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의 막바지에서 갑자기 사드 관련물자가 한국에 도착했다. 사드배치가 공식화된다고 해도 사드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지 조성 등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전광석화와 같은 조치다. 이 과정에서 국회도, 심지어는 국회 국방위도 국방부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의 상상초월의 보복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를 견제할 유일한 권력인 의회마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전혀 작동하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의 국민주권주의는 기만적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미당국의 사드 조기배치는 어떤 배경, 어떤 저의에서 나온 것일까? 1차적인 저의는 말할 것도 없이 알 박기다. 한반도에서의 사드배치를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더 이상 빼도 박지 못할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입장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 특히 문재인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사드배치에 대해 다른 협상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아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 도착해서 배치에 들어간 사드를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물릴 수 있겠느냐는 심보가 깔린 것이다.
그러나 이 조기배치의 더 큰 배경엔 한국의 현 정권 실세들의 정략적 판단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이 이렇게 서두르지 않았다면 미국이 제 아무리 조기배치를 원한들 사드물자를 가지고 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정권실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조기배치가 곧 다가올 대선국면에서 현 정권을 승계하겠다는 후보자와 그 주변 정치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정은 정권의 도발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사드와 결합되면 대선구도를 안보세력과 안보불감세력으로의 싸움으로 만들어 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권담당자와 자유한국당 그리고 유승민을 비롯한 몇 몇 정치인들은 사드가 마치 북한의 전쟁위협에 대한 최고의 예방책으로 호도하고 있다. 사드는 절대로 그런 전략무기가 아니다. 사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이기 때문에 한반도 내에서의 전쟁에는 무용지물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위한 전략무기일 뿐이다.
사드배치는 우리가 한미일 삼각안보동맹 속으로 들어가 우리 땅을 동맹국에 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 대가는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 냉전 체제와 그것으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위험이다. 그 속에서 한반도 7천만 민중의 삶은 절대적으로 위협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정권이 사드배치를 이렇게까지 밀고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다. 이들의 눈엔 경제파탄도, 전쟁위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탄핵국면이 마무리되면 바로 대선국면으로 들어갈 것이고, 사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차기 정권을 담당할 야권의 후보자들은 사드배치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촛불시민들은 박근혜로부터 지금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이 정권의 핵심실세들로 방향을 돌려 이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농단자이기 때문이다.
황교안, 김관진, 한민구… 이들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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