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에 설치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사 합동분향소에서 20일 김영환 충북지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7.20. ⓒ충북도
14명이 숨진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게 중론인 가운데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책임을 피하려고 해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며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정건설청) 각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 등에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이중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등에 적용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참사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이용시설인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상 결함과 또 다른 공중이용시설인 미호강 제방의 설치 및 관리상의 결함이 서로 중첩해 발생해 1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재해이므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영국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중대시민재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2023.07.20 ⓒ민중의소리
무너진 제방, 관리 권한 청주시장에 위임 애초 권한 가진 환경장관·충북도지사 책임도 외면할 수 없어
그렇다면 법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의 장을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책임 주체로 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참사의 1차적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하천시설과 임시제방에 관한 관리상 결함의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 .
하천법과 하위법령은 하천관리청이 홍수기 대비 및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점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계속된 상황에서, 미호강에 대한 점검과 유지·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점검, 유지·관리, 순찰을 제대로 했다면 미호강 미호천교 공사로 인해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상황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었고, 범람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하천법상 미호강에 대한 관리 책임은 환경부 장관에게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충북도지사에게 관리 권한을 위임했고, 충북도지사는 청주시장에 재위임한 상태다. 즉, 미호강을 직접 관리하는 책임자는 청주시장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장은 직접 미호강을 관리하는 하천관리청으로서 하천법에서 정한 의무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진다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지적했다.
그렇다고 환경부 장관과 충북지사에게 책임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관이 공중이용시설(국가하천)을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도 그 시설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할 의무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환경부 장관과 충북도지사의 경우에도 미호강 관리를 위임, 재위임한 하천관리청이므로 미호강 하천관리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관리 및 보고체계를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무너진 임시제방에 관한 관리상 결함의 책임자도 따져야 한다. 미호천교 증설공사와 관련한 하천점용 허가의 권한은 환경부 장관의 위임으로 금강유역환경청장에게 있고, 행정건설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서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에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행정건설청이 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허가를 받고 안전조치를 다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임의로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했다면 설치상의 결함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행정건설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고 제방을 허물었다고 하더라도, 공사를 진행한 시점이 홍수 우려 시기라는 점, 제방을 허물고 임시제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임시제방의 안전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관리상의 결함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판단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행정건설청뿐만 아니라 “만일 허가 과정에서 제방의 안전에 관한 검토와 필요한 조치가 없었다면 허가 주체였던 금강유역환경청장, 나아가 허가 권한을 위임한 환경부 장관의 책임 여부도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7.16 ⓒ뉴스1
지하차도 통제하지 않은 책임, 충북도지사에게
2차적 원인으로 꼽히는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관리 소홀과 교통통제의 부재에 대한 책임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혐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충북도지사가 꼽힌다.
중대재해전문가넷에 따르면 일단 도로법 및 도로법 시행령, 도로의 유지·보수에 관한 규칙은 도로관리청인 충북도지사의 구체적인 의무를 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이용자들의 안전과 관련된 의무도 포함돼 있다.
특히 천재지변 내지 이에 준하는 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도로의 통행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도로의 상태를 수시·정기적으로 살펴서 시설점검을 하고 통행의 위험이 있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통행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충북도지사는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통행 제한도 하지 않았고, 긴급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오히려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임시 제방 붕괴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청주시장의 경우에도 자신이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즉시 재난 발생을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만큼 아직까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에 이번 참사가 1호 처벌 대상이 될지 주목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이번 분석의 경우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향후 추가적인 분석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여기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책임을 중심으로 다뤘기 때문에 경찰과 소방의 업무과실이나 관련법상 책임 문제는 달리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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