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센더스 돌풍, 한국 천정배는 안 되나?

미국 센더스 돌풍, 한국 천정배는 안 되나?
장인은 깨는데서 시작. 잘 깨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임두만 | 2015-07-04 09:10:2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버니 샌더스(73·버몬트) 미국 상원의원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CNN 등에 따르면 그의 최근 대중 유세에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렸다. 이 여세를 몰아 후원금도 두 달 만에 1천500만 달러(약 168억 원)를 돌파했다.
▲사진=commondreams.org  © 임두만
센더스는 무소속이다. 그리고 사회주의자다. 근대 민주주의 200년 역사를 달려 온 지구촌에서 미국은 유일하게 사회주의 정치세력이나 정치인이 자리를 잡지 못한 나라다.
현재도 사회주의 정당 소속 의원은 연방의회 상, 하원은 물론, 51개 주의회 어디에도 없다. 때문에 다른 나라의 진보정당들이 주장하는 이념은 거의 민주당 몫이다. 지구촌 패권국가 미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미국인들의 암묵적 합의 때문이다.
현 21세기에도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경제패권,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이슬람 독자세력, 북한 등 미국 지배의 국제 질서에 반대하는 국가 등의 군사무장, 특히 핵무장을 미국은 극구 반대한다. 이 패권적 세계전략은 미국 제일주의다.
결국 미국 제일주의에 대한 강경파와 온건파 정도만의 차이를 가지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미국의 정치를 완전히 독점, 지배하며 양분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정치이다. 이런 미국 정치계에 나타나서 이 구도에 도전하는 독특하고 이례적인 인물이 바로 버몬트주 출신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다. 샌더스는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1991년부터, 그리고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비교적 분명하게 알리고 활동한다.
이런 센더스에게 지금 미국의 대중이 열광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저녁 위스콘신 주도 매디슨의 베테랑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센더스가 개최한 집회에 최소 1만 명 이상이 운집했다. 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의 유세장을 능가하는 수치다. 이 집회에서 센더스는 “월가가 너무나 큰 권력을 갖고 있어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들과 싸워 이기기 어렵다”고 월가의 패권적 금권을 질타했다. 또 “풀뿌리 대중들이 일어나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 정치인들이 건드리기 힘든 성역을 마음껏 건드린 것이다. “풀뿌리 대중들이 패권적 권력을 가진 이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자”는 말은 순화된 언어지만 단호하다. 패권적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패권이 대중에게서 나온다는 것쯤은 안다. 결국 대중의 각성과 행동이 권력을 견인한다는 말이다.
이런 센더스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뉴헴프셔주 같은 곳은 민주당 유력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10% 포인트 차로 뒤쫓는 등 여론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거액의 후원금도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샌더스 의원이 지난 4월29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두 달여간 1천5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유력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2분기 모금액수는 4천500만 달러(약 506억원), 이에 비하면 센더스의 1천500만 달러(약 168억 원)는 클린턴 모금액의 1/3정도밖에 안 된다.
클린턴의 지명도, 민주당이란 거대정당 유력후보로서 가진 후원 네트워크 등을 고려하면 센더스의 모금액은 상상을 넘는 거액이다. 특히 무소속 단기필마로 사회주의자임으로 고액의 거물급 후원자나 대기업 등의 후원자가 없는 상태라면 가히 돌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샌더스의 참모들은 “출마 선언 이후 약 40만 명이 후원금을 냈으며, 이 중 99%가 250달러 이하, 기부액 평균은 34달러였다”고 말했다는 뉴스를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센더스는 지금 “미국에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대형 은행 해체와 조세제도 개혁 등을 통해 극소수 재벌에 편중돼있는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해야 한다”고 혁명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다. 여기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지지한 연방대법원 판결도 반대한다. “연방정부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노인·장애인 건강보험제도)를 확대·보완해,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단일공보험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과 함께 대선가도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센더스에 대해 공화당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센더스 집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공화당은 “샌더스의 극단적 정책들이 세금인상과 국방예산 삭감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샌더스는 “억만장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주의”라며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이 빈곤에 처해서는 안 된다.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를 15달러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한편 한국의 천정배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을 통해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한국정치의 양당구조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광주에서  “유권자가 선거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는 정치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정지역 1당 독점 구도를 비판했다.
