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희생자 염원인 자주와 평화통일 이뤄내자”

제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열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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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8  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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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 - 추모연대]
“열사정신 계승하여 사회대개혁 이뤄내자!”
“남북공동선언 이행·실천하여 조국통일 앞당기자!”
8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된 ‘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실천을 다짐하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693분의 민족민주열사희생자들을 추모한 이날 추모제는 28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범국민추모위원회(범국민추모위)가 주최하고, 민중공동행동의 주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치러졌다.
범국민추모위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유가족들을 비롯해 박중기, 백기완, 이창복, 임기란, 함세웅 등 원로들이 명예추모위원장을 맡고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조순덕 민가협 의장, 장남수 유가협 회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등이 상임공동추모위원장을 맡았다.
  
▲ 김중배 명예추모위원장이 추모사를 통해 행동과 실천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 추모연대]
김중배 명예추모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열사와 희생자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것은 ”자유와 평등과 정의가 넘치는 평화의 새날”이라고 정의하고 “님들처럼 목숨을 걸지 않더라도 생명의 질서가 피어나는 세상, 마침내 억조창생이 서로 가치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의 새날”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의 추모는 상투적인 애도나 그리움만으로 그칠 수가 없다”며 진정한 추모는 님들의 뜻과 저희의 뜻이 분명히 하나임을 확인하는 그런 다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행동과 실천을 강조했다.
배우 권재희 씨는 “저는 1968년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이라고 중앙정보부에서 고문과 조작으로 만들어낸 간첩단 사건에서 수괴로 지목받아 사법살인 당하셨던 고 권재혁 선생의 막내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올해가 사형이 집행된지 50년이 되는 해”라고 말했다.
권 씨는 “그분들의 핏값으로, 희생과 헌신으로 그분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원하셨던 내일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며 “민족민주열사희생자님을 기리며 마음을 다해 시를 올린다”며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도종환 시인의 <다시 피는 꽃>을 낭독했다.
  
▲ 배우 권재희 씨가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으로 희생당한 부친 권재혁 선생을 기리며 도종환 시인의 <다시 피는 꽃>을 낭송했다. [사진제공 - 추모연대]
  
▲ 장남수 유가협 회장이 유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제공 - 추모연대]
참가자들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 각계단체 대표들이 공동낭독한 ‘추모 및 결의문’을 통해 “촛불항쟁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2년이 지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의를 외면한 채 ‘협치’를 운운하며 적폐청산의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영령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정은 현재 교착되어 있다”고 진단하고 “미국과 일본, 국내의 전쟁세력과 분단세력들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로막기 위해 날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미 시작된 한반도 평화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난관이 있을지언정 결코 돌이킬 수 없다”며 “북미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등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여, 열사희생자 영령들의 염원인 이 땅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실현하자”며 민중생존권 쟁취와 과거사법 및 민주유공자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계속 전진, 계속 투쟁으로 영령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기어이 자주, 민주, 민생과 평화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내자”고 호소했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유족들을 대표해 “이 뜨겁고 감동스러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하고 “열사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적폐세력을 용인한다면 이 땅에 다시 불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 유가협 부모들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열사들의 뜻에 따라 참민주주의와 통일의 그날까지 민중과 함께 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인사했다.
  
▲ [사진제공 - 추모연대]
  
▲ 전민동과 전대협동우회 등은 범국민추모제에 앞서 동대문 한울삶 앞에서 학생열사 추모제를 갖고 청계천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사진제공 - 추모연대]
범국민추모제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서울 동대문 한울삶 앞에서 전국대학민주동문회(전민동)과 전대협동우회 등은 ‘학생열사 추모제 및 가두행진’을 갖고 청계광장까지 행진했으며,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 4대 종단은 오후 2시 30분 청계광장 본무대에서 열사희생자 영령들을 위한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추모 및 결의문(전문)>
열사정신 계승하여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오늘 우리는, 다시금 옷깃을 여미며, 영령들 앞에 이 땅의 자주, 민주, 민생과 평화통일을 향한 변함없는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분단 70년만의 첫 북미 정상회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시작되었던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정은 현재 교착되어 있습니다.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타결되지 못했으며, 미국과 일본, 국내의 전쟁세력과 분단세력들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로막기 위해 날뛰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선비핵화 주장이 다시 난무하고, 중단키로 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이름만 바뀐 채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일에도 강행되었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 문제는 어느새인가 ‘대북제재’에 결박되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촛불항쟁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의를 외면한 채 ‘협치’를 운운하며 적폐청산의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용은 슬그머니 석방되었고, 대통령은 그를 수차례 독대ㆍ격려하며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폐는 양승태와 그 수족들의 구속만으로 봉합되었고 적폐판사들의 탄핵과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산의 대상이었던 적폐세력 자유한국당은 촛불 항쟁이 언제 있었냐는 듯, 가당치도 않은 1야당 대접을 요구하고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그 반민주적 본색을 드러내고 막말을 쏟아내며 5.18 광주민중항쟁을 부정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끝끝내 가로막으며, 재기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폐세력들은 원기를 회복하고 있지만, 항쟁의 주역이었던 민중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합니다.
국가의 부를 여전히 전유하고 있는 재벌들은 입으로만 투자를 이야기할 뿐, 승계 문제에만 골몰한 채 실제로는 일자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방치되고 집값이 급등,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소위 ‘소득주도 성장’은 허울만 남은 상황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은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으로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민주노총에는 공안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 아래에서도 개방 농정과 농업포기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묻지마 재개발, 강제철거, 노점상 탄압으로 도시빈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들의 차별 역시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촛불 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현실을 보며, 영령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령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투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미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등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여, 열사-희생자 영령들의 염원인 이 땅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뤄내자!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실현하자!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민중생존권을 쟁취하자!
현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저지하고,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인 5.18 부정과 수구냉전 회귀 막아내자!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과거사법,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여 올바른 역사정의와 적폐청산을 실현하자!
영령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한반도 평화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난관이 있을지언정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촛불 민의를 거역하려는 적폐세력의 시대착오와 퇴행은 민중과 시대의 거센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계속 전진, 계속 투쟁으로 영령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기어이 자주, 민주, 민생과 평화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냅시다.
2019년 6월 8일
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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