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다 어디로 갔을까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56] 순우리말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말이 한자어의 세력에 밀려서 지내 온 것이 고려시대부터였으니 꽤 오래된 일이다. 한자어에 경도된 우리 민족은 우리말을 두고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신라의 향가도 있고, 고려의 가요도 있지만 고려시대에는 한문학이 훨씬 융성했다. 과거 시험을 보기 시작한 이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벽(壁)의 순우리말이 무엇이냐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또한 골백번이 몇 번이냐고 물어도 정확한 숫자를 맞추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100에서 시작해서 한참 올라가다 보면 백만 번이라는 숫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벽의 순 우리말을 말할 때도 시골에서 할아버지들이 말씀하시는 ‘벼람박(바람 壁)’을 얘기해 주면 그제야 머리를 끄덕인다.
‘가람’은 ‘강(江)’에, ‘온’은 ‘백(百)’에 밀려나고 ‘즈믄’은 ‘천(千)’이라는 글자에 밀려났으니 우리말이 가야 할 길은 접두사(온세상·온천지의 ‘온’)로 남거나 아주 사라져야 했다. 이것을 우리는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즉 언어는 생성·성장·소멸한다는 말이다. 슬프다! 그래도 참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았는데 좀 더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어떨까.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