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난다 긴다’는 이들이 어울리던 윷놀이
우리말 산책
‘난다 긴다’는 이들이 어울리던 윷놀이
엄민용 기자입력 : 2022.02.21 03:00 수정 : 2022.02.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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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지만, 예전엔 이맘때면 동네 곳곳에서 윷놀이판이 벌어지곤 했다. 햇볕 좋은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왁자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윷놀이는 사람 좋아하고 흥이 넘치는 우리네 심성을 많이 닮았다. 그러기에 놀 거리가 정말 많아진 세상이라지만, 우리네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이만한 놀이도 없다.
윷놀이는 우리 조상들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즐기던 민속놀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이어지다 보니 윷놀이와 관련한 말이 일상생활 언어로도 많이 쓰인다. “오늘 ‘난다 긴다’ 하는 사람은 다 모였다” 따위처럼 쓰는 ‘난다 긴다’도 그중 하나다. 이때의 ‘난다’는 “날아다닌다”, ‘긴다’는 “기어다닌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얼른 생각해도 하늘을 나는 일은 재주가 될 수 있지만, 땅을 기어다니는 것은 재주가 될 수 없다. ‘난다 긴다’에서 ‘난다’는 “윷놀이에서 말이 판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긴다’는 “긴에 있는 상대편 말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난다 긴다’는 “윷놀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 의미가 바뀐 표현이다.
방금 얘기했듯이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말은 ‘긴’이다. 따라서 “이거나 저거나 상황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흔히들 쓰는 ‘도찐개찐’이나 ‘도낀개낀’은 ‘도긴개긴’이 바른 표기다.
윷놀이에서 자주 틀리는 말로는 ‘빽도’도 있다. “윷 하나의 뒤에만 특별한 표시를 해서 그 윷이 뒤집어져 도가 나오면 한 칸 앞이 아닌 한 칸 뒤로 가는 규칙”을 가리키는 ‘빽도’는 ‘백도’가 바른말이다. 영어에서 “후진”을 뜻하는 ‘백(Back)’에 ‘도’가 더해진 말이기 때문이다. ‘백도’는 최근에 만들어진 규칙이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말이다. ‘빽도’가 아니라 ‘백도’가 표준어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Back’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백’이다. “뒤에서 받쳐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역시 ‘빽’이 아니라 ‘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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