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접경, 다자협력 진척 더뎌

러 연해주 중심 블라디보스토크, 하산·자루비노 북러국경지대를 가다
블라디보스토크=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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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0  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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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보스토크와 남단 루스키 섬을 잇는 세계 최장의 사장교(斜張橋)인 루스키 대교. 2012년 열린 제 2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건설했다. [사진-조천현]
지난 3~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된 '동북아 초국경 경제협력 포럼' 참가를 위해 7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와 북·중·러 접경 지역인 하산, 자르비노, 크라스키노 등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수년간 추진하는 신동방정책의 핵심지역인 연해주에서 블라디보스톡 자유항법, 선도개발구역법, 국유지 무상제공을 골자로 한 극동헥타르법 등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의 제재속에 개발 프로젝트 진척은 다소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연해주 총교역 규모 75억달러에서 13억 5,000만달러(18%)에 달하는 제2위 교역국인 한국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고 1위 교역국이자 거대 이웃인 중국과의 협력사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2년 APEC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건설된 루스키대교가 지역의 개발과 성장을 견인하고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더욱 빠른 성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한편으로 발해성터에 대한 유적 발굴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허허벌판에 IER(Integrated Entertainment Resort, 종합위락단지)라는 이름으로 골프장, 카지노, 호텔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국적 투자 유치가 적극 진행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연해주 소재지를 하바로프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하는 결정을  해 앞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동북아 경제협력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보였다. 
지난 4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방문해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두만강 차량도로 건설 합의 등 뒤늦은 북·러 합의소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일방적인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별 성과는 없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운영회사인 북·러 합작의 라손콘트라스(RasonContras) 이반 톤키(Ivan Tonkikh)  사장은 4일 열린 포럼에서 두만강철교와 함께 지난 북러정상회담에서 두만강 자동차도로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올해안에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하면서도 결국 한국의 물동량을 기대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 중국과 맞닿아있는 국경지대 다자간 초국경 협력사업은 기대와 달리 아직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하산역에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석탄 열차. 하루 두 세 차례씩 중국 훈춘 외곽의 화물 전용역까지 러시아산 석탄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궤를 쓰는 러시아 열차는 훈춘에서 표준궤를 쓰는 중국 열차에 화물을 옮겨 싣고 중국 내륙으로 운송된다. [사진-조천현]
  
▲ 하산역사 인근 주거지. 한때 북측 근로자들이 많이 상주했으나 지금은 인적이 없다.[사진-조천현]
두만강철교를 지척에 두고 있는 하산역에서는 석탄을 가득 실은 화물열차가 줄줄이 서 있지만 나진항으로 가는 길은 오래 전에 막혔고 지금은 하루 두 세차례 중국 훈춘으로 내 보내는 게 전부라고 했다. 한때 운송작업 등을 위해 역 주변 숙박시설에 상당수 체류하던 북측 노동자들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하는 것으로 보이는 마른 걸레질을 하는 여성들 주변에는 따분한 표정으로 근무복을 차려입는 역 관계자 여러 명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으며, 오직 한 젊은 직원만은 석탄이 적재된 화물열차 사진은 지워야 한다고 단속에 여념이 없다.
  
▲ 자르비노 항. 저 너머 두대의 크레인이 덩그러니 서 있는 항구 앞으로 때 여객이 오르고 내리던 접안시설이었을 이곳은 내려 앉은 채 방치되어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자르비노항 전경. 움직임이 전혀 없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훈춘과 가까워 특히 중국이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하산 지역 포시에트 만의 자르비노항. 하역장에 내려진 콘테이너는 보이지 않고 두개의 화물 크레인은 서있었으며, 일부 접안시설은 내려 앉은 지 오래인 듯 방치된 상태 그대로였다. 
한때 한국의 속초항에서 자루비노항까지 운행하던 동춘해운의 페리는 멈춘지 오래이고,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 숙원사업인 중국쪽에서는 2022년까지 훈춘 내륙항을 건설하고 그 전에 자루비노항과 연결하는 해양열차로 통관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쪽에서는 한편으로 경계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천혜의 자연이 미개발 상태로 있는 연해주. 러시아 정부는 이 곳을 △극동지역 선도개발구역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제도 추진 △경제특구 운영 및 복합 카지노단지 착공 △루스키섬 개발(테크노파크, 의료 클러스터 조성) 등 극동개발의 거점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쪽으로 4시간을 달리도록 도로 양옆으로 참나무와 단풍나무, 너른 초지가 끝도없이 이어지고 깊은 바닷물이 투명하게 보이는 맑은 '조선 동해'가 따라오는 광활한 대지가 연해주이다.
개발의 가장 큰 장애는 미국의 제재.
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북중 접경지역의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오랜 갈등관계인 중국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한국과 북한을 대륙으로 잇는 신동방정책의 큰 그림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한편, 연해주(沿海州)는 한반도 북단 두만강 하구와 잇닿아 있는 하산으로부터 북쪽 사마르가 강 상류에 이르는 면적 16만 4,673㎢, 인구 191만명의 러시아 극동 프리모르스키(Примо́рский, '바다와 접해있다')지방을 이르는 명칭이다.
이 땅은 제2차 아편전쟁 결과 1860년 10월 청나라와 체결한 베이징조약에 러시아가 끼어들어 차지하게 되었으나, 그에 앞서 1500년전인 698년부터 926년까지 한때 발해가 지배하던 곳이다.
  
▲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하바로프스키 거리 신한촌 기념비. 1914년 경성부 인구가 21만명일 때 블라디보스토크 고려인 이 6만 4,000명에 달했다. 1921년 시내 중심가인 바닷가 아르테거리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옮겼으나 지금은 살고 있는 이가 그마저 없다.  [사진-조천현]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제국주의 시대인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봉건 탐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 최초로 연해주에 정착해 한때 약 17만명이 거주하면서 연해주는 우리 민족과 다시 땅의 연대를 맺었다. 
안중근, 홍범도, 최재형, 이범윤, 이상설·이위종, 이동녕, 이동휘, 신채호, 장도빈의 독립운동이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1920년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에서는 극동 주둔 일본군에 의해 볼셰비키 적군과 함께 수천명의 고려인이 학살당하는 4월 참변을 당하기도 했다.
  
▲ 루스키 섬에 있는 극동연방종합대학교 청사 A동 건물. 지난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의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러시아 정부가 매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골프장, 카지노, 호텔 등 최고급 휴양시설이 한창 건설중이다. 한편으로는 2000년전 역사유적에 대한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천혜의 자연조건을 만끽하며 여름 '조선동해'를 가르는 서핑객. 북측 나진에 비해 염도가 2도 낮다고 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지난 4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시 '레스나야 자임까' 식당. 숲속의 작은 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중심에서 동북 방향으로 53km 떨어진 아르쫌 지역에 있다. 왼쪽 뒤로 보이는 명판에는 2002년 8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연방 원동연방구 방문과정에 이 곳 식당을 다녀갔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나무로 지어진 레스나야 자임까 식당 내부. 이곳 직원들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사진 왼쪽에 마련되어 있 무대를 바라보고 창가에 앉았다고 설명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루스키대교와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바라보고 있는 레닌 동상.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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