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추후에 할 일이 아니라니까요”
지난해 5월 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을 너무 급하게 이전하다가 도·감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의 지적에도, 이 장관이 “추후에 그런 문제를”이라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지 않자 강한 어조로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용을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실 졸속 이전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8일(미국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군 당국 및 정보기관의 도·감청 내용이 포함된 기밀 물건이 소셜미디어에 대량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올해 3월 초 한국이 NSC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미국을 우회해 지원할지 여부를 고심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는 게 NYT 등의 보도내용이다.
국가정보원·장성 출신 여·야 의원 반복 강조 “도·감청 검사부터 해야” “발견하면 다 중단해야”
이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병기 의원은 2005년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후 완공까지 15년이 걸린 이유, 우리나라 대사관 짓는데 정보기관 소속 방첩 전문가까지 3년 동안 파견됐던 이유 등을 설명하며 ‘대통령실 졸속 이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경고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국방부 제공
김병기 ▶ 2005년 5월 미국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어요. 왜 15년이나 걸렸는지 알고 계십니까? 이종섭 ▷ 제일 중요한 것이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직접 자재를 가져와서... 김병기 ▶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알고 계세요? 이종섭 ▷ 보안 문제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병기 ▶ 보안 문제를 조금 더 설명하자면 도청장치 때문입니다. 도청장치. (생략) 도청장치에 넌더리가 나 가지고 새로 짓기로 했는데, 건물을 거의 지었지요, 그렇지요? 건물을 잘 짓고 있는데 기상천외한 도청장치가 끊임없이 발견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벽과 벽 사이에 콘크리트를 했는데 벽과 벽 사이에서 발견된다든지 (생략) 참다못한 미국이 거의 다 지은 건물을 다 부숴 버리고 지금 말씀하신 대로 모든 자재를 미국에서부터 직접 가져와서 그 건물을 짓습니다. (생략) 우리나라 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략) 정보기관 소속 방첩 전문가가 3년 동안 직접 파견돼서 상주하면서 모든 자재, 인원 이런 걸 다 통제해서 그 건물을 짓고 수차례에 걸쳐 대도청 점검을 한 이후에 입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걸 갖다 비추어 봤을 때 지금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는데, 거기에 지금보신 것처럼 저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설 보안이 완벽하게 된다고 보세요?
그런데도, 이 장관은 추후에 보완하면 될 일처럼 치부했고 김 의원이 “추후에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도·감청 검사부터 우선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다면 대통령실 이전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병기 ▶ 우리나라의 가장 민감한 정보에 어느 나라가 관심 있을 것 같아요? 적성국이나 우방국 그다음에 혈맹,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의 정보에 관심 있는 나라, 세 나라 다 있습니다. 이종섭 ▷ 예, 모든 국가가 다 있습니다. 김병기 ▶ 그렇지요? 이종섭 ▷ 예. 김병기 ▶ ‘살펴보겠다’ 이러지 마시고요. 바로 가서 건의하셔서 대도청검사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시설 분야에 대해서. 아니면 정말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발견되면 다 중단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신원식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자료사진 ⓒ뉴스1
이 같은 김 의원의 지적에 여당 의원인 장성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동의한다”며 이 장관에게 몇 가지 확인해야 할 지점을 짚기도 했다.
신원식 ▶ 국방부에서 합참 신청사로 들어가는 그 부분 있잖아요. 도청 장비나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어차피 이사하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여기 혹시 기무사나 근접하고 있는가요? 이종섭 ▷ 그 부분 제가 확인을 못 했습니다. 아마... 신원식 ▶ 그리고 경호처는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경호처는 원래 어느 때보다 강하니까 아마 보안 진단을 할 것 같은데 후보자님도 장관이 되시면 현 시설에 대해서, 이전 시설에 대해서 아주 강도 높은 보안 진단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종섭 ▷ 예, 잘 알겠습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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