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월 16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갑자기 ‘엘시티’ 사건을 조사하라는 말은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도대체 그녀는 왜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의 외침을 뒤로 하고 ‘엘시티 사건 철저 수사 지시’를 내렸을까요?
‘엘시티로 박근혜 게이트를 막겠다?’
▲해운대 엘시티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서울에서 체포돼 11월 11일 부산지검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해운대 엘시티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이 잠적 3개월 만에 자수 형식으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이 회장이 체포되기 전 끊임없이 변호사를 통해 검찰과 조율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회장의 자수는 15년 전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1999년 부산판 ‘수서 사건’으로 불리던 ‘부산 사하구 다대지구 특혜 정관계 로비 의혹’사건이 벌어집니다. 당시 이영복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을 합니다. 이후 이 회장은 2년여를 도피하다가 ‘이용호 게이트’로 정치권이 시끄러울 무렵인 2001년 12월 갑자기 자수합니다.
끝까지 관련 인물들을 실토하지 않았던 이영복 회장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각종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사건이 흐지부지된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 사건을 수사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는데, 정작 법무부 장관은 별도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사 내용도 모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왜 수사를 지시했을까요?
청와대가 사전에 엘시티 관련 비리 의혹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엘시티라는 폭탄을 터트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국을 막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됩니다.
‘엘시티 비리에 야당 의원들이 연루됐다?’
SNS나 일부 정치권에서는 ‘엘시티 비리 의혹’에 야당 의원이 연루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아이엠피터가 취재한 결과로는 그리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해운대 엘시티는 처음부터 끝까지 특혜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본 사업입니다. 초기에 부산시는 이 사업을 공공개발 사업으로 했다가 갑자기 민간수익 사업으로 변경해줍니다. 환경 영향 평가나 교통 영향 평가 등을 면제해주거나 단지 내 도로와 공공시설을 부산시의 세금으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해운대 엘시티 사업을 허가하고 조례를 바꾸는 데 필요한 사람들은 당시 부산시와 해운대구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엘시티 개발 사업이 처음 시작할 때 부산시는 새누리당 소속 허남식 시장이었습니다. 구청장은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배덕광, 지역구 의원은 현 부산시장이자 친박계였던 서병수 의원이었습니다.
해운대 엘시티를 오랫동안 취재했던 송성준 SBS 보도본부 부산지국장은 이영복 회장과 야당 의원과의 연관성은 극히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20대 총선에서나 야당 의원이 당선됐지, 그 이전에 부산 지역에서의 야당 지지도와 영향력은 형편없었습니다.
이영복 회장은 부산 지역 유지나 공무원, 정치인, 언론, 검찰, 경찰들에게 오랫동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 누가 봐도 당선 가능성도 낮고, 특혜나 인허가에 영향력을 끼칠 능력이 없는 야당 사람들에게는 로비할 필요도 가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일부 언론과 새누리당, SNS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그저 물타기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연루된 야당 인물이 있다면 그 누가 됐든 공정하게 수사를 받으면 됩니다.
‘MB를 조준한 박근혜의 작품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경제 신문의 인터뷰 기사 ⓒ한국경제 PDF 캡처
MB는 지난 10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투표하면 국민 70%가 저쪽으로 가겠지. 걱정이 많아”라면서 “변화가 있겠지. 보수가 단결해야 돼. 계기가 있겠지.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나”라며 ‘보수의 재집권’을 말했습니다.
해운대 엘시티 사업은 중국 부동산 투자회사가 시행사로 선정됐다가 포기해 파산설까지 나돌았습니다. 그러다 돌연 포스코 건설이 나서면서 분양까지 이루어졌습니다. MB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이미 포스코 비리로 구속된 바 있습니다. 해운대 엘시티에 MB정권 실세와 연루됐다는 의혹은 계속 나왔던 얘기입니다.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5일 오전 대구 테크노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은 법적으로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조정훈
현재 보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체제에서는 재집권이 어렵다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은 ‘탄핵’까지 거론했습니다. MB는 보수의 재집권을 위해 자신이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박과 친이계, 탈박 등이 힘을 합쳐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인물로 정권을 잡겠다는 시나리오가 그려집니다. (관련기사: 김무성 “가장 억울한 사람은 대통령, 탄핵으로 변명 기회 줘야”)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막아야 합니다. 가장 큰 무기는 각종 비리 덩어리인 해운대 엘시티가 딱입니다. 이영복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만 500억이 넘습니다. 이 사건이 제대로 파헤치면 정,재계는 엄청난 돌풍에 휩싸일 것입니다.
도피 중에도 최순실계에 곗돈을 냈던 이영복 회장이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엘시티 비리를 파헤치지 말까요? 아닙니다.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 속에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비리와 병폐를 이번에는 제대로 끝내자는 시민들의 결단도 있습니다.
‘박근혜 하야’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보수 집권 기간 존재했던 대한민국의 부패와 특권을 청산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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