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박지원 “文대통령, 방미 전에 야당에 전화했었으면…”>이라는 기사가 공유됩니다. 경기방송 ‘세상을 연다 박찬숙입니다’ 프로그램의 인터뷰 관련 기사였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전에 전화도 하지 않고 떠났다’며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협치도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며 비난했습니다.
“국민은 두 거대 야당이 독선과 독주를 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다당제를 만들어줬고, 이것을 수용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협치를 말씀하셨습니다. 협치를 하라는 거예요. 국민적 명령이에요. 그러면 대통령께서.. 또 말씀하셨으면, 협치를 해야지, 협치를 하지 않고, 내 지지도가 높으니까 나를 따르라. 또 국민의당은.. 이런 식으로 하니까 지금 오늘의 사태가 온 거 아닙니까?” (박지원 9월 19일 경기방송 ‘세상을 연다 박찬숙입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국민의당이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이유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박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도가 높으니 무조건 나를 따르라며 야당과 협조를 하지 않고 있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들 보십시오! 트럼프 대통령처럼 그렇게 고약하신 분도 민주당의 원내대표 상원 하원, 심지어 어떤 지역을 가실 때는, 야당 의원들하고 같이 전용기를 타고 가면서 얘기를 하시잖아요? 그러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설득하는 데에 무엇을 하셨느냐 이거예요. 이번에도 이렇게 막혀 있으면, 가시기 전에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야당 대표들한테 한 번 전화하고 만나자고 하고, 얘기하면서 좀 도와 달라. 또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내가 이렇게 고쳐 나가겠다. 하고 미국 떠나셨으면 지금 인준 할 수도 있지 않아요! 다녀오셔서 그런다고 하니까, 다녀오시도록까지 기다리는 그런 꼴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 (박지원 9월 19일 경기방송 ‘세상을 연다 박찬숙입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빗대어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설득 하는데 뭘 했느냐’라며 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전에 야당 대표들한테 한 번 전화했으면 인준할 수도 있지 않으냐’라며 21일로 예정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그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부재 때문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반전, 문재인 대통령 출국 전에 안철수 대표와 통화’
박지원 전 대표의 주장과 다르게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김명수 후보자 인준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국민의당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도 “문 대통령에게 건강하게 다녀오시고, 중요한 외교 성과를 기대하겠다 정도로 이야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박지원 전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文대통령, 출국당일 안철수·김동철에 전화…”김명수 협조” 당부>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 잘 하셨습니다. 협치의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박지원과 안철수 대표 간의 갈등??’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안철수 대표 당선 소식을 전하면서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에요’라고 상태를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이후 ‘실수였다’라고 해명했다. ⓒ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출국 당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국민의당 관계자가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내부 소식도 잘 모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셈입니다.
그동안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지난 7월 27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가 이 순간에 당 대표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당 대표와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관련 전화 통화를 했지만, 박지원 전 대표가 몰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선 그동안 긴밀하게 협력했던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의 관계가 당 대표 출마 과정에서 서먹서먹해진 것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또 하나는 박 전 대표가 이제 국민의당 내부 소식을 모를 정도로 당 핵심 권력에서 멀어졌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와의 갈등은 내부 문제이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은 국가의 중대 인사입니다. 임명동의안을 놓고 벌어지는 국민의당을 향한 비판을, 근거 없는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정치인의 발언은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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