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으나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는 ‘국정교과서’가 11월 28일 공개됐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자신했던 교육부의 입장과는 다르게 역시나 친일파 서술은 축소됐고, 박정희 유신체제는 미화된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번 국정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박정희에 대한 미화가 대폭 늘어난 점입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10쪽에(260~269쪽) 걸쳐 박정희 정권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에 나타난 박정희 미화는 과는 줄이고 공은 늘리는 방식입니다. 5.16군사쿠데타와 유신 체제의 설명은 줄이고, 수출과 경제 개발, 새마을 운동 등은 도표 등을 활용해 자세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국정교과서가 발표되기 전인 11월 25일 ‘광화문, 박정희 수상한 기념사업‘(취재작가:박은현, 글구성: 정재홍, 취재연출:남태제)을 보도했습니다. 역사교과서 왜곡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박정희 기념사업의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미르재단 모금과 똑같은 박정희 기념재단 모금’
처음 박정희 기념재단이 설립될 당시 자산은 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500억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뉴스타파 목격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유력 대선후보 시절에 모금이 집중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박정희기념재단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91억 원의 기부금을 걷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경련이 동원됐습니다. 전경련은 박정희기념 사업에 삼성 60억원, LG·현대차·SK·포스코 등에 각 30억원, GS·롯데·현대중공업에 각 20억원, 이외 16개 그룹에 대해 각 10억원씩 등 기부를 독려하는 공문 등을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전경련을 통한 모금 방식은 미르재단 모금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안종범 수석을 통해 모금을 강요하고 전경련이 산하 대기업에 할당량을 보내 8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금했습니다.
재벌들이 박정희 기념사업에 돈을 낸 이유는 여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때문이었고,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이유 역시 박근혜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념재단에 공무원이 파견된 곳은 박정희기념재단뿐’
목격자들 취재진에 따르면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보입니다. 경상북도 내부 문건을 보면 기념재단이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BH는 Blue House, 청와대를 가리킴)
박근혜 정부가 박정희기념재단 사업에 관여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청와대가 박정희 기념사업에 관여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문건에 나온 청와대와 협의라는 문구가 단순한 오, 탈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이 청와대를 지칭하면서 키보드를 잘못 입력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가 않습니다.
문건에는 공무원을 박정희기념재단에 파견하는 행정 지원을 검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목격자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박정희기념재단에 경북도청 5급 공무원과 구미시 6급 공무원 등 2명이 파견돼 재단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김영상, 노무현 대통령 기념재단에 공무원이 파견된 사례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념사업에 공무원이 파견되는 자체가 더 비정상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딸이 대통령이라도 박정희 기념사업에 3,4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공무원을 파견하는 행위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함께 독재자의 숭배와 찬양과 같은 형태로 보입니다.
‘박정희탄생 100주년 추진위 고문, 전두환,노태우,이명박,김기춘’
지난 11월 2일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정홍원 추진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님을 기리는 동상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좌승희 부위원장은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세우자’라고 밝혔습니다.
전국적으로 박정희를 기념하는 사업과 동상은 부지기수입니다. 어린 시절 등굣길에 동상을 세우기도 했고, 심지어는 고작 하룻밤을 지낸 울릉도 군수 관사까지도 기념관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관련기사:북한 우상화가 별거냐, 박정희 신격화의 끝판왕)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의 고문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김기춘 등입니다. 이들과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기념사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친일과 군사쿠데타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세력 등이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국민의 세금을 수천억 원씩 투입하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을 박정희 미화에 동원하는 박근혜 정부, 지금 하야 반대를 외치는 이들에게 ‘박정희는 곧 박근혜’이며 퇴진 반대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박정희의 친일과 유신체제 미화를 깨뜨리지 않는 한 박근혜의 퇴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존재할 것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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