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강릉 등에서 발생한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과 청원, 서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미성년자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나오는 현상입니다.
‘소년법 폐지’ 여론은 높지만, 미성년 범죄자의 적용 범위나 처벌 규정 등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소년법과 관련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① 청소년보호법과 소년법은 다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이는 ‘청소년보호법’과 ‘소년법’을 잘 알지 못해 나온 청원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말 그대로 청소년을 유해 환경(게임,영화,술,담배,약물, 술집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입니다. 미성년자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법은 ‘소년법’이 맞습니다.
② 참여정부 시절 오히려 소년법이 강화됐다.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개정된 소년법 때문에 청소년 범죄가 늘어났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 개정된 소년법은 과거보다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원래 소년법 적용 상한 연령은 20세였습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라 19세로 하향 조정돼 소년법 적용이 더 강화됐습니다.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도 기존 12세 이상에서 10세 이상으로 더 낮아졌습니다. 2007년 개정된 소년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던 초등학생도 처벌 대상이 됐습니다.
③ 소년법에는 나이와 형사 책임 등을 분류해 놓았다.
소년법에는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우범소년’ 등으로 세분화해 놓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미성년 범죄자라도 처벌을 다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촉법소년: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범법 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
범죄소년: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범법 행위를 한 형사책임자)
우범소년: 만 10세 이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있는 미성년자 (여럿이 몰려다니며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해 술을 마시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동을 하는 경우)
④ 촉법소년(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소년법에는 만 10세 이상부터 만 14세까지는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범법 행위를 했지만,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⑤ 처벌이라고 보기 어려운 ‘보호처분’
소년부 판사는 심리결과 범죄사실이 인정되면 1호에서 10호까지의 소년보호처분 중 해당하는 처분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보호처분은 거의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1호처분’의 경우는 그냥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있으면서 반성하는 ‘귀가’에 해당합니다. ‘2호처분’은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등을 수강하는 처분입니다.
만 12세 미만은 최장 6개월 소년원 송치가 가장 높은 처분입니다. 미성년 범죄자의 처벌이 낮다는 비난은 ‘보호처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년법원이 부과하는 보호처분의 종류>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6개월, 6개월의 범위에서 1회 연장 가능)
2호: 수강명령(12세 이상의 소년에게만 가능, 100시간 미만)
3호: 사회봉사명령(14세 이상의 경우만 부과할 수 있음, 200시간 미만)
4호: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1년)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2년, 단 1년의 범위 내 1차 연장 가능)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위탁
7호: 병원,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6개월 미만)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12세 이상의 소년에게만 가능, 2년 미만)
⑥ 만 14세 이상이면 형사처벌 가능하다.
만 14세 이상부터는 ‘형사책임능력자’입니다. 그래서 성인범과 유사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⑦ 소년범은 중범죄라도 사형 선고 못한다.
소년범의 범행 당시 나이가 18세 미만이면 사형 또는 무기형 처벌이 없고 15년의 유기 징역이 최대 형량입니다.
⑧ 구체적인 석방시기를 알 수 없는 ‘부정기형’
소년범은 석방 시기를 알 수 없는 ‘부정기형’ 선고가 있습니다. 개선의 가능성이 많은 소년범에게 수형 태도 등에 따라서 형기를 조정하는 이른바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처벌입니다.
⑨ 3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가능
소년범은 가석방이 성인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소년범이 무기형을 선고받았을 경우에는 5년 이상(성인은 10년 이상) 복역하거나, 징역 15년형일 경우에는 3년 이상(성인은 5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합니다.
⑩ 23세가 넘으면 일반 교도소로
소년범은 일반 교도소의 경우는 일반 수형자가 아닌 특별히 분리된 장소에 수감됩니다. 그러나 23세가 되면 일반교도소 수감이 가능합니다.
▲드라마에 나온 학교 폭력 장면. 괴롭힘 당하는 오빠의 폭행을 막는 여동생에게 옷을 벗고 동영상 찍어주면 오빠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하는 가해자들 ⓒOCN 화면 캡처
‘소년법 폐지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이 중요하다’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소년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 규정이 낮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학교 폭력이나 미성년자 범죄의 잘못된 수사와 불공정한 재판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거나 범죄 사실을 은폐, 축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보복 범죄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전과가 남지 않는 소년법 32조 6항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는 조항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반성을 했다면 상관이 없지만, 무조건 미성년자라고 보호처분을 약하게 하거나 범죄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소년법 폐지보다는 일선 수사기관이 미성년자 범죄 수사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어 수사하고, 재판 또한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법을 바꿔도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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