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통 시대에 쉬운 우리말 과학용어부터

과학소통 시대에 쉬운 우리말 과학용어부터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webmaster@idomin.com) 2022년 02월 18일 금요일 댓글 0 일본어와 영어가 대부분인 전문용어 쉬운 한국어로 바꾸고 많이 사용해야 오빠(oppa)·애교(aegyo)·갈비(galbi)·먹방(mukbang)·피시방(PC bang)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단어이다. 2021년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는 영어사전을 개정하면서 한국어 단어 26개를 추가했다. 옥스퍼드 사전은 영미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어사전이지만, 세계 여러 나라가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영어로 표기해 등재한다는 점에서 세계공용어 사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번에 등재된 한국어는 한국 대중문화·음식, 한국식 영어표현 등 다양하다. 한국어로 된 단어가 대거 실린 것은 음악·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로 시작된 한류(hallyu)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남스타일', <기생충>, <오징어게임>,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이어지는 한류는 열렬한 외국 팬들을 만들어내고, 한국 단어가 영어권 국가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되고 사용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는 한국어 등재를 놓고 "어휘 혁신이 더는 영국과 미국의 전통적인 영어 중심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우리말을 세계인이 널리 사용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영어 설명을 결들일 필요 없이 단어 그 자체로 사용된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국어가 세계 속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문용어의 한국어화는 어느 정도일까? 송영빈의 저서 <언어와 권력>을 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문용어는 일본 전문용어를 빌려와 사용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일본 식민지를 거치면서 일본 유학생들이 대학교재 번역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고, 해방 이후에도 한국어 전문용어를 만들 여유와 방법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만든 전문용어를 음역해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한자를 사용한 것이 일본어 전문용어를 차용하는 데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영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영어 단어 그대로 전문용어로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문용어 대부분을 일본어와 영어가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일본어 혹은 영어에서 벗어나 쉬운 우리말인 한국어로 전문용어를 바꾸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비골(鼻骨)을 '코뼈', 골다공증(骨多孔症)을 '뼈엉성증', 싱크홀(Sinkhole)을 '땅꺼짐', 블랙아이스(Black ice)를 '도로 살얼음'과 같이 바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용어를 과학기술자들만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라고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어려운 전문용어를 고집하는 엘리트 의식이 과학기술자 본인의 발등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류가 대중의 힘으로 성장했듯이, 과학기술도 대중과 소통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용어는 과학기술자와 대중 간 소통 부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 부족은 지력 저하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재정투자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 후반부터 학회를 중심으로 전문용어의 한국어 순화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으로 한국어 과학기술 용어가 많이 만들어지고, 또 실제 과학기술자와 대중 사이에 스스럼없이 널리 쓰이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우리나라 과학인프라는 세계 3위이다. 이에 걸맞게 우리나라 과학기술 용어에도 한류 바람이 세차게 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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