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골 보수가 지휘하는 안보


김종대 2015. 0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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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을 되돌아보면 마치 북한을 사냥하듯이 다루고 싶어 하는 어설픈 안보논리가 지배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로 이상한 것은 군대 갈 나이만 되면 이상한 병을 앓아서 그 핑계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들이 북한에 강압적인 군사논리를 앞서서 전파해 왔다는 점이다. 군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모르는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전략비서관 등등 이제는 일일이 숫자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면제 사유를 보면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하악관절염(턱뼈관절염), 수핵탈출증(허리 디스크), 근시,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 등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내과, 안과, 외과 종합병동이라고 불러도 될 허약체질 집단이다. 약골보수가 과연 안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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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성 변호사 수임, 병역비리 등 갖은 의혹에도 국무총리로 취임한 황교안

 군대 감수성이 결여된 병역면제자들

  전선의 지휘관은 적의 포성이 들리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이 되면 우연과 도박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군 지휘관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이야기다. 군사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이를 ‘전장의 안개와 마찰’이라고 했다. 전쟁터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간을 상대로 하는 전쟁이 동물을 상대로 하는 사냥과 다른 것은 그 불확실성과 높은 위험에 있다. 역설적으로 이 점이 전쟁에 대해 어설픈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신중해지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민간인들은 전쟁을 마치 사냥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문제로 생각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불과 13만 명의 병력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려고 했을 때 미국의 대다수의 정통 군사지도자들은 이를 극력 반대했다. 그 여파로 에릭 신세키 미 육군 대장이 경질되었다. 선조 임금과 권율 도원수가 부산에 있는 왜군을 치라고 했을 때 이순신은 이를 극력 반대했다. 그 여파로 이순신은 봉고파직되고 고문을 받았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군인이 전쟁광이고 호전적이라는 고정관념은 맞지 않는다. 통찰력이 있는 군인이라면 호전적인 민간인 대통령이 적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종합병동의 환자들 같은 이런 약골들이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지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아예 대놓고 고의로 징병검사를 연기하여 고령으로 면제되거나 석사장교로 단 하루만 군 생활을 한 여러 여당 실세들 사연을 보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나마 군대생활 했다는 한 국무총리는 장교로 재직 기간 중에 석사 학위를 마친 ‘꽃보직’이었다. 권력 실세들 중에 의병전역자, 심지어 의가사 제대자도 부지기수다. 국내정치에서 야당에 대한 종북 몰이를 주도하고 북한에 강압적인 군사정책을 주장한 이들이 주로 이런 병역 특혜자들이라는 사실은 뭘 의미하는 걸까? 남들 고생할 때 빠른 출세 길을 먼저 찾아간 용의주도함을 보이면서도 전쟁과 군대의 본질에 대한 감수성이 빈곤한 집단문화, 안보로 장사하는 그들이야말로 국가안보를 동물 사냥처럼 인식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다면 군대 생활 제대로 한 국무총리 한 명을 탄생시키는 게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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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아프리카'에 출연해 심경을 이야기한 유승준

