 대외적으로 비춰진 모습과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온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라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내부적으로 노사의 불법행위를 굉장히 균형 있게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 과장은 “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펜스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 계신 민주노총은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최근에 이름도 모를 많은 노조가 생겨났다. 그들이 정말 근로자 권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단체인지, 아니면 어떤 채용 강요, 부당 금품 수수, 이권 개입 등을 하고 있는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건설산업 혁신과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의 첫번째 토론회로, 앞으로 두 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20일에는 ‘건설산업 고용 문제와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다음달 12일에는 ‘올바른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연이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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