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개선, 근본적인 접근과 해법을 다시 생각한다


<칼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이장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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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9  10: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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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민족상황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착잡한 생각이 든다. 남북 교류협력은 5.24조치로 완전 중단되고, 군사적 긴장은 이제 상호 총질까지 일상화가 되어버리면서 남북관계의 정상화의 낌새는 통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빌미로 미일방위협력지침 제 2차 개정 완료 및 그에 후속하는 평화헌법 파괴와 11개 안보법 제정으로 군사대국화의 합법화 수순을 모두 밟아버렸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합법화하는 일본의 군사대국주의는 미국의 절대적 지지 속에서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다. 이러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속수무책인 한반도가 오늘의 현주소이다.
물론 북한의 핵과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 국제법상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중국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미일의 동북아 신냉전구조를 형성하는데 큰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북한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경제적 국제적 측면에서 남북문제를 주도할 현실적 능력을 가진 한국 정부가 민족의 정치적 화해, 교류 협력,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분단체제 극복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6.15 공동선언과 2005년 9.19 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 10.4 정상선언 이라는 남북간 국제적 훌륭한 합의를 창출한 역대 몇몇 정부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이 소중한 남북한, 국제적 합의를 잘 살려서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정부의 최근 행보는 극히 아쉽기만 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래 북한 붕괴론과 대북적대정책에 기초한 ‘비핵개방 3000’ 등의 대북정책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무력충돌로 이어지고 금강산 박왕자씨 사건에 대한 공식사과를 경직되게 요구하면서 남북관계를 모두 단절시켰다. 2013년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집권 전반기 내내 남북간 군사적 교전이 다반사가 되도록 대북 압박정책을 조직적으로 행했다.
북한의 가장 큰 약점인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내적으로는 북한인권법안 제정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주도적으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UN결의에 앞장 서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이 가입한 1966년 국제인권협약 위반뿐만 아니라 명백히 북한이 응당 그 국제법적 책임을 국제사회에 져야한다. 그러나 이것을 다루는 방법에서는 분단국의 특수성을 감안해 분단체제 극복과 국제적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현명함을 보여야한다.
한 예로 동서독의 경우에는 분단기간 중 인권문제 접근에서 서독과 국제사회가 그 역할을 분담했다. 서독은 동서독 양자관계에서는 인권(Human Rigjhts)보다는 인적 교류(Human Contacts)를 강조했다. 서독이 동독의 인권침해에 동의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 동독의 인권문제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최종결의에 근거해 국제적 압력에 맡기고, 동서독 양자 간에는 국경을 넘어 정보의 자유흐름과 사람의 자유왕래를 촉진하는 대화와 교류의 끈을 강조했던 것이다. 서독은 동독사회에 서방세계의 정보와 인적 교류가 더 많이 들어가도록 하는데 힘썼다. 이것이 바로 서독의 동방정책( Eastern Policy)의 핵심인 접촉을 통한 변화(Wandlung durch Annaeherung)이다.
현 시점 우리 국민과 정부도 한일 과거사청산 및 일본의 군사대국주의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공동대처하기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그 초석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현재 8.25 남북합의로 모처럼 봉합된 남북관계와 그 후속조치인 이산가족 상봉 그리고 내달 10월10일(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예상되는 북한의 인공위성 및 장거리 발사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 외교팀은 8.25조치를 보고 북한의 진의를 정확히 아직 파악하지 못한 채 남북관계 상황을 개선시키기보다는 북한이 압박정책으로 굴복해 8.25 합의를 하였다고 자화자찬하는 등 아직도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미간의 1968년 프에블로호 사건을 아는 전문가면 북한이 얼마나 자주성을 중하게 여기는가를 알 것이다. 왜 북한이 현시점 인공위성을 발사하려고 하고 있고,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가 왜 저렇게 방치되고 있는가에 대한 그 원인과 해법을 근본적으로 찾아야 한다. 지금 중국. 북한의 관계가 최악이고, 중국의 지도부가 북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액면 그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상대와 화해교류협력을 간절히 원하면 상대에 대한 칭찬은 공개적으로, 약점은 아주 비공개적으로 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현재 북한의 가장 큰 약점인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국제무대인 UN에서 폭로하고 압박하는 성명서를 연일 날리고, UN안보리 제제로 압박하는 등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서 어떻게 상대와 신뢰를 쌓아 관계개선을 할 수 있겠는가.
5.24조치이후 북중 경제관계의 지나친 의존성을 보아도 현재의 대북 압박정책이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없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따라서 현상적 접근보다는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 접근과 해법을 종합적으로 심사숙고하는 우리 정부의 용기있는 지혜와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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