▲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당선 후 계속 ‘마을돌기’ 행사란 이름의 유권자 스킨쉽을 진행하고 있다. © 임두만 
이 여세는 지금 진행형이다. 천정배를 핵으로 신당을 창당하려는 세력은 도처에서 암묵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실제 공중으로 부양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는 충분한데 공급자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두려움 때문에 파괴력에 대한 실험도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천정배는 센더스처럼 대중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야당 명망가들이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이 살아날 작당모의 같은 신당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센더스처럼 직접 대중유세 현장에 몸을 던지고 자신의 생각이 담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어제 조선일보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新黨) 추진 세력이 내년 총선에서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도 후보를 내는 ‘전국 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 “야당에서는 비노(非盧)와 새누리당의 비박(非朴)이 연대하는 정치적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썼다. 현실과 상상을 가미한 소설적 기사쓰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천 의원은 “정치 세력화는 호남의 전·현직 의원만으로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창당을 결정한다면 당연히 전국적 수권(受權) 정당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또 “수도권 전면적 공천에 대해 지금은 답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분명한 것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진단도 옳고 방향도 옳다. 그러나 언론에 운을 띄우고 반응을 보고 움직이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안 된다. 센더스는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직접 대중에게 호소하는 방식을 쓴다. 이는 예전에 김대중이 했던 방식이다. 김대중은 권력의 핍박에서 벗어나 행동이 자유롭기만 하면 수시로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정치와 정책을 말했다. 그의 정치와 정책에 대중이 호응하면서 세력이 생기고 후원자도 생겼다. 그것이 대권을 갖게 된 근원이다.
천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면 언제나 ‘전국 정당’을 강조한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나 정치인 모두 야당이 분열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한다는 ‘도그마’안에 갇혀 있다. ‘야권신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고 수요도 충족되어 있으나 누구도 선뜻 앞장서질 못한다. 새누리당 어부지리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를 깰 비책을 바다건너 미국에서 센더스가 알려주고 있다. 앞서 거론했지만 미국의 정치지형에서 센더스가 서 있는 지역은 지금 천정배가 서 있는 지역보다 훨씬 척박하다. 근대 민주주의 200년 역사에서 민주공화 양당 외에 다른 세력이 하나의 지형을 차지한 역사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1985년 2·12 총선 때 민정당-민한당-신민당, 1988년 13대 총선 때 민정당-통민당-평민당-신민주공화당, 1992년 14대 총선 때 민자당-민주당-국민당, 1996년 15대 총선 때 민자당-국민회의-자민련 등이 교섭단체 구성의 수를 능가하는 의석을 얻는 등 환경이 척박하지 않다. 1996년 당시 야권의 국민회의에 반대하는 민주당도 15석을 얻을 정도였다.
지금의 양당구조와 소수 진보계열 정당으로 정착된 구도는 실상 10년 안팍이다. 현 야권 주류인 친노계가 당권을 잡은 이후다. 이들이 인위적으로 양당 구조를 통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올인한 결과 ‘야권연대’라는 용어를 비롯한 진영논리 정치구도를 만들었다.
천정배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이후는 어떤 누구도 이 구도를 깰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안으로만 돌면서 대중정치인의 씨가 말라갔다. 박원순과 안철수가 시도했으나 실패했으며 지금 천정배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만드는데 일조했던 그가 다시 깨려고 나선 것이다. 장인과 ‘쟁이’는 자신의 작품을 깨는데서 시작한다. 잘 깨야 좋은 작품을 얻는다.
신당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은 현재의 양당 구조에 안착, 살아남으려는 우물안 개구리급들이다. 이들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끌어 낼 방법은 태풍을 동반한 거대 폭우다. 폭우가 쏟아지면 개구리들은 넘치는 우물물 때문에 그 안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다.
센더스 시도에 대한 성공 예측은 누구도 할 수 없다. 다만 지금 미국에서 200년 정치구도에 대항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볼 때 천정배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미국보다는 훨씬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한국에서 센더스에 가장 가까운 천정배가 우물안 개구리들이 우물 안에서 밖으로 나오게 할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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