유승준과 황교안의 차이

  가수 유승준이 병역 기피로 국내에서 매장되었다가 이제 와서 귀국하겠다고 하니까 여론이 난리다. 병무청은 유씨 주장의 허구성을 들춰내며 괘씸죄를 묻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잣대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유승준은 안 되는데 왜 황교안은 되느냐는 의문에 답을 듣고자 한다. 대부분 완치가 되는 만성 두드러기가 왜 황교안에게는 불가능했는지, 그런 중증 환자가 어떻게 사법고시 시험을 보고 출세가도를 달린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만성 두드러기는 고3 수험생과 같이 고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하면 공부는커녕 사회생활조차 어렵지만 어쩐 일인지 중증 두드러기 환자도 대부분 현역 생활을 마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는 지난 10여년 간 단 4명밖에 없다. 의사들은 약이 없는 이 병에 대해 가급적 땀을 많이 흘리라고 주문한다. 많이 움직여서 스트레스 해소하고 노폐물을 빼내면 저절로 완치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병을 고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군대 가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황교안 후보자의 경우를 보면 세 번이나 징병검사를 연기한 1980년에 병역을 면제받고 그 이듬해인 1981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합격할 당시에는 이 병이 완치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진료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소명이 곤란하다”며 논점을 피한다. 이 경우 가능한 추론은 애초에 이 병이 걸린 이유가 군대 갈지 모른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고, 군대가 면제되자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병이 나은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공부도 잘 되서 1년 만에 사법고시 합격한 것이라는 추론 외에 다른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 측은 명쾌하게 그 과정을 해명하지 못한다.
  이 나라의 지도층을 보면 꼭 병역을 면제 받을 만큼만 아프다. 하악관절염은 턱뼈에 이상이 있다는 건 데 필자는 이걸로 면제받은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갈비 뜯는 걸 본 적이 있다. 수핵탈출증이라고 허리 디스크로 면제받은 고위공직자는 골프 칠 때 허리가 잘 돌아간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근시로 면제받은 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안경을 쓰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군 면제받은 다음에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을 회복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고위층이 앓는 병은 죽을병은 아니고, 단지 소형화․경량화․다종화 된 병역면제용 질병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듯이 이들은 질병을 개발해 왔다. 이 나라에 권력을 쥔 사람들은 꼭 이런 병을 앓는다. 병역면제자, 또는 병역특혜자들이 일반 사회․경제․문화 분야에 몸담는 건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안보분야의 핵심 직위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장, 청와대 안보수석, 안보비서관과 같은 자리에 포진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부분 대북정책에서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면서 군에는 일선의 전투원들이 맨 앞으로 몰려나가 북한에 무언가를 보여주기를 원하는 과시형 안보주의자들이 대부분이다.

병역특혜는 더 심각한 문제

  2012년 대통령선거와 그 이후에 벌어진 야당에 대한 종북몰이 공세의 주체들을 보면 병역면제자들이 왜 더 이념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정예 요원들을 정치개입 댓글 공작에 투입한 원세훈 국정원장은 면제자이다.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의 주역인 국회의원 3인방의 병역 이행 상황을 보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녀와 1985년 결혼하고 3년 후인 1988년에 석사장교 특혜로 하루 근무한 뒤 병역을 마친다. 서상기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1967년 3월에 입대하여 그해 11월에 의병전역 처리된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1991년 5월에 독자라는 이유로 병역 면제된다. 사실상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없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의 안상수  대표는 10년 동안 징병검사를 연기하고 행방불명자가 된 후 고령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바 있다.
  이런 고위층 자제들의 병역면제․특혜 실태는 최근에 와서 변형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국적변경이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국적 상실로 병역을 면제받은 인원이 1만7000명에 달한다. 그런데 병역을 면제받은 후에 잃어버린 대한민국 국적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 최근 저명인사나 유력 자제들의 국적 변경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는 부지기수인데다가 정부 고위관료, 특히 외교부 직원 자제들의 국적 상실 면제도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군대를 갔다 하더라도 고위층 자제의 보직 변경이나 과도한 휴가와 같은 특혜 시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적어도 병역문제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안보 담론은 상당수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면서 국가안보 자체도 실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관념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일종의 정쟁의 대상이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고위층에 병역면제자가 많다는 사실은 남들 고생할 때 용의주도하게 출세 길을 쫓아간 처세로부터의 유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일각에서는 ‘마태복음 효과’라고 하는데 성경의 마태복음 5장에 “가진 자는 더 가질 것이요, 못 가진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기리라”고 말한 데서 유래되는 풍자이다. 우리의 경우 고생한 자는 더 고생할 것이고 빠져 나간 자는 더 출세할 것이라는 현실이 바로 마태복음 효과이다. 정작 자신은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회피하면서 안보를 외치는 정치권의 행태는 그 자체가 기만이면서 사회를 양극화하고 엘리트를 기득권화 하는 일종의 양극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안보 자체를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반역일지도 모른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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