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2 제주도’ 방송에서 제주 4.3사건을 설명하는 유시민 작가 ⓒtvN 화면 캡처
11월 24일 tvN의 ‘알쓸신잡2’에서 ‘제주’편이 방송됐습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게 제주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일반 예능에서는 다루기 힘든 ‘제주 4.3사건’이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알쓸신잡에서는 4.3사건의 시작과 배경을 ‘남로당’을 중심으로 말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5.10 남한 단독 선거가 예고됐고, 제주도 안에 남로당 조직이 있었으며 거기에서 시작됐다’라며 5.10선거를 막기 위한 남로당의 활동을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의 배경은 단순히 ‘5.10 선거’와 남로당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4.3사건의 시작은 3.1절 발포 사건’
▲ 제주4.3사건의 배경이 된 1947년 3.1절 시위 모습을 그린 그림 ⓒ강요배
해방 이후 제주도는 극심한 경제난과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육지로 나갔던 제주도민이 대거 귀향하며 느꼈던 기쁨과 희망도 잠시뿐이었습니다.
제주는 실업난과 식량부족, 전염병 창궐 등으로 도민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친일경찰 출신들이 다시 경찰로 복권됐고, 이들은 미 군정 관리들의 무능을 틈타 악행과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1947년 제주 북초등학교에서 있었던 3.1절 기념식에서 기마경관의 말에 어린아이가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군중들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며 경찰서까지 쫓아가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총을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날 희생자 중에는 초등학생과 젖먹이를 안고 있었던 20대 젊은 엄마도 있었습니다.
제주도민은 경찰의 발포에 항의했지만, 경찰과 미 군정은 ‘정당방위’로 주장하며 오히려 도민과 학생 등을 강제 연행했습니다. 제주에서는 3월 10일부터 제주 도청을 비롯한 행정기관 대부분인 23개 기관, 105개의 학교, 우체국, 전기회사 등 제주 직장인 95%에 달하는 4만여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미 군정과 경찰은 3월 15일부터 파업 관련자를 연행하면서 4월 10일까지 무려 500명 이상을 체포했습니다. 당시 얼마나 많은 제주도민이 경찰서에 구금됐는지 모든 유치장은 앉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무자비한 탄압으로 얼룩진 서청의 만행’
▲제주 4.3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은 어린아이와 여자, 노인들이었다. 그들을 학살한 자들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정부의 국가 유공자라고 할 수 있을까?
미 군정은 총파업을 막기 위해 육지에서 경찰과 서청 등 우익청년단원을 대거 파견했습니다. 특히 육지 경찰을 대신해 들어 온 서청은 무자비한 탄압으로 제주도민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습니다.
서청이 처음 제주에 들어온 것은 유해진 지사가 제주로 부임하면서 호위병으로 서청단원을 활용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4.3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5백~7백명 가량의 서청 단원들이 들어왔습니다. 서청단원들은 일자리가 없자, 태극기나 이승만 사진 등을 강매하면서 테러와 폭행을 일삼아 이들을 제주 4.3사건 발생 원인의 하나로 보기도 합니다.
서청 경찰 중에는 악명이 높던 삼양지서 주임 정용철이 있었는데, 정용철은 ‘하루에 한 명 이상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서북청년회 출신 정 주임은 너무도 잔인했어요. 여자들 옷을 벗겨 더러운 행위를 하는 것도 다 봤습니다. 그리고 그 추운 겨울날 여자들의 옷을 벗긴 채 망루 위에 오랜 시간 앉혀 놓았습니다. 난 벌벌 떠는 그들이 불쌍해 코트를 벗어 덮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삼양지서 옆 밭에서 남자고 여자고 수십 명씩 잡아다 죽였습니다. 차라리 총으로 쏘아 죽일 것이지 그 마을 대동청년단원들에게 창으로 찌르도록 강요했습니다.” (김제진 제주경찰학교 10기생 증언) 출처:제주4.3사건진상보고서 419
“정기보고를 하러 지서에 갔더니 남편이 입산했다는 이유로 젊은 여자 한 명이 끌려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 주임은 웬일인지 총구를 난로 속에 넣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젊은 여자를 홀딱 벗겼어요. 임신한 상태라 배와 가슴이 나와 있었습니다. 정 주임은 시뻘겋게 달궈진 총구를 그녀의 몸 아래 속으로 찔러 넣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정 주임은 그 짓을 하다가 지서 옆 밭에서 머리에 휘발유를 뿌려 태워 죽였습니다. 우리에게 시신 위로 흙을 덮으라고 했는데 아직 덜 죽어있던 상태라 흙이 들썩들썩했습니다.” (고봉수 대한청년단 분대장 증언) 출처:제주4.3사건진상보고서 . 제민일보 4.3은 말한다
‘4.3사건은 제주도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제주도 토벌에 나섰던 경찰과 서청단원,군인을 격려하는 이승만 ⓒ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제주 4.3사건이 단순히 5.10 선거를 막기 위한 남로당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이승만이 주장했던 ‘빨갱이의 섬’이기 때문에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미군 보고서는 “미 군정 치하인 1947년 3월 1일 경찰이 제주읍에서 좌익 3.1절 행사 참가자 무리를 공격하여 몇 사람을 죽이기 전까지는 제주 섬에서 공산주의자에 부화뇌동하여 일어난 소요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경찰에 대한 즉각적인 반발이 공격적인 섬 주민들에 의해 일어났고, 이는 긴 기간의 유혈사태를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라며 4.3사건이 경찰과 서청의 무자비한 폭력과 진압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극우주의자이었던 유해진 도지사는 ‘좌익계의 파괴 공작을 철저히 분쇄하고 청년단 등 반공 단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파업에 가담하거나 동조했던 제주 출신 관리들을 사상이 불온하다며 파면시키고, 그 자리를 자신이 데려온 육지 출신으로 채웠습니다. 그는 제주도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육지 경찰과 서청의 감시와 관리 감독을 받게 했습니다.
육지 경찰과 서청은 취조를 하면서 파업 주동자와 배후를 대라면서 무조건 때리는 등 심한 고문을 했습니다. 잡히면 고문으로 장애인이 되거나 죽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자, 직장을 이탈하거나 피신하는 도민들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공포감과 위기가 도민들을 4.3사건에 동조하게 했습니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가 강간을 당하고, 자녀들이 몽둥이로 맞아 퇴학을 당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식량을 뺏기는 상황에서 제주도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산으로 도망을 가거나 죽창을 들다가 총에 맞는 일뿐이었습니다.
‘역사는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제주 4.3평화공원에 전시된 ‘4.3사건의 도화선, 3.1발포 사건 발발’ 설명을 읽고 있는 어린이
선량한 시민을 불법으로 체포하고 구금하고 고문합니다. 미 군정이니 경찰이니 서청이니 그냥 순순히 잡혀서 그 고통을 당하다가 죽었어야 했을까요?
시작이 어떻든 이제는 모든 것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화해하자는 말은 가해자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4.3사건은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을 받아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 벌인 범죄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제주도민들의 분노가 원인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제주 4.3사건, ‘남로당 중앙 지령설’을 반박해주마)
‘알쓸신잡’에서 제주 4.3사건을 얘기하면서 ‘3.1절 발포 사건’을 말하지 않은 것은 참 아쉽고 답답했습니다. 판단은 그 역사를 읽는 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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