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놔두고 10억 '혈세 유람' 떠나는 교장들
19.06.11 10:38
최종 업데이트 19.06.11 10:38
▲ 한국초등교장협 연수 일정을 적어놓은 서울지역 한 교장회 문서. | |
ⓒ 윤근혁 |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교장 5000여 명이 평일에 학교를 비우고 1박2일로 전남 목포에 모인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이하 한초협) 하계연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남도 유람으로 채워진 지역별 교장단 일정표가 발견돼 '세금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연수는 3시간만... 성인가수 공연 보고 남도 탐방?
10일, 한초협과 서울지역교장협이 학교로 보낸 공문에 따르면 한초협은 오는 13일부터 14일까지 1박2일간 전남 목표실내체육관 등지에서 하계연수회를 연다. 참석예정인원은 이 단체에 소속된 교장과 장학관 5000여 명이다. 지난해엔 행사가 여름방학 기간에 열렸지만 올해엔 평일 근무시간에 열려 이틀간 전국 학교를 일제히 비우게 됐다.
출장비 또한 학교별로 교장 한 명당 각각 평균 20여만 원씩 지급한다. 모두 10여 억 원의 학교 돈으로 이번 행사가 치러지는 것이다. 한국교총 산하조직이었던 한초협은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단체(사단법인)다.
문제는 이렇게 학교 돈으로 치르는 연수가 이름만 연수일 뿐 연수시간은 사실상 3시간에 그친다는 것.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가수 남진의 공연을 보거나 남도 유람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3개 교장회가 만든 행사일정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참고로 5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보니 본 연수 3시간만 같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가는 곳이 다르다.
서울성북강북교장회가 안내한 '연수회 일정' 문서를 보면 한초협은 행사 첫날인 13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목포실내체육관에서 전체 연수회를 연다. 그 가운데 30분은 대중 가수 남진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초대비는 800만 원이다.
첫날 나머지 시간은 호텔과 주변 식당 등지에서 '화합의 시간' 등을 가진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첫 행사로 '남도문화답사와 선진학교 방문'을 적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3시간에 걸쳐 천사대교 방문, 암태도 답사활동, 추포도 생태탐사, 암태초 방문 등이다. 학교 방문은 암태도 답사를 위한 구색 맞추기인 것으로 보인다.
오후 시간도 남도특산품 구입을 위해 목포수산물시장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체 일정을 채운다. 다른 서울 두 지역 교장회의 일정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태도 갔다가 추포도 갔다가 수산물시장 가는 게 연수?
그나마 첫날 3시간 연수시간조차 상당한 시간을 대회사와 환영사, 격려사, 결의문 낭독 시간 등으로 채운다. 혁신학교 우수사례 발표와 외부 강사 연수 시간은 많아야 한두 시간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초협이 만든 문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초등학생들은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도 켜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고 교사들은 학생체험학습을 위한 사전 답사도 2명만 출장비를 지급받는 형편"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평일 전국 초등 교장 5000여 명이 10억 원대의 돈을 써가며 성인가수 공연을 보고 유람을 나서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상윤 한초협 회장은 "이미 전임 회장단에서 평일로 일정을 잡아놓아 바꾸지 못했다. 여름방학 때 일정을 잡으면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학기 중에 연수회가 이뤄지기 때문에 충실한 연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일부 지역 교장회의 경우 교육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련 지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지금이라도 내용을 바꿔 연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교장회에 안내할 예정이며, 시대 변화의 선두에 서는 교장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초협 "교육적인 요소 부족한 점 있었다"... 유치원 원장, 원감까지?
한편 유치원 관리자들의 단체인 한국유아교육행정협도 전국 국공립유치원감 연수와 원장 연수를 각각 6월 27일~28일과 7월 11일~12일 1박2일로 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대부분의 국공립 유치원 원장과 원감이 평일에 출장비를 받고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장소는 호텔인터불고 대구와 대전 유성호텔 등지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동안 지침 등을 통해 교원들에 대해 '평일 학생 수업시간 중 연수 지양'을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교장과 원장, 원감에 대해서는 이 지침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학교 돈으로 치르는 연수가 이름만 연수일 뿐 연수시간은 사실상 3시간에 그친다는 것.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가수 남진의 공연을 보거나 남도 유람으로 채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3개 교장회가 만든 행사일정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참고로 5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보니 본 연수 3시간만 같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가는 곳이 다르다.
서울성북강북교장회가 안내한 '연수회 일정' 문서를 보면 한초협은 행사 첫날인 13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목포실내체육관에서 전체 연수회를 연다. 그 가운데 30분은 대중 가수 남진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초대비는 800만 원이다.
첫날 나머지 시간은 호텔과 주변 식당 등지에서 '화합의 시간' 등을 가진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첫 행사로 '남도문화답사와 선진학교 방문'을 적고 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3시간에 걸쳐 천사대교 방문, 암태도 답사활동, 추포도 생태탐사, 암태초 방문 등이다. 학교 방문은 암태도 답사를 위한 구색 맞추기인 것으로 보인다.
오후 시간도 남도특산품 구입을 위해 목포수산물시장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체 일정을 채운다. 다른 서울 두 지역 교장회의 일정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태도 갔다가 추포도 갔다가 수산물시장 가는 게 연수?
그나마 첫날 3시간 연수시간조차 상당한 시간을 대회사와 환영사, 격려사, 결의문 낭독 시간 등으로 채운다. 혁신학교 우수사례 발표와 외부 강사 연수 시간은 많아야 한두 시간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초협이 만든 문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초등학생들은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도 켜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고 교사들은 학생체험학습을 위한 사전 답사도 2명만 출장비를 지급받는 형편"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평일 전국 초등 교장 5000여 명이 10억 원대의 돈을 써가며 성인가수 공연을 보고 유람을 나서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상윤 한초협 회장은 "이미 전임 회장단에서 평일로 일정을 잡아놓아 바꾸지 못했다. 여름방학 때 일정을 잡으면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학기 중에 연수회가 이뤄지기 때문에 충실한 연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일부 지역 교장회의 경우 교육적인 요소가 부족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련 지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지금이라도 내용을 바꿔 연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교장회에 안내할 예정이며, 시대 변화의 선두에 서는 교장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초협 "교육적인 요소 부족한 점 있었다"... 유치원 원장, 원감까지?
한편 유치원 관리자들의 단체인 한국유아교육행정협도 전국 국공립유치원감 연수와 원장 연수를 각각 6월 27일~28일과 7월 11일~12일 1박2일로 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대부분의 국공립 유치원 원장과 원감이 평일에 출장비를 받고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이다. 장소는 호텔인터불고 대구와 대전 유성호텔 등지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동안 지침 등을 통해 교원들에 대해 '평일 학생 수업시간 중 연수 지양'을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교장과 원장, 원감에 대해서는 이 지침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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