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 관련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2.11.23. ⓒ뉴스1
여야가 진통 끝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던 대통령실이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기간은 당초 야당이 제시한 60일에서 45일로 축소했지만,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왔다.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대참사 앞에 ‘국회가 나서서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밝히고, 나아가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그런 취지를 여야가 함께 받아 안아서 논의한 끝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서 국회에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그 성과를 국민께 인정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 원내대표는 “156명(실제 사망자는 158명)이나 되는 젊은 생명들이 조금만 준비하고 노력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그런 사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제대로 국정조사를 해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 방지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이유로 ‘경찰 수사 선행’을 꼽아온 주 원내대표는 마음을 돌리게 된 배경에 대해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내일 혼자서라도 의결하겠다고 해서 국회가 같이, 여야가 국정조사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가 정쟁에 흐르지 않고 그야말로 진실을 발견하고, 두 번 다시 유사한 사고가 생기지 않는 재발 방지 대책을 꼼꼼히 짜는 그런 모범적인 국정조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오는 24일부터 45일간을 국정조사 기간으로 정했다. 단, 본회의 의결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기관 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 본조사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에 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민주당은 본격적인 조사 착수 전까지를 예비조사 기간으로 보고, 필요한 자료 제출을 기관에 요청하는 등 준비 시간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대상 기관 중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상황실 포함)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특별시 ▲서울시 용산구 ▲서울경찰청 ▲서울용산경찰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해 기타 위원회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해 의결로 정하는 기관.
앞서 야 3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이 제시한 조사 대상 기관에서 대통령실 대통령경호처, 법무부, 경상남도 의령군 등이 빠졌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가진 별도의 간담회에서 “야 3당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참여를 결정하고 협상에 들어온다면 이런저런 요구들이 많아질 것을 감안해 요구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법무부를 뺐지만 대검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요구해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대검, 경찰청 조사를 통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 마약 수사 등으로 인한 참사 당일 경찰 인력배치 문제에 대해 짚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역대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나서도 자료 제출 요구, 검증 등에 10일에서 2주가량의 시간이 걸렸다”며 “그 기간이 끝난 시점이 예산안 처리 시점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야 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견례를 하고 있다. 2022.11.23. ⓒ뉴스1
박홍근 “조속한 유족 면담 필요”, 여야 국조 특위 18인 명단 발표
나아가 야 3당 계획안에 적시된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법인·개인 등은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조사(예비조사 포함)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국민의힘으로부터 왔지만 박 원내대표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때도 이런 조항이 있지 않다 보니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최순실 국정조사 땐 이런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극적 합의가 이뤄진 결정적인 이유는 “유족이 직접 나서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는 것”을 꼽았다. 그는 “유가족의 울분을 국민의힘도 결코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조속히 유가족과 면담을 갖고, 직접 이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전날 기자회견이 국정조사 참여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을 받고 “합의에 영향을 미친 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조사 특위는 24일 오전 첫 전체회의를 열어 당일 오후 본회의에 올릴 계획서 성안 작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상호(위원장)·김교흥(간사)·권칠승·신현영·윤건영·이해식·조응천·진선미·천준호(9인), 국민의힘 이만희(간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수진·조은희(7인), 정의당 장혜영(1인), 기본소득당 용혜인(1인) 의원이 각 당 참여 위원으로 내정된 상태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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