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드디어(?)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 출석할 때부터 피의자치고는 굉장히 고압적인 자세였습니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기자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정청래 전 의원은 트위터에 ‘우병우 눈으로 기자를 쏘다’라며 ‘검찰에 소환당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대신 질문하는 기자를 째려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건방이 하늘을 찔렀으니 하늘이 노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우 전 수석의 건방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찍은 사진을 보면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도중 팔짱을 끼고 있으며 검찰 직원의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수사를 받기 전에는 수사팀장인 윤갑근 고검장실에서 차 대접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15시간 검찰 조사 도중 휴식을 취하며 검찰 직원들과 담소까지 나누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황제 소환’에 불과했습니다. 도대체 우병우는 어떻게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여유롭게 웃기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① 갑근이는 친구 아닌가, ‘윤갑근 고검장 우병우와 사법연수 동기’
윤갑근 고검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에게 차를 대접했던 이유는 윤 고검장과 우 전 수석이 사법연수원 동기였기 때문입니다. 사법연수원 동기라 무조건 친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윤 고검장은 이미 우 전 수석과 한배를 탄 사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수사’를 ‘국기 문란’으로 규정했습니다. 윤 고검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부 부장으로 근무하며 “정윤회씨와 핵심실세인 대통령 3인방의 국정농단은 없었다”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히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문건 유출’로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수사 발표 이후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고, 윤갑근 당시 대검 반부패부 부장은 동기 중에서는 가장 먼저 ‘고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서로 결탁해 승승장구했던 동기들이 만났으니 차를 마시며 담소까지 나누었던 것입니다.
②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우병우 횡령 등의 수사만 받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으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 수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비리와 횡령,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의 특혜 의혹만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수통 수사로 잔뼈가 굵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횡령'(가족회사 정감 자금을 접대비와 통신비로 유용)이나 ‘공직자윤리법 위반'(공직자 허위 재산 신고), ‘직권 남용’ (의경 복무 중인 장남 운전병으로 근무하도록 경찰 영향력 행사) 등은 커다란 문제가 아닙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을 사전에 알고 그 부분만 회피하거나 반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예측하건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나중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를 받더라도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것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모를 리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해명은 검찰 조사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③ 37일 만에 특별수사팀 구성, 소환까지 75일 ‘곳곳에 포진된 우병우 라인’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끈질기게 수사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다 37일 만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우병우 소환까지는 75일이 걸렸다”며 “우병우씨에게는 증거인멸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권의 우려처럼 우병우 수사는 처음부터 ‘증거 인멸 및 수사 대비 시간 벌기’의 특혜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병우 라인이 검찰은 물론이고 국정원 등 권력 요직에 포진돼 있다는 점입니다.
특수 수사를 주로 맡았던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한 뒤 국정원으로 옮겼습니다. 우병우 전 수석과 대학 동기 (서울 법대 84학번)로 대학생부터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또한 대학 및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법무무 이창재 차관도 연수원 동기입니다. 이동열 국정원 3차장도 우병우 전 수석이 과거 발탁했던 인물입니다.
직접적인 수사진은 물론이고 검찰 등 내부 요직마다 있는 우병우 사단 인물들이 각종 수사 정보를 건네줄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병우 라인이 배신할 수 있다고 예측하지만, 그들이 서로 쥐고 있는 정보와 결속이 순식간에 해체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지난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경향신문은 1면에서 ‘시민 항쟁이 시작됐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캡처
검찰 내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끈끈한 봐주기와 특혜는 출세와 권력 쟁취의 지름길이자 언젠가는 써먹을 면죄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병우가 고 김영한 민정수석을 제치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윤회 사건을 찌라시로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었던 의혹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가 검찰 출신이자 검찰 인사를 움직이는 청와대에 있었던 까닭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진즉에 받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 검사가 득실대는 검찰 수사를 믿기는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이 하야해서 자연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뒤를 봐주는 대통령조차 하야했다면 그동안의 비리와 수사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박근혜 정부의 비리를 공식적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부실한 대국민담화문과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가 계속된다면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시민 항쟁’은 더욱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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