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경협 의원이 오영주 외교부 2차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3.07.13.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면 단순한 폭발사고가 아니게 된다.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원전 밖으로 방출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사실을 은폐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과 도쿄전력을 믿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노심용융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갑)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짚으며 “일본이 준 시료와 데이터, 주장은 다 믿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또 “일본 떠다 준 시료와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를 검증한 IAEA는 믿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국제기준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김경협 의원이 회의장 화면에 띄운 PPT 자료 ⓒ김경협 의원실 제공
일본의 은폐, 일본 믿은 IAEA의 오판 일본과 IAEA를 절대적으로 믿어도 되나?
이날 김 의원이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별도로 분석하거나 검증을 한 적이 있느냐? 일본이 제공한 자료 검증한 것 말고”라고 묻자, 오 차관은 데이터를 받고 검증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로 검증을 했다는 것인데,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나 일본의 주장은 다 믿을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6년 6월 일본이 노심용융 사실 은폐에 사죄하는 사진과 기사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노심이 녹아내려 방사능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은폐했다. 그것도 두 달이나 은폐했다. 그랬다가 나중에 그게 밝혀졌는데, 그러고 나서 5년 뒤 도쿄전력이 저렇게 사죄한다. 지금도 일본과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 믿었다가 5년 뒤 저렇게 사죄하는 일 벌어지면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오 차관은 “IAEA가 데이터를 충분히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했다고 믿고 있다”라고 답했다.
오 차관의 회피성 답변에, 김 의원은 “일본 정부를 못 믿으면 IAEA는 믿겠다 이런 것인가? 그럼 IAEA 당시 자료를 한번 보자”라며 다음 자료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회의장 화면에 2011년 3월 원전 폭발 후 IAEA 핵 안전담당 고위 관리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노심용융 징후는 없다”고 밝힌 뉴시스·로이터 보도를 띄웠다. 이어 아마노 유키야 당시 IAEA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핵연료가 손상된 양은 5%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하며 노심용융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는 당시 통신사 보도를 보여줬다. 김 의원은 “IAEA도 일본으로부터 제한된 정보를 제공받고 오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해 일본이 책임져야지 자신들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AEA 최종보고서 첫 페이지에 나와 있는 책임회피 문구 ⓒ IAEA
이 같은 지적에, 오 차관은 “IAEA가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라고만 반박했다. 오 차관은 앞서 황희 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구갑) 질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자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보고서 활용으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IAEA는 이번 최종보고서 첫 장에서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국가 또는 영토의 특정 명칭을 사용했다고 해서 해당 국가 또는 영토의 법적 지위, 당국 및 기관의 법적 지위 또는 국경의 경계에 대한 IAEA의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를 활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 ‘보고서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김 의원은 ‘노심용융 사실 은폐’에 이어 일본의 또 다른 거짓말을 짚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라며 “그래서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G7정상회의와 도쿄올림픽 때 식재료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후쿠시마 바다에서 잡히는 ‘세슘 생선’과 환경운동연합-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서 일본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농수산물에서의 방사성물질 검출률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그렇게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분석결과는 이렇게 많은 세슘과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차관은 이 질문에 오염수를 대하는 태도와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오 차관은 “거듭 말하지만, 정부는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절대 수입을 재개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본의 농수산물 주장은 믿을 수 없고, 오염수에 관한 일본 데이터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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