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세요, 다시” 윽박에 발달장애인 경인 씨는 첫 투표를 포기했다

“다시 쓰세요, 다시” 윽박에 발달장애인 경인 씨는 첫 투표를 포기했다 [기획] 선거에서 소외된 국민 ‘장애인’ ② 현장 사무원들의 장애 인식 부족 선거 전 1~2시간 교육 진행하지만 각 투표 현장 사무원마다 판단 달라 김한별·이명호 기자 kgcomm@naver.com 등록 2022.02.15 06:00:00 선거는 ‘민주주의 제도의 축제’로 불린다. 올해 대한민국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라는 두 차례 축제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 축제에서 소외된 국민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오랜시간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이 문제가 매번 제자리걸음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글자 못 읽어 아무데나 도장 꾹…발달장애인도 뽑고픈 후보 있는데” ② “다시 쓰세요, 다시” 윽박에 발달장애인 경인 씨는 첫 투표를 포기했다 <계속> 지난해 3월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한국피플퍼스트 단체가 그림투표용지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제공) ▲ 지난해 3월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한국피플퍼스트 단체가 그림투표용지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20년 20대 총선부터 투표보조 지침에서 ‘지적·발달장애인’을 제외해, 도움이 필요한 지적·발달장애인들은 투표 보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1일)에서 ‘지적·발달장애인’은 이전과 달리 투표 보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선관위가 지난달 26일 장애인권단체들과 간담회에서 장애인단체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장애 유형과 무관하게 선거인 본인이 기표할 수 없어 투표 보조를 받기 희망하는 경우 보조가 가능하다’고 지침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선관위의 매뉴얼 변경에도, 장애인단체들은 우려를 온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장애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장 선거 사무원들로 인해 각 현장에서 자의적 판단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이런 우려를 하는 것일까.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과거 투표경험을 이야기 하고있는 발달장애인 박경인 동료지원가. (사진=김한별 기자) ▲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과거 투표경험을 이야기 하고있는 발달장애인 박경인 동료지원가. (사진=김한별 기자) ◇ 정신 없는 투표소, 발달장애인들 심리적 압박 커 발달장애인 박경인(29) 씨가 과거 투표소에서 겪은 일이다. 경인 씨는 갓 스무 살이 된 해에 설레는 마음으로 첫 투표에 나섰다가 그냥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본인 확인 절차에서 선거 사무원이 “그게 아니라 거기 다시 쓰세요, 다시요” 하고 말한 것에 그만 위축됐다는 것이다. 경인 씨는 “그분(사무원)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당황했어요. 안 그래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적혀있는 말들이 어려워 뭘 하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분위기에 위축됐죠. 너무 정신이 없어서 (투표를 못 하고) 그냥 나왔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발달장애의 특성 중 하나가 익숙하고 편한 곳을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투표소’ 자체가 낯선 공간으로 인식돼, 일부 장애인들은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절차, 좁은 기표소에 혼자 있는 상황 등이 두렵기만 하다. 김수원 피플퍼스트 활동가는 “투표소는 굉장히 빠르고 정신없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장애인의) 심리적 압박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투표소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김동예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좌)과 서창숙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우). (사진=김한별 기자) ▲ 투표소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김동예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좌)과 서창숙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우). (사진=김한별 기자) 지체장애인 김동예(43) 씨는 어느 선거 사무원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기도 한 일이 있었다고도 했다. 해당 사무원은 도움을 주려한 배려였을지 모르지만, 동예 씨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도움이라 불쾌했다. 지체장애인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다루지 않는 모습들도 있다. 동예 씨는 “제가 언어(장애)가 심하니까 제가 아닌 같이 온 활동지원사한테 (과정을) 설명해 주더라고요. 그 상황이 참 개탄스러웠다”며 “활동지원가는 제 보호자가 아닌데 보호자로 인지하고 저한테 아이처럼 말하는 게, 활동지원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또 승강기가 없는 건물 2층이 투표소였던 곳에서는 한 보조인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지체장애인을 부축해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 일도 있었다. 지체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함부로 만져서도, 분리해서도 안되는 ‘신체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 “1~2시간 교육으로는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 지난달 26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중앙선관위 주체로 열린 장애인 참정권 정책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모의투표 체험을 하고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 지난달 26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중앙선관위 주체로 열린 장애인 참정권 정책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모의투표 체험을 하고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서창숙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장애 유형에 대한 인식과 기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공무원들이 선거 현장으로 나가게 돼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선거 사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지 선관위 측에 문의하자, 교육을 하기는 하는데 시간이 짧아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며 “선거 직전 1~2시간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장애인에 대해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인력 허용 여부가 현장(선거사무원)의 판단에 이뤄질 소지가 있다”며 “현장에서 거동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차별 사례로 봐서) 파견된 직원분들이 그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선관위 측은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어르신·장애인 파트를 따로 구성해 교육자료를 보강했다”며 “어르신·장애인들의 투표 편의에 중점을 둬서 교육할 예정이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로 확산세로 인해 비대면 교육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교육시간은 1~2시간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게 아니므로 각 지자체 위원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김한별·이명호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